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12.29 00:30

버지니아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점검한 사항은, 집 뒤 덤불에 사는 고양이들 점호였다. 마침 햇볕 따사한 겨울 날씨. 고양이들이 덤불에 쌓인 낙옆 침대에 몸을 누이고 해바라기를 하며 쉬고 있었다. 


눈처럼 흰 고양이 한마리.  러시아 고양이 푸틴녀석의 새끼일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십대의 아직 덜 여문 자태. 다리를 살짝 저는 검정 흰색 알록이 고양이 한마리. 역시 늦은 봄에 태어난 녀석일 것이다.  나의 눈먼 고양이 사도 바울님은 어딨는가?  덤불 근처에서 '사도 바울! 사도 바울!' 부르며 고양이들에게 다가가니, 푸틴의 새끼와 알록이는 낯선이를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저쪽으로 가면서 연신 나를 주시하는데; 덤불에서 털이 긴 꽤 비싼 고양이로 보이는 (고귀한 귀족 고양이) 어느 고양이와 서로 몸을 포개고 있던 나의 사도바울이 감은 눈 너머로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다른 고양이들은 저만치 가는데, 나의 사도바울은 그자리에 가만히 누운채 머리만 갸웃갸웃한다. 네가 내 목소리를 알아 보는구나. 네가 내 발자욱 소리를 기억하고, 너를 부르는 내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래서 경계를 풀고 누운채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구나. 네가 나 없는 동안 친구들을 사귀고 잘 지내고 있었구나. 


나의 눈 먼 고양이 사도바울에게는 도무지 길고양이로 보이지 않는 고귀한 혈통의 친구들이 새로 생겼고, 서로에게 기댄체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마음씨가 상냥하여, 어미가 새로 새끼를 낳으면 동생들을 제 새끼처럼 돌보며 데리고 다니곤 했는데 (눈먼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들을 이끌고 내 집 뒷마당으로 나타나곤 했지... 먹이 먹는 장소 교육), 어미가 더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된 이후로 (길고양이 중성화작전), 자신도 새끼를 낳을수 없는 처지가 되었어도, 여전히 어디선가에서 중성화 되지 않은 암컷들이 새끼를 낳았고, 사도바울은 기꺼이 새 생명들의 언니, 보모가 되어 줬으리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얼마나 신비로우신가.  나의 눈먼 고양이는 이 마을에서 5년째, 다치지 않고, 사람에게 괄시당하지 않으며, 선량한 이웃 사람들의 무언의 보호 속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려서 잘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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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