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Life2018. 10. 11. 11:02



전체 32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에 한 챕터씩 천천히 읽어도 32일이면 읽을수 있다.  속독을 하는 편이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인내심'을 발휘해서, 하루에 딱 한챕터씩만 읽었다.  읽고, 생각 좀 해보고 일부러 천천히. (성질 급한 사람은 '천천히'가 잘 안된다).


어느날 불교방송에서 한 스님이 금강경 강의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내용이 놀라웠다. 그래서 '금강경'을 좀 읽어봐야지 생각했다. (나는 심심하면 불교방송-천주교방송-기독교방송 세 채널 사이를 오가며 설법이나 설교를 듣는다.) 


법화경의 일부를 지금도 암송 할 수 있으므로, 불경을 읽는 것이 내게는 전혀 낯설지 않다.  뜻을 잘 몰라도 한문으로 씌어진 것을 대충은 읽을수도 있고, 대강 뜻을 해독할 수는 있다.  그래도 대강 떠듬거리며 간신히 해독하는 것과 '뜻을 이해하며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서, 금강경을 잘 설명해 놓은 책이 뭐가 있을까 책방을 뒤져 찾아보았다.  


우선은,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를 읽어볼까 생각했는데, 책을 들여다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뭐 원문만 늘어놓고 강의하는 식이다. 


다른 불교계에서 나온 책들은 어딘가 설명이 구태의연하고, 잘 다가오지 않았다. 법륜승이 쓴 빨간 하드커버의 이 책이 내 맘에 꼭 들었다. 



이유는

    1.  각 챕터 (장)별로 한문 원전을 적고, 바로 아래에 '한글표기'를 해 놓아서, 한문을 따라 읽다가 내가 모르는 글자가 나왔을때 한글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내게는 아주 편리하다.
    2.  바로 옆 페이지에는 이 한문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실어 놓았다. 역시 고맙다.
    3.  그렇게 첫 두페이지가 지나가면 '내용'이 나오는데 법륜승이 쉬운 한국어로 몇가지 중요한 불교용어를 설명해 주었고, 개념도 그의 평이한 언어와 에피소드로 설명을 해 준다.  
    4.  부록으로 금강경 전문과 바로 아래 '한글표기'도 함께 실어주었다.  만약에 금강경을 암송하고 싶다면 매일 한두차례 이 부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내어 읽으면 된다. 그러면 아마 한 백일쯤 소리내어 읽으면 경이 입에 붙을거다. (경험상). 
    5.  역시 부록으로 금강경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도 실어 주었다. 

이렇게 내 맘에 쏙 들게 편집을 해 주다니. 감사한 노릇이다. (책을 잘 만들었다).



금강경에서 가장 자주 나온 표현은? (틀릴지도 모르지만 내가 감지하기에는) 하이고何以故 이다.  (내가 전문적으로 한문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단언할수는 없지만) '그것은 어떤 연고인고 하니...' 이런 뜻일 것이다. 책의 번역 페이지에는 '왜냐하면'으로 해석했다.  이 '하이고'를 볼 때마다, '하이고 (아이고).....' 한숨섞인 홋잣말을 떠올리곤 했다.  '그 하이고가 이 아이고가 된건가?' 이런 잡다한 상념.





금강경은 '가을'에 읽기에 참 좋은 경이다.  다른 경들도 아마 가을에 읽기에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해가 이울어가는 계절이기 때문에, 만물이 유전하며, 사라지며, 뭐 그런 현상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성서의 '전도서'가 불경과 참 닮았다. 전도서를 꺼내 읽듯이 금강경을 꺼내 읽어도 좋으리라.  이 아름다운 글을 외울수 있으면 더 좋으리라.


'너는 예수쟁이'라며 금강경을 외겠다고? 미쳤니? --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나는 예수쟁이가 되었고, 예수쟁이로 죽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우상 숭배를 하지 말라'고 하셨지 불경 읽지 말라고 말씀하신바 없다.  예수쟁이도 수학 공부하고, 과학 공부하고, 철학 공부하고, 컴퓨터 공부한다. 불경 공부를 해서 안될 이유나 근거가 없다.  하느님을 좀 제대로 알으려면 그가 주재하시는 모든 것을 통찰해야 한다.  


최근에 내가 읽은 몇몇 뇌과학 책을 보면, 인간의 '뇌'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속고, 속이며, 의견을 바꾸기도 하고, 변화무쌍하다고 한다. 만물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나' 조차도 '일념삼천대계'를 찰나에 오가는 것이니 나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불교 경전의 말씀과 일맥상통 하는 대목이다.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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