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는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로 'A river runs through it (1992)' 영화를 보았다. 20년 된 영화인데 지금 극장에서 상영을 한대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세월이 흘러도 아름다움이 퇴색하지 않는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본것도 20년 가까이 될 터이니, 구체적인 것들이 다 지워져 있는 상태라서 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Joseph Gordon-Levitt 이라는 잘생긴 배우가 이 영화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대서 들여다보니 '형' 노만 매클레인 어린시절 역할이었다.
내가 이 영화에서 20년 가까이 기억하는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칠 때, 글은 최대한 간결하게 쓰도록 지도하는데 -- 큰아들이 처음에 한바닥 쓴 글이 자꾸만 퇴짜를 받으면서 차츰 차츰 짧아져서 나중엔 한바닥이 한문장으로 줄어드는 장면. 문장의 간결성.
또 한가지는 다트마우스에서 6년간 대학 공부를 하고 교수 자리를 기다리는 동안 집에 와서 지내던 노만이 시카고 대학 교수 자리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아버지 서재로 향했을때 -- 아버지가 혼자서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읽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가서 한줄 낭송하고, 아버지가 이를 보고 한줄 낭송, 이렇게 서로 한줄씩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워즈워드의 그 유명한 ('초원의 빛'으로 알려진) 장시 Ode, Intimations of Immortality 의 마지막을 낭송하는 장면
Of splendou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 |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 |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 185 |
In the primal sympathy | |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 |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 |
Out of human suffering; | |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 190 |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 |
And O ye Fountains, Meadows, Hills, and Groves, | |
Forebode not any severing of our loves! | |
Yet in my heart of hearts I feel your might; | |
I only have relinquish'd one delight | 195 |
To live beneath your more habitual sway. | |
I love the brooks which down their channels fret, | |
Even more than when I tripp'd lightly as they; | |
The innocent brightness of a new-born Day | |
Is lovely yet; | 200 |
The clouds that gather round the setting sun | |
Do take a sober colouring from an eye | |
That hath kept watch o'er man's mortality; | |
Another race hath been, and other palms are won. | |
Thanks to the human heart by which we live, | 205 |
Thanks to its tenderness, its joys, and fears, | |
To me the meanest flower that blows can give | |
Thoughts that do often lie too deep for tears. |
그 장면만큼은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혀서 20년 가까이 나와 함께 지냈으리라.
내게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이렇게 서로 시를 낭송하며 교감할 수 있는, 혹은 함께 낚시를 하거나 함께 등산을 하거나, 뭐 그런 관계이리라. (이상적인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내 상상력의 너머의 세계이므로.)
역시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도 그 대목들이 여전히 내게 감동을 준다.
그래서, 원작에도 이 시 낭송 장면이 나오는가? 궁금하여 원작 소설이 담겨있는 킨들 책을 사고 말다. 책을 들여다보니 영화 대사 대부분 원작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옮겼다. 책도, 영화도 참 좋다.
이 원작은 노만 매클레인 (1902-1990)이라는, 시카고 대학에서 평생 문학 강의를 했던 문학교수가 70세가 넘은 후에 탄생시킨 것이다. 퓰리처 상 후보에도 거론 되었으나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http://en.wikipedia.org/wiki/Norman_Maclean
원작을 읽어보니, 문장이 간결하고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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