'미니멀리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17 Corcoran Gallery of Art: 워싱턴 디씨 화가전
  2. 2010.02.11 Sol LeWitt (5): 개념주의
Museums2011. 1. 17. 03:43


http://www.corcoran.org/
코코란에서 요즘 미국 작가들의 현대화,  미니멀리즘, 칼라 필드 페인팅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아침에 후다닥 다녀왔다.  코코란은 지난 몇해동안 보수 공사를 진행중이었고, 보수 공사 이후에는 전에 전시되던 작품들을 복귀시키지 않았다는 인상을 줬었다.  이번에 가서 보니 내가  보고싶어 하던 작품들이 모두 많이 나와 있었다. 게다가 워싱턴 디씨 출신의 대표적 작가라 할 수 있는 Gene Davis 의 대작들이 홀 하나에 전시가 되어 있어서 평소에 여기저기서 그의 작품들을 하나 혹은 둘 찔끔찔끔 보면서 느끼던 갈증을 일거에 해소 할 수 있었다.

오전 열시에 맞춰서 도착하여 두시간쯤 둘러보고, 근처의 Renwick Gallery 들어서 건성으로 살피고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할 일이 많아서.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오늘 본 작품들을 떠올리며 기분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을것 같다.  Color Field Painting 작품들을 아주 '원 없이' 실컷 봤으니까, 당분간 허기를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오전 열시 개장 직전에 도착하여, 문일 열리기를 기다려야 했다 (내가 오늘의 1번 손님). 문앞을 지키는 사자와 셀카놀이.









며칠전에 Gillaiam 의 작품 사진을 블로그에 한장 올린 적이 있었는데, 길리암은 워싱턴 디씨가 배출한 흑인 현대 화가이다. 나는 길리암이 흑인 일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어쩐지 창백한 유럽계 작가의 작품같아 보였는데...) 추후에 길리암에 대한 제대로 된 페이지들을 엮기로 한다. (캔바스를 너울거리는 커튼처럼 만들어버린 작가)


코코란에서 현재 진행중인 기획전들



스펜서 핀치의 Now 라는 전시회는 '놀라웠다'  구름이라는 소재를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형상화 하였는데
 
  1. 셀로판지로 공중에 띄운 구름
  2. 타일조각 같은것을 잇대어, 도로의 보도블럭같이 만든 작품 두점
  3. 흰 도화지를 오려서 포개는 식으로 구름을 형상화
  4. 수채화
  5. 형광등에 여러가지 채색을 하여 빛의 색깔을 다채롭게 하고 그 형광등들을 입체 도형으로 제작
  6.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것) 물웅덩이에 비친 구름 사진 연작.

대략 기억에 의거 이러한 작품들이 전시가 되었다. (이 전시장이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다. 소장품이 아니고 대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눈과 오감을 흡족하게 해준 코코란의 전시회를 살피고, 백악관 건너편 Smithsonian Renwich Craft Gallery 에 들러 둘러봤다. (이미 코코란에서 아주 제대로 맞은 터라서, 여기서는 뭘 특히 찾아볼 기분이 안들었다.)  코코란은, 전시회 끝나기 전에 찬홍이 데리고 다시 가보고 싶다. 놀라운 작품들을 혼자 보기가 아까우니까.




백악관 앞을 지나며 "오바마 대통령한테서 언제 저녁 초대가 올까?" 혼자 중얼 중얼.  백악관에 가서 밥 한끼는 먹어야 하는것 아닌가?




일요일 정오쯤. 날이 추워서인지 백악관 앞마당이 한산하다. 봄, 여름, 가을에는 이 앞이 항상 바글바글 하는데 추운 겨울이라 사람이 없다.  그래서 오늘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람 없는 겨울 주말에 디씨에 자주 차를 끌고 나와야겠다는 것이다. 차 세울데가 많아서 좋다.



백악관 건너편에 있는 아주 오래된 호텔들. 앞에 보이는 갈색 건물이 워싱턴 호텔, 그 옆의 프랑스식 지붕의 건물이 윌라드 호텔.  몇해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오셨을때 이 윌라드 호텔에 묵으셨었다.  각국의 정상들이 워싱턴 방문할때 주로 이 호텔을 점거한다.





차를 세워놓은 워싱턴 마뉴먼트 앞 도로 - 컨스티튜션 애비뉴로 터벅터벅 이동.





언제나 믿음직한 워싱턴 마뉴먼트. 이 하얀 탑이 보이면 기분이 좋아서 혼자 웃는다.



근사한 예술품을 보면, 마음이 그득차는 것 같고, 이유없이 행복해진다. 특히, 칼라 필드 페인팅 작품들 속에 있다 나오면, 내 온몸에 물감이 드는 것 같다.

이제 주제별로, 내가 사냥해 온 작품 사진들을 풀어놓고 야금야금 이 즐거운 기분을 되새길수 있겠다. (아 배고파. 라면 먹어야지.--결론)


Posted by Lee Eunmee
Conceptual Art2010. 2. 11. 00:04

Serial Project, 1 (ABCD) 1966

Baked enamel on steel units over baked enamel on aluminium

50.8 x 398.9 x 398.9 cm

(대략, 4미터짜리 정사각형 위에 51센티 높이의 도형들)

Sol LeWitt 1928-2007

2009년 9월 29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촬영

 

 

앞서서 Sol LeWitt (1928-2007) 의 페이지들을 열었는데요

 http://americanart.tistory.com/category/Conceptual%20Art

 

제가 단순히 그의 작품들을 대충 살피면서 몇가지 열거한 그의 특징들이 있었습니다.

 

1. 삼각형 (혹은 사면체), 사각형(혹은 육면체)들이 어떤식으로든 평면적으로 혹은 입체적으로 교 차한다

 2. 선과 면들이 평면적으로 어루러져서 입체감을 드러내거나, 혹은 입체면이 평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3. 결국, 선과 선, 삼각형, 사각형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4. 단순하다 (군 말이 필요가 없다)

 5. 경쾌하다.

 6. 작가의 싸인이 없지만, 작가의 개성을 감추지는 못한다. (너무나도 개성이 돋보인다)

 

 

회화나 예술을 따로 전공하지 않는 평범한 관객의 시각에서 이렇게 눈에 보이는대로 열거를 해 본 것인데요, 어쩌면 이런것들이 솔 레윗의 평생의 예술을 대략 정리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솔 레윗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그에 대한 설명으로 두가지가 나옵니다.

 1. 개념예술(conceptualism)이라는 '어휘'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의 현대예술가다.

 2. 미니멀리즘 (minimalism) 작가다.

 

맞는것 같죠?  우리가 대충 살펴보면서 대강 짐작했던 사항들을 미술비평가들은 이렇게 두가지로 정리 해 놓는거죠: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예술가.  예술을 '물리적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 '개념'으로 시도했다는 면에서 개념예술가였던 것이고,  군말이 필요없이 단순한 형태를 추구했다는데서 미니멀리즘을 찾아볼수 있는거죠.

 

위의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Serial Project 관련 문건에 LeWitt 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고 합니다:

 

"The aim of the artist would not be to instruct the viewer but to give him information. Whether the viewer understands this information is incidental to the artist; he cannot foresee the understanding of all his viewers. He would follow his predetermined premise to its conclusion avoiding subjectivity. Chance, taste, or unconsciously remembered forms would play no part in the outcome. The serial artist does not attempt to produce a beautiful or mysterious object but functions merely as a clerk cataloging the results of his premise."

http://www.moma.org/collection/browse_results.php?criteria=O%3AAD%3AE%3A3528&page_number=3&template_id=1&sort_order=1  페이지에서 발췌했습니다.

 

"예술가의 목표는 관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관객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다. 관객이 주어진 정보를 이해하는가 아닌가 하는 것은 예술가가 통제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는 모든 관객이 자신의 의도를 이해할거라고 예견해서는 안된다. 예술가는 주관성을 배제한채로 그 자신이 정한 전제가 결과에 이르도록 한다.  우연, 취향, 무의식적으로 기억된 형태들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연작의 예술가는 아름다움이나 신비한 것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세운 전제의 결과들을 카탈로그로 만드는 직공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런데 솔 레윗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지 않고 개념주의 예술가로 칭하는 이유는, 개념주의가 미니멀리즘보다 한 발 더 앞으로 나간 개념이라서 그럴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이 감정이 분출하는 군더더기들을 배제하고 극단적인 사물의 고유의 형태을 향해 나아갔다고 정리한다면,  개념예술은 이러한 미니멀리 즘적 예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가의 '아이디어' 자체를 예술이라 보고, 그 아이디어가 시각적인 혹은 물리적인 것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에 개입되지 않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미니멀리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제손으로 제작했다면, 개념예술가들은 '아이디어'만 제시할뿐 내 손으로 만드는 행동조차도 배제하러 들었다는 것이지요.  위에 솔 레윗이 적은바와 같이 예술가 자신의 취향이나 우연성, 주관성등을 작품에서 배제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카탈로그'를 만드는 직공에 자신을 비유 한 것입니다.

 

"the idea itself, even if not made visual, is as much a work of art as any finished product." (Pohl, 2008, pp 495)

"비록 시각적으로 구체화되지 않는다 하더도,  아이디어 자체는 완성된 작품과 마찬가지의 작품이다." 이 말은 솔 레윗의 1967년 발언이라고 하는데요,  앞서의 페이지에서 본 것처럼 솔 레윗은 '작품에 대한 지시'만 한장 적어서 보내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했쟎아요 (작곡자의 악보처럼).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작품에 대한 지시사항, 그것이 완성된 작품과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지요.  때로는 그것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낳지 못할때도 있지만 말이지요. (악보가 있는한, 그 음악은 언제든지 연주가 가능한거쟎아요.)

 

 

개념주의(Conceptualism)는 네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1. 예술작품은 아이디어나 컨셉(개념)이지 물질적인 대상이 아니다.  예술작품을 형성하는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작품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 자체를 시각적으로 보지 않아도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뭔 소리다냐? 할수도 있죠.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 RedFox)

 

2. 개념예술에서 예술작품과 언어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집니다. 예술작품을 '아이디어'로 정의하므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지요. '아이디어'는 언어로서 구체화 되는 것이므로.  솔 레윗이 그의 '아이디어'를 종이위에 몇줄의 문장으로 끄적거려주면, 그 지시사항에 따라서 누군가가 예술작업을 하지요 (우리가 그 지시사항대로 작업을 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솔 레윗과  그 작업을 하는 '나'의 해석이 이 예술의 본질을 구성하게 됩니다. 작가와 나와 아이디어의 결과물을 연결해주는 것은 '아이디어를 구체화 한 언어'죠.

 

3. 개념예술은 예술의 상업성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합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예술은 돈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플란더스의 개'에서 얘기했듯, 가난뱅이는 그 잘난 예술 작품을 '구경'하기도 어려웠겠습니까.  대우그룹의 총수였던 김우중씨가 세계적인 콜렉터였다고 하는데요, 그분이 나라에 갚아야 하는 빚이 엄청나다는데요, 미술 경매인들이 김우중씨 몰락했다고 하니까, 그 미술품좀 시장에 내 놓으라고 회유를 했다는데, 그래도 그는 꿈쩍도 안 했다고 합니다.  저는 다른 정치적인 논의를 할 생각은 없고요, 이게 무슨 말인가하면, 예술이 '아름다움'이네 '인류 문화'어쩌네 해봤자, 이게 언제부터인가 돈놓고 돈먹기식의 축재수단, 투자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아이오와 주립대가 2007년 홍수로 물에 잠겼을때,  그 대학 미술관 소장품이었던 잭슨 폴락의 작품을 팔아서 미술대를 살리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하쟎아요.  작품 하나 살리면 대학 살림이 피는거죠. 이게 다 뭐란 말입니까? 정말 한장의 그림에 그러한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 합리적인 것일까요?  단지 잭슨 폴락의 싸인이 들어있으면 걸레쪼가리도 비싼값에 팔려나가고, 뭐, 이게 온당한걸까요?   개념예술가들은 바로 이런 현상에 강한 물음표를 제기하는거죠.  작곡자의 '악보'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주되쟎아요. 그 악보를 누군가 혼자서 독점 할수는 없는거죠.  개념예술가의 '아이디어'역시 누군가가 독점을 할수는 없는거죠.  이들의 아이디어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4.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보다 그 작품의 '아이디어'를 더 중시한 개념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의 소유가 불러오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3번과 같은 맥락인데요, 미국에서도 그랬고, 현재 세계여러나라에서, 사람들이 돈 좀 벌면, 작품 사들이죠. 마치 우리가 보통 고급 학력으로 자신의 포장하듯, 가질거 다 갖추고 돈이 너무 많아서 골치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이 미술품 시장인데요, 그래서 대개 재벌집 여사님들이 고급 옷으로 치장을 하고 보석도 모을만큼 모은 다음에 서로 누구네집에서 뭐 사들였다더라 경쟁하듯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들을 수집하쟎아요. 제가 미국에서 돌아다니면서 구경한, 재벌들의 후원으로 세워진 박물관의 소장품들이 따지고 보면 다 서로 이렇게 경쟁하고 뭐 그런 결과인데요.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보다는, 누가 누구의 것을 몇점이나 가졌다더라 식의 악세사리로서의 예술품. 혹은 끼리끼리 사이에서 '없으면 지는거다' 라던가 '너는 피카소 없지? 난 피카소가 열점이나 있단다'식의 문화 권력 놀이.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이들은 비판적이었습니다.

 

 

솔 레윗(1928-2007)은 러시아 출신의 유태인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고향은 커넥티컷주의 하트포드시. 한국전에도 참전했던 사람입니다. (아, 한국하고도 인연이 있던 분이군요...) 1960년대에 Jasper Johns, Robert Rauchenberg, Frank Stella 등과 어울리며 활동을 했습니다. (쟁쟁한 이름들이지요!)  예술에서 Conceptualism (개념주의)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입니다. 제가 앞서서 소개한 그의 작품들이 대개 그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들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찍어와야 할 작품이 있는데, 나중에 업데이트해드리겠습니다.

 

 

개념예술은...제가 잘 모르던 분야였는데, 이것에 대해서 공부하면 할수록, 이것참, 혁명적인 아이디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의 권력화...이것은 사실은 예술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것이쟎아요.  2002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사상가 브르드외가 프랑스 시골출신의 수재가 1960년대에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발견 한 것이 언어/문화의 권력화 현상이었거든요. 문화가, 혹은 언어가 '차별'의 수단이 되고, 문화/언어가 사회적 권력의 수단이 되더라는 것을 이 촌뜨기 수재 청년이 직시하고 직감했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솔 레윗이라는 러시아 유태인계 이민자의 아들도 '미술'이 미술의 본질에서 벗어나 상업주의와 결탁하고, 미술품이 권력의 악세사리가 되는것을 문제시한 것이지요. 각기 다른 대륙에서, 각기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연령의 청년들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세상과 부딪쳐 나간것도 같군요.

 

 

사실 저 위에 제가 올려놓은 작품 사진, 저 사진 찍을때, 저는 솔 레윗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요즘 솔 레윗 들여다보다가 문득, "아, 전에 이 사람 이런 작품 어디서 봤는데..." 하다가 찾아보니 나오더라구요. 지금은 저 작품이 왜 저기 놓여있는지, 저것이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인지 대충 알지요.  아이고, 아는만큼 보이는거죠...

 

 

 

 

 

참고자료:

 

http://www.moma.org/collection/browse_results.php?criteria=O%3AAD%3AE%3A3528&page_number=3&template_id=1&sort_order=1

 

Frances K. Pohl (2008), Framing America: A social history of American Art (2nd Ed.). New York, NY: Thames & Hudson

 

Stephen Little (2007). ...isms: Understanding Art.New York, NY: Universe Publishing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