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tch2019. 10. 31. 20:31

 

내가 '그 어떤 감리교회'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던 이유는 그 교회를 세웠다는 '원로목사'라는 분의 설교가 괴이쩍고 납득이 안갔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박근혜씨가 아직 대통령이던 시절, "세월호는 이제 그만 잊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그걸 문제삼아야 합니까" 이따위 소리를 해서, 내가 너무 화가 나서 '크리스마스 예배'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었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축제벌이는 곳에 '반대시위'를 하러 다니던 목회자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설교 시간에 다시 설교 재료로 삼았다. 

 

내가 그따위 교회를 그래도 꾸역꾸역 다녔던 이유는 단 한가지, 그가 곧 정년퇴임을 하여 물러날 것이라는 지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그 원로목사님의 휘하에 두명의 부목사님들이 있었는데, 이분들은 극히 정상적이고 바른 분들처럼 보였다. 설교도 정상적이었고 원만해 보였다.  그래서 저 이상한 노인이 정년퇴직하여 교회를 나가면 저런 정상적인 부목사님들이 목사님이 될 것이고 교회는 정상적이 될거야라는 얄팍하고 순진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간에도 부목사님 한분이 잔뜩 불행한 표정으로 사역하다가 따로 살림차려 나갈때 (개척교회하러 떠날때), 나도 그쪽으로 옮길까 하고 흔들린적도 있었지만, 그냥 귀챦아서 그 노인이 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게으른 인간이니까 조금 참아서 될 일이면 참는쪽으로 하는 편이다. 

 

드디어 올해 초에 고대하고 고대하던대로 그가 정년퇴임/은퇴를 하긴 했는데 '원로목사'라고 스스로 자기를 추대하였다. (그리고 그는 한달에 400만원의 원로목사 월급을 받아 간다고 한다. 은퇴후에 그의 얼굴을 한번도 교회에서 보지 못했지만 그는 한달에 400만원 생활비가 적다고 신경질을 부린다고 한다. 물론 그 월급은 그가 퇴직금조로 빼간 수억원과는 별도로 지급되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듣고, 그 다음부터 그 교회에 돈을 안 내겠다고 작정했지....  에라이 날도둑 목사놈아. ) 그리고 교회는 엉망이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그가 그 사층짜리 신축교회를 그대로 곱게 '남에게' 넘기고 물러날 생각이 추호도 없거니와,  교회는 (1) 지금 다른데서 목회를 하고 있는 그의 '아들'이 그 교회를 물려받는것이 마땅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일부 장로들과  (2)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교회 세습은 말도 안된다, 부목사님이 일 잘하시니 그냥 그 분이 자리 넘겨 받으면 된다는 일부 장로들의 전쟁터가 된 것이다. 

 

그 노인이 자취를 감춘 후 6개월동안 교회는 '원로목사파'와 '부목사파'로 '분단국가' 처지가 된 것 같았는데 '국민투표'식으로 전교인 투표를 해봐도 70퍼센트가 '부목사'를 새로운 담임목사로 추대하자는 찬성표가 나왔지만, 그렇지만 국민투표고 지랄이고간에, 지방 감리교단이 '원로목사'의 수중에 있었다.  자취도 보이지 않는 원로목사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 같았다.  결국 몇년 후에는 그의 아들이 그 교회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분분해졌다. 게다가 현재 부목사님은 '난'을 일으켰다고 징계를 먹는다나 뭐라나.   교회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에게 문의를 해보니, 교단이 원로들 수중에서 놀아나면 개혁이고 뭐고 없는것이 한국 교회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 지역 감리교단 자체가 완전히 썪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에잇.  어디가서 예수쟁이라는 말도 못하게 생겼다. 너무 부끄러워서.  예수님이 부끄러운게 아니라, 예수님을 팔아먹고 사는 목사라는 직업인들이 내 삶에 끼어들었다는게 챙피스럽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일단은 쫒겨나는 부목사님들이 손을 잡고 새로 세운다는 교회쪽으로 가서 예배를 볼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왜 이 썩어빠진 감리교단을 떠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1) 어차피 사방 눈씻고 찾아봐도 개신교 교단 전체가 썩어가고 있다. 희망이 없다. 의탁할 곳이 없다.

 

2) 천주교나 성공회에 간들 뭐 그들이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지.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한 인간의 후예들이 다 거기가 거기지. 사람 자체를 신뢰하면 안되는거다. 원래 나는 사람을 신뢰하지도 않는다. 

 

3) 그럼에도 나는 예수님께 의지하여 일평생 살기로 서약한 바, 어쨌거나 예배드리고 찬송하고 그래야 한다. 그러니 예배처에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튼 예배를 계속 드리기 위한 방편으로 새로운 교회로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 교회를 세우느라 고생중이신 목사님께, '나는 당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당신을 신뢰하지도 않소. 나는 단지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만을 믿을 뿐이오. 당분간 당신과 함께 예배를 보기로 했으니 한동안 좋은 길 동무가 되기를 희망하오' 뭐 이런 메시지만 보내놨다.  

 

미국 감리교는 '중앙에서 파송'하는 시스템이라서 목사들이 '이건 내가 세운 내 교회, 우리 아들 준다' 뭐 이따위 소리하는 작자가 없다. 공립학교 선생님들처럼 몇년 있다가 떠나면 새사람이 오고 그런다.  한국 감리교는 '이건 내교회, 내 아들에 아들에 아들에게 물려줄 내교회' 이따위 생각 가진 목사들이 넘치는 것 같다.  내가 다니던 미국 감리교가 새삼 그립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기도하고 찬송하고, 예수님 손을 꼭 붙들고 살고 있다. 

 

한국에는 참 나쁜 목사놈들이 많다. 에라이...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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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