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tch2019. 11. 19. 15:04

인턴 남학생이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나타났다. 

나: "너 학기 마치고 군대가니?"

그: "네... (싱긋)"

 

학기가 끝나갈 즈음, 굉장히 고지식하고 평범하고 '저는 모범생입니다'라는 표를 온몸에 달고 다니던 남학생이 갑자기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거나 파마를 하고 나타난다면, 그는 99퍼센트 '난리'를 치고 있는거다.  군대 가기 전, 청춘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특히 평소에 얌전하고 딴짓 안하던 모범생들이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  '*지랄* 총량의 법칙'을 여지 없이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란 특히 아들 가진 부모들이 흔히 자조적으로 쓰는 말인데, 모범생이나 문제아나 결국 인간이 평균적으로 보이는 '지랄'은 다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어릴때 몰아서 하고, 어떤 사람은 뒤늦게 난리를 치고 그런 차이가 있을 뿐. 그래서 어릴 때 말썽 부리는 애들, 나중에 자라면 더 효도를 하기도 하고, 어릴 때 부모 속 썩이지 않던 자식들이 늙어서 부모 쓰러지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는 그저 그런 현상을 지켜 볼 뿐이다. (나는 내 '지랄'의 총량을 다 써먹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새삼 이 나이에 지랄떨게 뭐 있나 싶은 것이지만....사람 일은 죽을 때까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니 늘 스스로를 조심해야 하리라.)

 

"야, 너 군대 가면 나 어떡해?" 

 

내가 슬픈 표정으로 신세한탄을 하자, 이 착한 모범생이 빙긋 웃는다, "안 갈까요, 그럼?" 

 

가라, 가, 군대는 얼른 갔다 와야 하는거지. 어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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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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