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tch2023. 4. 17. 17:32

지난 주말 모 종편 방송에  '단군이래 최악의 다단계 사기꾼' 관련 이야기가 상세히 소개 된 바 있다. 주** 라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이 사람의 사기 행각으로 수많은 사람이 자살을 하거나 가족이 풍비박산이 났으며 아직도 그 고통속에 살아가는 사기 피해자들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그 사기범은 현재 감옥에 있는데, 감옥안에서도 여전히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해당 사기범의 변호인이었던 사람와 결혼 신고까지 했다고 한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 쇼킹 시사 프로그램 생각이 문득 나서 일요일에 교회에 다녀오는 길에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다단계 사기범 말이야..."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남편이 '주*도? 그 사람?'하고 곧바로 말을 받았다.  그 대규모 다단계 사기범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던 그 즈음에 (약 20여전의 일이다) 나는 국내에 있지 않아서, 이 내용을 처음 접하는 것이었는데, 당시에 남편은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 사람 나하고도 밥을 한 번 먹은적이 있지" 남편은 기억의 창고를 뒤져내어 먼지를 털어내듯 뿌연 기억을 털어 놓았다. "밥을 먹었다고? 그 희대의 사기꾼하고?" 

 

 

남편은 당시 활발하게 현직에서 일하고 있던 중이었고, 어느날 후배 직원이 '아무개'가 점심 초대를 했는데 함께 가자며 동행할것을 권했다고 한다. 그의 일이 경제인, 정치인, 서민 등 이런 저런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 취재하는 일이었고 그래서 '사람'을 한명 만나는 차원에서 그 점심자리에 나갔고, 그래서 그 사람과 한번 점심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기꾼을 만나니 어땠어? 어딘가 남달랐어? 언변이 기름지고 사람을 혹하게 할 만했어? 투자를 권유하지는 않았어?" 내가 호기심이 가득하여 그에게 묻는데, 남편은 별로 기억나는게 없다고 했다.  "돈봉투나 혹은 거액 상당의 선물을 주지는 않았어?" 내가 '취조'하듯 물어도 그의 대답은 애매하면서도 선명했다, "내가 원래 돈 봉투 안받고 선물도 거절하쟎아. 그러니 그 사람이 뭘 줘도 안받았겠지. 나는 그 사람하고 점심 먹었다는 것 외에는 달리 기억나는게 없어."

 

 

그래도 내가 다그치니가 그가 마지못해 기억의 창고를 뒤져내어 생각해 낸것으로는 - 그가 뭔가 자기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을 했는데, 그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아서 대충 흘려듣고 말았다는 것이다. 나의 취조가 끝날것 같지 않자 남편이 말했다, "나 원래 사람한테 관심 없는거 알쟎아. 난 그 사람한테 전혀 관심이 없었다니까." 

 

 

그래서 나는 취조를 중단했다. 맞다. 남편은 평생 '기자'를 했고 여러가지 '특종상'도 많이 받았지만 - 근본적으로 그는 '사람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 조금 비약시켜서 말하지면 '자폐' 증상이 있는 기자였을 것이다. 늘 '철학책'이나 들여다보는 그 사람은 '호구지책'으로 '밥벌이'를 위해서 '기자'가 되었고, 그 기자일을 아주 잘 해낸 사람이긴 하지만 - 그의 천부의 취향이나 재능은 사람에게 다가가서 '사람의 일'을 취재하기 보다는 어떤 '사실'에 집중하고 그 '사실'의 논리적인 전개를 들여다보거나 분석하는 데에 있었다. 내가 사람을 들여다보고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재능이 있다면 - 남편은 '컨셉'이나 '원리'를 들여다보고 그것의 진위나 논리성을 탐색하는 재능이 있다고 할 만하다. 

 

 

내가 그 사기꾼 주*도를 밥상머리에 만났다면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가 전하는 '이야기'와 그가 사용하는 '언어/단어/몸짓/표정'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를 통해 그의 '사람됨'을 들여다보고 내가 그를 '좋아할 것인지,' '싫어할 것인지,' '무관심 할 것인지'를 판단하려고 했을 것이다. 

 

 

남편은 사람을 만나면 그의 '논리'만 분석하고 앉아있다. 그는 이야기의 흐름에 발을 담그지 않는다. 그는 소위 말하는 '벽창호'이다.  여러사람이 모이는 사교의 자리 (동창회나 가족모임)에서 그는 '기인'이다. 그는 즐거운 이야기의 흐름에 들어오지 않고 자기만의 흐름속을 거닐다가 문득 '아까 이야기하고 지나간 화제'에 대하여 뜬금없는 이야기를 한다거나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런사람을 '벽창호'라고 부르는것이 맞는지도 나는 자신이 없다. 아무튼 그는 조금 이상하다. 사교적인 대화의 자리에서 그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간다.  그래서 나는 그와 '사교적인 자리'에 동행하는 것이 편치 않다. 그가 뜬금없이, 눈치없는 이야기를 불쑥 던질까봐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를 봐도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설명을 해 줘야 할 때도 있다. 그는 '사람'이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런 벽창호 같은 사람이 희대의 사기꾼을 만났을때, 그 사기꾼은 좌절 했을 것이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천치'같은 사람이 '유력인사'로 초대되어 그의 앞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내가 그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미안하지만, 주*도는 나를 현혹시키는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물론 사람과 눈을 맞추고 그의 이야기에 빠져드는등 '공감'능력이 뛰어나긴 한데 - 나는 태생이 '언어'학자이다. 나는 '언어'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그의 용모의 수려함이나 그의 품성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어휘'나 '동작,' '눈알의 움직임,' '얼굴 표정의 미세한 변화' 등을 관찰한다.  그러면서 그러한 요소중에서 내 맘에 안드는 요소가 발견되는 순간 '마음의 문'을 탁 닫아버린다. 금세 문을 닫아버린다. 그리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시사프로에서 흘러나오던 주*도의 특강이나 언행은 '언어'를 분석하는 내 눈으로 보기에는 '사기꾼'처럼 보였다.  원래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뺀지르르한 사기꾼 스타일. 전형적인. 내가 보자마자 피하는 종류의 외모. 

 

 

사기꾼 주*도의 이야기를 하던중 "나는 원래 사람한테 관심없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자세히 듣지도 않았어."라고 남편이 말할때, 나는 물었다, "사람한테 관심 없는거 알아.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에 끼어드는것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는 것도 알아.  그런데 옛날에 어떻게 나라는 사람한테 관심이 생겼어? 그때는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처럼 나하고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었어?"   "몰라, 그때는 내가 뭐에 홀렸던 모양이야. 나도 장가를 가야 했으니까 노력을 했던 거겠지."  이에 대하여 나는 대꾸했다, "아이고, 내가 사기를 당한거지. 인간과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을 정상인줄 알고 내가 ...사기를 당한거지." 

 

 

나는 요즘 한가지 주제에 관심이 생겼다.  희대의 사기꾼 주*도나 혹은 장흥지역에서 하늘궁을 차리고 장사를 잘하고 있는 허*영이라는 인물이나, 사이비교주 정*석이라는 인물이나 하여간 이런 '혹세무민'하는 사람들 -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들고, 사기를 치는 것일까?   아무튼 이런 자들은 멀리하는게 정답이다. (가까이 오면 위험하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