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alking2016. 7. 5. 23:39


한국에서 한학기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가 매일 하기로 작정한 것은 -- '걷기'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리고 여러가지 여건상 한국에서 운동이 부족했다. 뭔가 몸 상태가 항상 찌부둥하고 개운치가 않았다.  '미세먼지'라는 뿌연 존재가 귀신처럼 창밖에서 늘 서성인다는 기묘한 느낌도 한 몫했다.  눈이 따끔거리거나 콧속이 입안이 매캐해지는 느낌. 집으로 돌아왔을때, 창밖이 온통 초록 나무와 잔디로 가득차고, 그걸 내다보며 소파에서 잠들때의 그 느낌이 어찌나 평화롭던지.  (아 여기가 지상낙원이구나... 이런  고마운 느낌.) 


그래서 나는 매일 숲으로, 호숫가로 걸으러 나간다. 최소 하루 7마일에서 10마일 이상. 전체적으로 매일 10킬로미터이상을 나는 숲속을 걷는다. 날씨가 쨍쨍할때도 숲이 우거져, 초록 물속을 유영하는듯한 기분으로 나는 걷는다. 


어제는 찬삐와 간단히 7마일쯤 걸었는데, 녀석이 물었다, "엄마는 그렇게 걸으시면 발목이나 발이 안아프세요? 저는 발목이 좀 부담이 돼요."  


"글쎄,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대답해놓고 보니, 온종일 걸어도 발목이나 무릎, 혹은 발에 아무런 통증이나 '문제'가 없는 내 발과 다리가 -- 걷기에 최적화된 '타고난' 구조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몸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상체는 하체에 비해서 가는편이다.  하체가 상체에 비해서 굵다고 해도 맞다.  좀더 살펴보면, 머리통이 큰 편이고 (그래서 얼굴도 크다), 목부터 엉덩이까지 상체에 해당되는 부분은 대체로 가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엉덩이 아래 -- 허벅지부터 발끝까지가 꽤 '발달되어 있다.'  다리뼈가 굵은 편이고, 발도 좁고 가느다란 아가씨발이 아니고, 딱 머슴놈 발같다.  다리는 균형이 잡혀 있지만 발목이나 종아리가 보통 여자들보다 굵다.  그래서 무릎 길이의 치마를 입을경우 발목과 종아리가 두드러져보인다.  이 경우 아예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다리 길이가 길어보이게 하거나, 아예 발목까지 오는 긴치마를 입어서 굵은 다리를 살짝 가리는 것이 내 패션 전략이다.  혹은 폭이 좀 여유있는 치마를 입어서 다리를 다소 가늘게 보이게 하는 수도 있다.  아무튼 내가 옷을 입을 때, 곱다랍게 가늘지 않은 내 종아리가 나로서는 스트레스이고, 치마를 고를땐 늘 A라인 무릎치마나 혹은 발목치마를 고를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의 패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내 다리의 구조가 -- 걷기 위해서 길을 나서는 순간 세계최고의 '황금다리'가 된다.  난 온종일 걸어도 더 걸을수 있고, 아무리 걸어도 발이나 다리에 부상을 입지 않는다.  물론 발바닥에 물집에 잡히기도 하는데, 그 경우에는 터뜨려서 물기를 빼내고 반창고를 붙이는 것만으로 처치가 끝난다.  좋은 신발만 잘 갖춰 신으면, 나는 일년 365일, 평생 걸어도 좋을것이다. 난 그냥 타고난 '걷는존재'일지 모른다. 


우리 언니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졌다. 참 부럽다.  한때 부러웠다.  지금은 별로 부럽다는 생각을 안한다.  길고 늘씬한 다리의 언니는 나보다 운동도 잘하고 여전히 날씬하고 부지런하지만 -- 과연 내 다리만큼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보통 사람처럼 쓰면 쓴 만큼 어딘가 아프고 문제가 생기고 그러아므로.  내 다리는 -- 그냥, 이건 하느님이 내게 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이다.  '코끼리다리' 혹은 '무다리' 인것이 약간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말이다. 


코끼리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 코끼리는 일견 느리게 걷는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사실 코끼리가 미친듯이 달려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코끼리도 필요하면 달리겠지만 대개는 걷는다.  느리게 걷는것처럼 보이지만 꽤 빨리 걷기도 한다.  그리고 코끼리는 오래 오래 아주 멀리 멀리 갈 수 있다. 난 슬슬 내 코끼리 다리에 대해서 막 자랑을 하고 싶어진다. 하하하. 


다시 한국으로 갈 시간이 올 것이다. 버지니아의 아름다운 자연, 내가 온종일 걸을수 있는 숲을 두고 가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내가 미국에서 가장 사랑한것이 -- '자연'이었구나, 실감하게 된다.)  애인과 작별하기 싫은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나는 매일 숲으로 간다. 나의 코끼리다리는 불평없이 나를 숲의 심연으로 이끈다.  (아, 한국에 있는 동안 3킬로 정도 체중 증가.  이걸 다시 빼고 가야 한다는 것이 내가 내게 부과한 '숙제'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먹고 퍼 잔것이 체중 증가에 주효했다.  갱년기로 다가가는 나의 나이도 한몫 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가면, 아, 여건상 많이, 오래 걷기가 어렵다. 난 도심에서 걸으면  시끄럽고 막 스트레스 올라간다. 공기도 안좋고. 해결책을 찾아야 해. 아무튼 한국 가기 전에 체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몸풀기가 끝났으니, 이제 왕복 15 마일 (24킬로) 코스를 일주일간  해 보고, 그게 제대로 되면 왕복 20마일 코스 (32 킬로)로 도전해보고.  그러면 내 몸의 시계가 청춘으로 돌아가겠지. 걷는 내내 나는 기도하고 사색하고, 노래 할 것이다.  


걷기를 마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체육관에 들러서 수영을 하고 몸을 씻고 오는것도 -- 지상낙원의 삶의 일부다.  하느님은 나를 정말 예뻐하신다.  이런 선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허락하시다니. 이 죄많은 내게.  







'Diary > Wal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miles: July 14, 2016 자라님  (0) 2016.07.15
16 miles: July 13, 2016  (0) 2016.07.14
코끼리 다리  (0) 2016.07.05
독립기념일  (0) 2016.07.05
Burke Lake  (0) 2016.07.04
빛을 향하여 걷기  (0) 2016.07.02
Posted by Lee Eunmee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