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ual Art2010. 2. 10. 11:40

 

 

2010년 1월 20일 National Gallery of Art, Sculpture Garden

 

 

건널목 너머로 보이는 것이 워싱턴 디씨 내셔널 몰에 있는 국립미술관의 야외 조각공원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이쪽은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의 서관(서쪽 건물) 앞이지요.  저만치에 워싱턴 마뉴먼트가 보이지요.  은색 밴이 서있는 뒷쪽으로 보이는 세모모양이 솔 레윗의 '피라미드' 작품이 있는 조각공원 입니다.  이 조각공원의 중앙에 분수대(연못)가 있고요. 봄, 여름, 가을에는 분수가 피어오르지만, 겨울에는 이곳이 스케이트장이 되지요.

 

조각공원을 지나 계속 가면, 자연사 박물관 (Smithsoni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 나오지요.  그 자연사 박물관 입구에는 화석처럼 변한 아주 오래된, 거대한 나무형상이 있고요, 그리고 쇠가 중간중간에 무늬를 이룬 아주 오래된 쇠바위가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자연사 박물관...의...소장품들은...지구가 만들어낸 예술품들이지요.  그리고 그 예술품을 가장 잘 안내할수 있는 사람은, 과학자들이지요. 

 

 

 

 

 

 

 

Four Sided Pyramid (4면의 피라미드)

First Installation 1997, Fabricated 1999

Concrete Blocks and Mortar

458.2 x 1012.2 x 970.9 cm

 

 

자, 여기 솔 레윗의 피라미드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국립 미술관 서관(West Building)입니다.

 

 

2010년 1월 20일 촬영

 

 

 

그러니까, 저의 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 저는 로댕 이외의 조각가나 조각작품에 대해서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요.  오죽하면 제가 '미국미술' 블로그를 열어놓고서는 평면적인 회화만 들여다보겠습니까.  저는 조각작품에 대해서 그냥 별 관심을 못 느낍니다.  그러므로, 제가 이 조각공원을 오가며 들를때에도 그냥 상식차원에서 부르조아의 거미라던가, 리히텐스타인의 작품을 쓱~ 보고 지나치는 정도였고요, 특히나 이런, (혹은,...이따위)  블럭으로 세워놓은 피라미드 따위, 관심도 없었다고 봐야지요.  헤헤헤.

 

 

그런데요, 제가 2010년 1월에 국립미술관 동쪽 빌딩에 있던 솔 레윗의 작품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난 후에, 며칠후에 이 조각공원 앞을 지나치는데, 이 피라미드가 눈에 띄는겁니다.  그리고는, 거의 본능적으로 혼자서 중얼거렸던 것이지요. "저거, 저거..저것은...솔 레윗인가봐..."

 

역시나,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솔 레윗의 작품이었던 겁니다.

 

 

저는 사실, 이것을 보고 나 자신이 왜 솔 레윗을 떠올렸던것인지도 스스로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솔 레윗의 어떤 본질을 파악하고 나자, 길거리에 서있던, 내가 무시하고 지나치던 이 피라미드가 문득, 소리를 내는 겁니다.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그래서 저절로 알아지는거죠. 

 

제가 http://americanart.textcube.com/371  페이지에서, 허시혼의 벽화를 통해 솔 레윗의 매력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적은 적이 있는데요. 사각형 안의 삼각형. 2003년 작품. 사실 이것은 어찌보면 피라미드이지요.  그리고 조각공원의 사면체 피라미드 작품은 1997년 작품인데요. 이 두 작품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두 작품 모두 '피라미드'를 표현한 것인데, 하나는 색깔로, 하나는 입체로 표현한 것이죠. 두가지 모두 사각형과 삼각형의 조화라는 면에서는 상통하죠.  그러니까, 제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허시혼 벽화에 햇살처럼 표현된 피라미드 형상을 기억하던 저는, 솔 레윗에 대해서 좀더 알게 된 후에, 길거리에서 이 피라미드를 보면서, 부지불식간에 이 조각물의 정체를 파악한거겠지요.

 

'부지불식'이라는 표현이 있쟎아요.  이것을 인지심리학적으로 풀이하지면 '암묵적 지식'이지요. 내가 안다고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알고 있는 상황.  나는 허시혼의 솔 레윗 벽화와  조각공원의 솔 레윗 피라미드를 의식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암묵적으로 파악을 한거죠.  (사람의 인식 체계는 우리 자신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신비하기까지 해요.)  그래서 '저것은 솔 레윗인가봐'하고 다가가서 확인해보는 순간, 아, 솔 레윗이었던거죠.

 

 

그런데요,  무조건 '감'으로만 무엇을 파악하는것으로 끝내서는, 지식의 탑을 세울수가 없지요. '감'이 맞아떨어질때, 혹은 막연히 무언가를 느끼거나 안다고 생각할때, 그때 우리는 논리적인 자세로 '공부'를 해야 하지요.  수업중에 저는 종종 "지금 그 개념을 당신의 언어로 설명해보라"고 요구할때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개 얼버무리며 "알지만 설명을 못하겠다"고 하지요.  "알면 왜 설명을 못하는가? 설명을 못한다면 당신은 정확히 안다고 할수 없다"고 저는 좀 쌀쌀맞게 대응하는 편입니다.  대충, 아는척 하지 말라는 주문인 것이지요.  뭔가 희미하게 파악은 하되,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안다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학문을 해야 하므로.   그렇지만, 제가 어떤 사람의 '감' 자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암묵적인 어떤 인지 과정이 분명 있지요.  그런데 학문에서는 이것을 구체화하고 논리화해야 하는 것이지요.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별 재미 없어보이던 '피라미드'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고, 어떤 감이 잡힐때, 내가 저절로 무엇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해서 나는 그것을 저절로 알게 되었을까?  파악해보려는 노력도 필요하죠.  음, 그것이 제가 사는 방식인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너처럼 그렇게 앞뒤 논리를 따져보고 그래야 해?  그것이 과학적이기나 한거야?  이런 반론을 제기 하고 싶은 독자도 있으실겁니다.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그냥, 그것이 제가 사는 방식이라는 것이지요. 모두 다 똑같다면 이세상 사는 재미가 없겠지요.)

 

 

 

솔 레윗이 그렇게 제게 다가와 둥지를 틀었습니다.

 

 

2010년 2월 8일 RedFox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