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0. 7. 6. 01:45

평생 선거에서 '보수'의 반대편에 표를 던져 왔던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운명적으로, 손금에 그어진 것처럼 나는 '보수'와 손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진보인가?  나는 한때 내가 '진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더이상 진보가 아님을 안다. 혹은 나는 어디에도 안 맞는 사람일것이다.특히 한국에서 '진보'란 있는걸까? 그걸 의심한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한국의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서울과 충청도 두군데에 아파트를 한 채씩 갖고 있다가 출신지역인 충청도의 싸고 큰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도유망하고 앞으로도 값이 오를 서울의 작고 비싼 아파트를 유지하는 식으로 '일가구 이주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 그에게 비판적인 각종 보도와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나는 탄식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 사람 뿐이 아니지. 조 아무개씨도 그랬고, 뭐 꼴랑 벌어 놓은 돈으로 시시한 건물 하나 샀다가 그 문제로 영광의 길에서 벗어난 김 아무개씨도 그렇고, 뭐 아무튼 현재 문대통령 근처에서 시시한 '개인적이고 소시민적인 욕망'을 드러내어 비판을 받고 있는 한때의 야권 인사들, 한때의 '진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저들은 대통령과 함께 일을 하면서, 그 자체를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머지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걸까?" 

 

나는 생각해봤지. 아무것도 아닌 나는 생각해봤다.  내가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위하여 일을 하는 처지라면 나는 그것을 내가 태어난 사명으로 인지하고 내 욕심을 다 내려 놓고 오직 우리가 쌓아올린 명분을 사회를 개선하는 것으로 결과를 보기 위해, 나중에 돌아보고 "그 때 우리는 위대했지"라고 자부심을 가질수 있기위해 하루하루 살아 갈 것 같은데 말이지. 그것 자체가 영광 아닌가?  그까짓 강남의 13평 아파트 한채 때문에 그 영광위에 똥을 싸대고 냄새를 풍기고 있는가?  (강남의 13평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명예와 자존심과 영광을 내려 놓는 소시민인 그대여 그냥 소시민으로 집앞의 개똥을 치우며 사시길. 강남의 13평이 무섭지? 그렇지 아니한가?  그런데 강남에 집이 없는 나는 강남이 안 무섭다. 이상하지 않은가?  강남하고 상관없이 사는 나는 강남이 우습다. 하하하.) 

 

*저들이 해 처 먹은 대규모 조직적 부패에 비해서 우리가 하는 짓거리는 소시민적인 작은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역설하고 싶지? 응? 그것이 바로 당신들을 필망, 필패로 이끄는 논리라는거지. 우리의 기대수준은 훨씬 높아졌어요. 똥걸레 빨아서 똥자욱 남은 누런 걸레 만들었다고 우리는 만족하지 않아요. 락스물에 팍팍 삶아서 희게 빛나는 걸레를 만들고 싶거든요. 

 

나는 대통령 근처에서 이렇게 시시하고 소시민적인 사고를 치고 있는 그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은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하는거야. 그러니까 13평 강남 아파트를 포기할 수 없는거지."라고 판단하게 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몰락할 각오 따위는 없는거야. 그러므로 저들은 몰락하고야 말거야.  몰락한 이후에 말하겠지 "13평 아파트 안 팔길 정말 잘했어. 이거라도 남았으니까." 그러기 때문에 몰락 할 수밖에 없는거야. 세상 이치가 그래... 그래서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세상이 바뀐 듯 해도, 다방 인테리어 하나 안바뀌고 마담만 바뀌고 마는거지. 커피 맛도 그저 그렇고, 음악도 그저 그렇고, 칙칙한 지하실 곰팡이 냄새와 섞인 커피 냄새도 그저 그렇고, 바뀐것은 없이 쥐새끼 들끊고 커피값 50원 쯤 오른 다방은 그대로 거기 있는거야.  다방마담과 커피나르는 종업원 얼굴이 바뀐다고 다방이 달라질것은 없어요. 역전 다방.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6. 00:59

 

 

내 연구실 밖의 화초들을 내가 없는 동안 남편이 챙겨서 돌봐주고 있다. 어제 남편이 화초에 물 주고나서 '증명사진'들을 보내주었는데, 5월부터 피기 시작한 호접란이 점점 더 많은 꽃 송이들을 피워내고 있고,  동양란도 꽃대 여럿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에 있을때 남편에게 "꽃들은 잘 피고 있어?" 물었더니 '물 만 주고 꽃은 못 봤다'는 애매한 답을 하길래 "꽃이 피고 있는데 못 봤어?" 물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꽃이 눈 앞에 있어도 꽃을 못 보는 사람도 있구나...

꽃이 피건, 안피건 소중한 내 친구들이지만 꽃이 필때는 더욱 칭찬을 해 줘야 하는거지.  그 후로는 꽃 사진도 보내준다.  나는 남편이 보내주는 화초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내 눈길로 그들을 하나 하나 만져주는 편이다. 어제 보낸 사진에서 동양란에 꽃대 올라오는것을 발견하여 "동양란 꽃대가 올라오네! 굉장하다!" 했더니 남편은 그걸 눈 앞에 놓고도 "어디? 어디?" 한다.  꽃이 있어도 꽃을 못 보는 사람.  사람의 시각적 인지 기능이 이런 식이다. 관심이 가야 보이는 법이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남편은 내가 "해당화가 피었네" 해야 해당화가 핀 것을 본다. 나는 그의 또다른 눈이다.  물론 남편 역시 내가 못 보는 것을 보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여럿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

 

언니는,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서양란, 동양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묻는다. 화초들을 햇살 좋은 동남향 창가에, 최대한 건강한 햇볕을 잘 받도록 배치하고 --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물을 흠뻑 주고 (한번만 준다. 흠뻑) -- 가끔 다이소에서 천원에 10개들이 주사기 모양 비료를 사다가 꽂아 주는 정도이다.  일년에 한번 정도는 분갈이도 대충 해 준다.  분갈이의 '분'자도 모르는 일자 무식이 대충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대충 재료 사다가 해 주는 정도이다. 그것이 전부다.  하루에도 여러차례 그 곁에서 들여다보고 예뻐해주는 것도 영향을 줄까?  학생들 숙제 채점하고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화초에게 가서 위로를 받는데 과연 그것도 영향을 끼칠까? (그건 검증이 안되므로 잘 모르겠다.) 

 

 

  ***   ***

 

어제 실내 운동을 너무 재미있게 한 것이 원인 이었을것이다.  밤에 잠을 푹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졸음이 쏟아졌고, 온종일 비몽사몽의 연속이었다.  '이거 뭐지?  걸린건가?' 이런 의심도 들었으나 오전, 오후 두차례 체온 측정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이 들으니 평소에 안하던 운동을 하면 이런 식이다. 몸이 아프다.  그래서 오늘 종일 퍼 자느라 운동을 못했다. 성경 읽기도 못했다.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일요일 예배를 드렸고, 저녁 나절에 남편이 '송추갈비'에서 물냉면을 사다 주었다. 맛이 깔끔하고 속이 후련한 맛이었다.  감사하다. 이래서 배우자가 있어야 하는거다.  자가격리 할 때 냉면 사다주는 사람, 오직 '가족'만이 가능한 일이다. 

 

 

자정이 지났다.  성격읽기를 하며 이 밤을 보내야지.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4. 18:01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내국인 외국인 막론하고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가격리자 앱이다.  이것을 전화기에 깔아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매일 이것을 열고 아침, 저녁 두차례 체온 기록과 유증상 여부를 기록한다.  내가 기록하면 누군가가 그것을 조회하는 모양이다. 

 

 

뭐, 아침 저녁으로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생활에 규칙성을 주므로 나름 재미가 있다. 산사람은 뭐라도 해야 하는거니까. 

 

 

내가 그저께 입국하여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시작했고, 어제 오전에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데, 오늘 오후에  담당공무원이라며 메시지를 보냈다 - '자가격리용 비상 식량'이 필요하면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참 일찍도 왔다.)  오늘 신청하면 주말 건너서 한 사흘후에 비상식량을 받을거라는 메시지이다.  뭐 비상 식량 안줘도 내가 굶어죽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뭐가 오는지 궁금하여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나는 나 먹이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남편이 부지런히 먹이를 챙겨다 주므로 문제가 안되지만, 그런 가족이 없는 사람은 어쩌라는걸까?  뭔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에 내게 식량 공급하는 가족이 없다면, 나는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하여 '식량 보급 투쟁'을 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아예 보건소에서부터 준비하였다가 비상식량을 줘 보내야 격리소로 가서도 '이탈'을 안 할 것이 아닌가? 

 

"내가 아는 사람은 이러저러한 것을 받았다는데 너는 왜 아무것도 못 받는거냐?" 

 

 

벌써 전화로 내게 이러저러한 코칭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던 중이었다.  아, 나는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을리는 없으므로 신경 쓰기도 싫었는데, 오히려 '자가격리' 상황에 대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호기심을 갖고 나를 전화상으로 관찰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지방자치단체 마다 혹은 담당 공무원마다 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대충 이런 상상을 하고 접는다.  하긴, 만약에 내게 가족이 없고, 아무도 내 '먹이'를 갖다 주지 않으면 나는 15일간 수돗물로 연명하는 가운데 '체중조절' 에 성공하는 역사를 쓸지도 모르지.  하하하.

 

 

그런데, 나는 굶어 죽는 상황이 아니면 남이 나를 신경을 안 써준다거나 나에 대한 서비스가 누락이 된다거나 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세상이 늘 내게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대체로 운명은 내게 가혹하지 않았고, 나는 잘 지내왔다. 그러므로 대체로 나의 현재에 고마운 편이다. 

 

 

아침에 유튜브를 열어서 '국민체조'를 꺼내어 동심으로 돌아가 '국민체조'를 신나게 했는데 -- 그 후에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뭔가가 흘러나왔다. "엄마 TV"의 김선생이란 분이 아주 쉬워 보이는 춤/운동 동작을 하면서 30분간 그걸 따라하면 3Km걷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슬슬 따라했다.  운동이 끝난후 내 애플워치로 확인해보니 정말로 3Km 걷기가 완성 되어 있었다.  "끼부리기" "트위스트" "수영하기" "스케이트" 뭐 이런 식으로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동작을 쉼 없이 이어서 하는 운동이었는데,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땀이 쏟아졌다. 아주 좋은 운동이었다.  매일 이 운동을 해야지.  그러니까 매일 아침 '국민체조'를 두번 하고 '엄마 TV'의 30분 운동을 따라해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3BEU86NQr6Y

아, 내가 국민체조 했다가 자동으로 연결되어서 따라하게 되었던 운동이 이것이다.  매일 들어가서 운동을 해야지.  조금씩 하다가 조금 강도 높은 운동으로 옮기고 해야지.  요가를  학교에서 제공해줘서  온라인으로 하다가 힘들고 재미없어서 그만 뒀는데 이분 운동은 힘도 안들고 따라 할만하다.  갇혀 지내는 동안 운동도 잘 해 봐야지. 하하. 

성경책 레위기에서 이상한 구절을 발견하여 '번역이 잘 못 된걸까?'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나의 무지를 깨우치고, 내 머리 위에서 지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새삼 발견했다. 처음에 나는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이 부분에서 언뜻 납득이 안 갔다.  그래서 영문 성경 여러가지 버전들을 살펴보면서 원뜻을 헤아려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깨달았다 - 아 우리는 보통 도의적으로 가난한 자의 편에 서고 힘있는 자에게 굴종하지 않는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지만, 어떤 법률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한 사람이 '가난하다'는 것이 과오나 잘못을 용서 받을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구나.  가난하거 부자이건 간에 도의적인 판단의 근거는 동등해야 한다. 만약에 동등하지 않다면  그거야 말로 가난한 사람을 욕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은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법률 앞에서 우선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이후에 인정이나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성경은 속독을 하는 과정에서도 새로 깨닫고 각성할 기회가 많이 있다. 

 

New International Version  ㅣLeviticus 19:15
"'Do not pervert justice; do not show partiality to the poor or favoritism to the great, but judge your neighbor fairly.

너희는 재판 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 할 지며

 


New Living Translation
“Do not twist justice in legal matters by favoring the poor or being partial to the rich and powerful. Always judge people fairly.

English Standard Version
“You shall do no injustice in court. You shall not be partial to the poor or defer to the great, but in righteousness shall you judge your neighbor.

Berean Study Bible
You must not pervert justice; you must not show partiality to the poor or favoritism to the rich; you are to judge your neighbor fairly.

New American Standard Bible
'You shall do no injustice in judgment; you shall not be partial to the poor nor defer to the great, but you are to judge your neighbor fairly.

 

 

어제 남편이 사다 준 아이스 커피 (왼쪽), 오늘 좀더 큰 사이즈로 사다 준 아이스 커피 (오른쪽).   온종일 아껴서 먹고 있다.  슬리브의 빨강색이 강렬하고 매력적이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나갈때까지 버리지 않고 모으면 몇개까지 모으게 될까?  착한 남편이 매일 아이스커피를 배달해 줄지도 모른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20:56

 

 

낮밤이 뒤바뀌어, 오후에 남편이 사다 던져주고 가버린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나서 아주 푹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성경책을 열어서 구약이 1,331 페이지, 신약이 423 페이지까지 표시가 된 것을 확인했다. (성경의 페이지 개념은 일반책 페이지와 약간 다르다. 한페이지가 몇페이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원전의 페이지를 옮기기 때문에 그런듯 하다.)  어쨌거나, 전체 페이지와 내가 여기 갇혀 지낼 날짜를 따져보고 구약은 하루에 170페이지씩, 신약은 하루에 90페이지씩 읽어나가기로 계획은 세웠다.

 

성경을 그렇게 빨리 읽느냐고? 어떤 경우에는 성경읽기 일주일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캠프도 있다고 들었다). 시간을 정해놓고, 주어진 시간 안에 통독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피드 리딩인데 -- 그렇게 설렁설렁 대충대충 읽어나가면 뭣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을 수도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Intensive reading vs. Extensive reading 의 문제이다. 빠르게 죽-죽-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것도, 한 줄 한 줄 사색하며 읽는 것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해마다 여름 방학때 성경 스피드 리딩을 몇 차례 했었다.  가가격리 기간을 '요나의 고래 뱃속 체험'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나의 성격상,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어 놓으면 -- 여태까지의 경험상 -- 늘 계획표보다 먼저 숙제를 끝내는 편이었다.  이제는 나도 늙어가고 있고 전 같이 빠릿빠릿하지가 않으니 알 수 없는데. 해 보면 알겠지. 

 

그런데, 성경 읽기에는 어떤 신비한 무엇인가가 따른다.  그것은 말로 설명이 안되고. 그냥, 정말로 하느님이 나와 함께 앉아 계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우선, 아까 잠시 창세기를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하느님이 인류에게 던진 최초의 질문이 무엇일까? (나는 오늘에서야 그것을 자각했다.... 그렇게 수차례 읽었어도 그 점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18:48

 

7월 2일 입국하여 보건소에서 검사받고 자가격리를 위해 마련된 장소에 들어옴.

7월 3일 오전에 위의 문자를 받음.

7월 3일 오후에 아래의 통지서를 전화로 받음.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격리기간을 채우고 나가라는 메시지로 보임). 만약에 양성판정을 받았다면 아래의 통지서가 아니라 -- 뭐 어디로 입원하라는 메시지가 왔을것이고 아마도 내가 들어온 이 건물 전체를 소독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며, 어제 비행기에서 시작해서 공항, 보건소등 내가 돌아다니며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아휴, 상상만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러므로 각자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제 오후 7시 쯤에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오전 9시에 문자를 받았다. 일단 음성 판정을 받아서 마음이 가볍다. 미국 공항에서 한국 공항까지 이동중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며칠간 감염 증상이 없다면 일단 안심하고 날짜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면 될것이다.  (내가 마스크 귀신딱지이니, 극도로 조심하고 마이크 착용을 열심히 한 것에 스스로 감사하자).   사람없는 미국 시골마을에서 혼자 산책을 할 때에도 나는 일단 마스크부터 챙겼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1) 마스크 꼼꼼히 쓰고 (2) 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3) 손 열심히 씻고, 이 세가지만 잘 해도 나를 돕고 남을 돕은 것이 아닌가. 

 

 

남편이 내가 먹을 햇반, 반찬 이런 것을 사가지고 들렀다.  "아이스커피 좀 사다 달라니까!"  감사인사 대신에 아이스커피 먹고 싶다고 신경질을 내니까 마스크 너머의 남편이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를 그냥 무의도로 보내버릴것을 그랬구나..."

 

 

인천 공항 근처에 '무의도'라는 섬이 있다. 대무의도, 소무의도 이렇게 있는데, 그 무의도의 한켠에 '실미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의도에 '자가격리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공무원,  경찰관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가지 정보를 얻어낸 모양이다. 가족이 없거나 마땅히 격리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무의도 격리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너를 그리 보내버리면 내가 이런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으련만...." (그의 한탄).   주말에는 가사도우미들도 쉬는 날이라며 주말동안 햇반 먹고 잘 지내라고 말하고 그는 집으로 갔다.  "아이고, 아이고, 아주 나를 실미도로 보내라. 내가 못 살겠다!!!" 이런 농담을 하면서 오랫만에 부부가 마스크를 쓴채 깔깔댔다.  이것도 '음성 판정'을 받았으므로 가능한 대화였다. 

 

그런데, 내가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자가격리자를 위한 식량 보급품'을 받았다는 블로그 내용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게는 아무도 먹을 것을 갖다 놓아주지 않는다.  뭐지? 나도 세금 다 내는데 왜 나는 잊혀진거지?  어차피 식량 보급품이 쌀이나 라면 뭐 그런 종류이므로 안받아도 사는데 지장 없으나, 남들 다 받는거 나만 안받으면 손해 본다는 느낌이지.  무인도에 나만 버려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우리 남편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였지? 아 뭐냐구?  (정부는 우리 남편이 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것일까?  --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대로 얌전히 자가격리 원칙을 준수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창밖으로 저만치에 내 연구실 창문이 보인다. 그 창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성경 통독을 시작한다. 2주에 성경통독을 하려면 하루에 약 200 페이지씩 읽어나가면 될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학교 근처 주상복합건물의 오피스텔이다. 에어비앤비로 자가격리 시설 승인을 받은 곳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준비해 주셨으므로 나는 얌전히 지내다 나가면 된다.  내가 오기 직전에 이곳을 사용하고 나갔던 사람이 뭔가 물건을 찾으러 왔는데 이웃대학 외국인 교수 같았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처럼 작은 호텔방에서 2주간 갇혀 지내야 할거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복층형 구조로 되어있어 아래 위 층 오르내리는 '운동 재미'도 있고 멀리 학교도 보이고,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휴양지에서 게으르게 아무데도 안나가고 뒹굴거린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깨어나서 여행 가방 좀 정리하고, 손빨래를 해서 2층 난간에 빨래를 널어 놓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위아래 돌아다니며 청소도 하고, 나름 사람 사는 것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이 겪는 일을 나도 겪을 뿐이다. 기왕에 하는거 모범적으로 착실하게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Posted by Lee Eunmee
카테고리 없음2020. 7. 3. 05:27

미국에서 출국 전 풍경

 

 

아틀란타 국제 공항 7월 1일의 풍경이다. 모든 면세점 및 카페등이 닫혀있다. 유일하게 문을 열어 놓은 매장은 Hudson 이라는 - 미국 공항에 가면 어디에서 있는 상점이다. 이곳에서는 여행객의 생필품 (과자, 음료수, 자질구레한 기념품, 책)을 판매하는데 여행객들을 위해서 유일하게 업무를 보는 것 같다.  다른 유명제품 면세점들은 모두 위와 같은 표시와 함께 닫혀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비교해보자면

 

한국은 거의 모든 업소 (상점, 식당등 소비자들이 찾는 곳)들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할것을 독려하는 편이고, 미국은 많은 업소들의 문을 닫아 놓은 상태에서 개인 위생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하여 너그러운 편이다. (마스크 착용의 예를 보면 한국은 삼엄하고, 미국은 도무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엉성하다.) 어프로치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을 바라 볼땐 "저 사람들이 도대체 제 정신인가? 왜 저렇게 무심한가?"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그들의 코로나 대처가 미숙하고 미개하다고 여겨졌는데, 막상 미국땅에서 이들의 삶을 지켜보니 그럴만해서 그러는구나 싶다.  뭐랄까. 인구 밀도도 조밀하지 않고, '설마' 하고 그냥 태평하게 산다고나 할까.  

 

 

내가 지내던 시골 작은 도시에서는 내가 마스크를 쓴채로 어느 매장에 가서 물건을 보고 있으면 -- 단지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나를 점원으로 착각하고 내게 와서 물건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매장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들은 자유롭게 마스크를 하거나 말거나 하니까, 예쁜 마스크를 쓴 나를 '점원'으로 착각들을 하는 것이다.  워싱턴 디씨로 가니 상황은 훨씬 엄중해졌지만 한국의 삼엄함에 비하며 새발의 피지 뭐.  나는 '사람이 귀해서, 사람을 반기는' 그런 작은 도시에서 지내다 왔으므로 뭐 딱 미국판 '웰컴투 동막골'의 행복한 아줌마였다. 

 

 

대한항공편으로 입국했는데, 아틀란타 공항에서 티켓을 받을 때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서 안내대로 전화기에 설치했다.  비행기 탑승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안내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명한 바이저를 한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94 마스크 위에 내가 수놓은 면 마스크 이렇게 2중으로 마스크를 했다.  좌석은 한칸씩 띄엄띄엄 배치.  통로 건너 편 내 옆자리에 앉은 신사분이 착석하자마다 마스크 벗고 있길래 신경이 쓰여서 승무원에게 그 분이 신경쓰인다고 말했다. 승무원이 곧바로 조치하고 그 신사분은 그 이후로 착실하게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학교에서도 마스크 귀신 할멈이었는데 뭐 어딜가도 마스크 만큼은 양보가 안된다. )

 

 

한국 도착

 

 

한국 입국 절차가 삼엄해졌다.  마치 옛날에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드나들때 미국 이민국 통과하느라 줄서서 기다리던 것처럼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우선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입국에 필요한 서류 세장을 나눠주며 기입하라고 했다. 한장은 세관통과용 늘 쓰던 것이고, 두가지는 코로나와 관련된 것들.  그것들을 줄서서 기다리며 하나 내고, 또 줄서서 또 하나 내고 뭐 이런 식으로 여러차례 줄을 섰다.

 

 

나는 직장에서 학교 근처 Air BnB 오피스텔을 하나 잡아 줬는데, 그 오피스텔 번호가 주소에서 누락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고 이메일을 확인하여 오피스텔 번호를 제출해야 그 마지막 입국 관문을 통과 할 수 있었다.  번호 확인이 안되면 통과가 안된다고. 뭐 한참 후 간신히 연락이 되어서 통과를 할 수 있었다. 

 

 

 

보건소 행

 

 

내가 입국 절차를 밟은 동안, 나를 픽업하려고 공항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서 텍스트가 왔다. 관활 보건소에 예약을 해놨으니 그리 바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학교에서 내 자가격리를 도와준 담당선생님이 내게 보내 정보로는 보건소에서 근무를 오후 6시까지만 하므로 그 이후에 도착할 경우 다음날 아침에 예약하고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는데 -- 남편은 오후 7시 30분 예약을 해 놨다니 이것은 무슨 조화인걸까?

 

 

 

남편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나를 기다리는 동안 거기서 근무하는 공무원,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르던 정보를 많이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연락해서 예약을 하게 되었다고. 

 

 

 

사연은 이렇다. 우리 학교 선생님은 해당 보건소의 웹사이트를 찾아보고 거기 적힌 정보를 내게 친절하게 안내해 준 것인데, 웹사이트 정보와는 상관없이 해당보건소에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시간대로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학교 선생님에게 이 정확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코로나 검사및 보건소에서 준 자가격리 물품

 

 

그 시각에 예약하고 나타난 해외여행자가 나밖에 없어서 가자마자 곧바로 검사를 받았다. 작년 겨울에 Flu A 검사 받을때와 같은 방법과 동일했다. 길다란 대롱을 콧구멍에 집어 넣었다 꺼내고, 입도 아 벌리라고 하고 뭔가 찍어내고.  아 그 콧구멍 검사가 찔끔 눈물이 나게 괴롭다. 딱히 아픈것은 아니지만 찔끔 눈물이 나게 톡 쏘는 데가 있다. 뭐랄까...바다에서 수영하다가 갑자기 코로 물을 삼킬때 코가 찡한거...뭐 그런 느낌하고 비슷핟. 아무튼 순식간에 벌에 쏘이듯 하는거니까 겁먹을 것은 없다. 

 

 

보건소 직원이 조그만 가방에 자가격리 물품을 건네 주었다.

 

  •  손소독제 큰 병 하나
  • 일반 스프레이 소독제 큰 병 하나 (청소하거나 비품에 뿌리는 것)
  • KF94 마스크 세장
  • 방역용 쓰레기 봉투 한장 (내게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
  • 14일간 사용할 일회용 체온계 (1개로 5회 검사 가능하다고 함) 

 

사실 '체온계' 관련 작은 실수가 발생했다.  보건소에서 나를 맞은 직원 분이 이 자가격리 꾸러미를 내게 주면서 "체온계도 들어있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이 꾸러미를 남편에게 주면서 "체온계도 들어있대" 했다.  내가 검사를 받고 나와서 차에 타려는데 -- 그 사이에 꾸러미를 확인하고 있던 남편이 "체온계가 없어" 한다.  그래서 다시 직원에게 가서 체온계 있다더니 없다 뭐 이럭저럭해서 그걸 받아왔다.  

 

 

 

뭐 안내판에는 '차량 이용객' -- 차량안에서 라고 적혀있었지만, 내가 차를 끌고 갔을 때는 차를 주차시키고 와서 검사받으라고 하더라. 저 안내문과 달랐다.  뭐랄까, 뭔가 허둥댄다는 느낌?  이런 현상에 대해서 딱히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담장 직원은 내게 친절했고, 성실하게 일을 하고 계셨다. 그냥 시스템이 뭔가 아직 정착이 안되고, 담당자도 갑자기 배정된 일이라 아직 뭔가 모르는 부분이 있고 그런것 같아 보였다.  전국민이 코로나 때문에 난리를 겪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불평을 한다면 내가 모자란 인간이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갔다. 2020, 7, 2.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