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tch2020. 12. 22. 12:55

 

미국집에 온지 열흘이 넘었다. 착실하게 콕박혀 지내다가 생필품을 사기위해 근처 월마트에 다녀왔다. 

 

월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서려는데 출구 앞의 자선냄비 앞에서 풍채좋은 털보 사나이가 요란하게 종을 울려댔다. 시절이 크레딧카드나 스마트페이로 가고 있으니 현금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도 수중에 현금이 없었다.  이럴때는 공연히 미안해진다.  이때 차의 캐비닛에 비상금을 숨겨 놓았던 것이 기억나서 50여미터 떨어진 내 차로 달려가서, 돈을 꺼내가지고 전속력으로 그 자선냄비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돈을 넣고 다시 차로 향하는 길. 털보 사나이는 종을 흔들어대며 내게 "Thank you very much! God bless you!" 를 외쳤고, 나도 마스크를 낀채로 "God bless you!!!"하고 기쁘게 외쳤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발견했다. 내가 전속력으로 달리느라 미처 못보고 지나쳤을 또다른 자선냄비가 길의 중간쯤에 하나 더 있었다는 것을.  월마트에 입구가 두군데 있었는데 내 차와 가까운 입구에도 자선냄비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왜 이 가까운 자선냄비를 못 보고 지나쳐 훨씬 먼곳까지 달려가야 했을까?  그 자선냄비 앞에도 구세군이 있었는데, 그는 냄비와 일미터쯤 떨어진 의자에 구부리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앞의 덩치 큰 털보 사나이에 비해서 젊고 호리호리한 몸매였다.  이 젊은 남자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이따금 건성으로 종을 흔들었다.  아, 내가 그를 발견하지 못한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 저녁, 해도 지고 주위는 어둡고 사람도 별로 없는 코로나 난국의 월마트 앞.  두개의 자선 냄비가 서 있었는데 한 냄비를 담당한 남자는 연신 종을 울려대고 있었고, 다른 한 남자는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의 파란 불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홀린듯 가까운 냄비를 못본채 지나쳐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먼 곳의 자선냄비까지 달려갔다. 

 

***

요즘 나는 성경통독을 하고 있다. 하루에 300 쪽씩 성경을 속독으로 읽어나가면 6일이면 구약, 신약을 마칠 수 있다. 오늘이 5일째이다. 구약을 마치고 신약으로 들어서서 사복음서를 마치는 것이 오늘이 숙제이다.  내일 끝낼수 있을까? 잘 모른다. 끝까지 가 봐야 안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끝낼수 있기를...

 

***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세명의 일꾼의 일화를 떠올린다.  세명의 일꾼에게 주인이 먼길을 가기전에 동일한 액수의 돈을 주고 잘 경영하라 한다. 한사람은 그것을 곱절로 불려놓는다. 또 한사람도 제법 불려 놓는다. 마지막 한 사람은 받은 액수를 그대로 간직한다.  예수님은 마지막 일꾼의 문제를 지적하셨다. 

***

자선냄비를 지키던 두 사나이를 생각한다.  월마트에 두개의 입구가 있는데 한쪽 입구를 지키는 사람은 연신 종을 흔들어 자선냄비가 있다는 것을 알렸고, 다른 쪽 사람은 한눈을 팔며 자리를 지켰다.  나는 한눈파는 그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종을 흔들어대는 사나이에게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오며 곰곰 생각했다. 나는 누가 보건 보지 않건, 사람이 오건 안오건 상관없이 오직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종을 흔들어대는 그런 사람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에 한눈을 팔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인가?   나는 '한눈팔이'임이 자명하다. 

 

 

우리 하느님께서 내게 '한눈 팔지 말고 깨어서 종을 흔들라'고 내게 가르침을 주시다. 

 

 

 

 

'Sket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의 뇌는 썩을지 몰라도  (0) 2021.01.02
무료 독감백신 접종 (Free Flu Shot)이라니...  (0) 2020.12.27
좋은 약은 입에 쓰나  (0) 2020.11.20
창문을 달았습니다  (0) 2020.11.12
희망  (0) 2020.11.10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