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ual Art2010. 2. 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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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4일 스미소니안 허시혼 미술관에서 촬영

 

워싱턴 디씨에는 참 매력적인 장소가, 많지요.  '제국'의 행정수도답게 모든 국립 박물관들을 무료로 개방해 놓고, 아무나 편히 느나들라는 여유를 부리는 덕에, 차비만 있으면 사실 일년 내내 백수질 하면서 쏘다닌대도 싫증이 안날만한 곳이지요.  워싱턴 디씨의 이런 무료입장 가능한 박물관들 중에서, 제가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 Hirshhorn 미술관안에서도 바로 이곳이지요.

 

이곳이 들어서면 개념미술 (Conceptual Art)의 창시자로 알려진 Sol Lewitt 의 큼직한 벽화가 그려져있고, 그리고 중앙에 전망좋은 유리벽과, 앉으면 침대처럼 편히 뒤로 젖혀지게 되는 무지무지 푹신하고 편안한 소파가 있지요.  이 소파의 품에 기대어 유리벽 밖을 내다보면 워싱턴에서 가장 아름다워보이는, 내셔널몰의 아름다운 박물관 건물들이 줄지어 보이지요.  자연사박물관도 보이고.  뭐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허시혼을 지나칠때면, 그러다 잠시 그곳에 들를때면, 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이동하여 전시장 한바퀴를 빙 돌다가 이 푹신한 소파에 기대누워서 긴 한숨처럼 다리를 펴고 창밖을 내다보기를 좋아하지요.

 

 

 

 

Wall Drawing #1113: On a wall, a triangle within a rectangle, each with broken bands of color 2003, acrylic

Drawn by Patrick Burns, Stevens Jay Carter, Larry Colbert, Megan Dyer, Joy Hayes, Thomas Ramberg, and  Michelle Talibah

 

Sol LeWitt 1928-2007

2009년 9월 24일 스미소니안 허시혼 미술관에서 촬영

 

 

 

이 그림의 작가가 Sol LeWitt 이라는 사람인데요,  이 사람 이름 Sol 을 말할때마다 '햇님'을 연상하게 됩니다.  오 솔레 미오 - 오 밝은 태양 너 참아름답다!  우리가 고등학교때 '필수적'으로 불렀던 이탈리아 가곡 오 솔레미오에서 그 솔이 햇님이라쟎아요.  그래서 솔~ 하면 눈부신 햇님이 연상이 되는거지요.  하필, 제가 솔 레윗이라는 작가의 존재에 대해서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작품도 바로 이 작품, 햇살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이리저리 반사하는 색채같은 이 눈부신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과 솔 레윗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려요. 

 

 

작품 제목이 길죠. 벽화 번호 1113. 사각형 안에 삼각형. 각 삼각형은 끊어진 색깔막대로 이루어져 있음. 말하자면 이것이 제목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것이 이 작품의 '개념'이기도 해요.  제목 아래에 Drawn by ... 아무개들이 그렸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지요.  그러니까 이 작품의 개념(제목, 지시사항)을 만들어낸 작가는 솔 레윗이고, 이 개념에 따라서 직접 벽화작업을 한 사람들은 바로 저기에 이름적힌 저 사람들이지요. 작가가 직접 와서 그림을 그리고 칠을 한것이 아니고, 작가는 '개념'만 적어줬고,  그걸 저 사람들이 와서 지시사항대로 구현해 낸 것이지요.  작가는 손하나 까딱 안했다구요.  이 작품에는 솔 레윗의 싸인도 없고, 그의 흔적도 찾아볼수 없어요.  단지 작품이 거기 존재할 뿐이죠.  이것이 말하자면 '개념미술'의 성격입니다.

 

 

 

 

 

Wall Drawing #356BB: Cube within a cube 2003, acrylic on wall surface

Drawin by Patrick Burns, Stevens Jay Carter, Larry Colbert, Megan Dyer, Joy Hayes, Thomas Ramberg, and  Michelle Talibah

 

Sol LeWitt 1928-2007

2009년 9월 24일 스미소니안 허시혼 미술관에서 촬영

 

 

 

 

 

 

 

2009년 9월 24일 스미소니안 허시혼 미술관에서 촬영

 

 

 

 

 

 

2009년 9월 24일 스미소니안 허시혼 미술관에서 촬영

 

 

 

 

 

2009년 9월 24일 스미소니안 허시혼 미술관에서 촬영

 

 

이곳은 제가 워싱턴 디씨에서 좋아하는 장소중에 열 손가락 안에 꼽는 곳입니다. 이 소파에 기대 앉으면, 참 푹신하고 편안하고 좋아요.  게다가 사람도 별로 안오는 곳이라서 하루종일 이대로 있을수도 있어요.  이곳에 누군가와 함께 와 본적은 없습니다. 어쩐 일인지 이곳에 오게 될땐 늘 혼자였습니다.  이곳은 워싱턴을 겉핥기로 하루이틀에 지나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아는 사람만, 한가로운 사람만, 백수만, 심심해 미치겠는 사람만 오는 곳이지요. 이곳에 들어서면 오늘처럼 흐리고 눈이 뿌리는 날에도 햇살이 쨍쨍 내리 쬐는 기분이 들것입니다. 솔 레윗의 그림이 있으니까.

 

 

2010년 2월 8일 RedFox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