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ArtBookReview2013. 4. 24. 04:21

http://www.amazon.com/Curious-Incident-Night-Time-Contemporaries-ebook/dp/B000FC1MCS





며칠 전에 읽은 The Emphatic Brain (http://americanart.tistory.com/2321 ) 에서 저자가 '자폐증'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이 책의 일부를 인용한 바 있다. 인용한 부분이 매우 흥미로워서 이 책을 구해서 읽었다.


영국의 15세 자폐 소년을 일인칭으로 그린 소설 (아드리안 모올의 비밀일기의 -- 자폐증 소년 판 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미러 뉴론 (우리 신경계에서,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영하고, 모방하는 성향의 뉴런)을 논하는 책들에 종종 등장하는 에피소드중에 이런 것이 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자폐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면 나타나는 증상중에 이런 것이 있다.  가령, 초콜렛 깡통이 있다고 치자.  그 깡통 표면에 초콜렛 그림이 그려져 있고, 초콜렛이라는 이름도 씌어져 있고, 누가 봐도 다 알수 있는 초콜렛 깡통이다.  실험자가 그 초콜렛 깡통을 아주 어린이, 혹은 자폐증 사람에게 보여준다. 


연구자: 이 안에 뭐가 들었을까?

자폐인: 초콜렛.

연구자: 맞았어. 


그리고나서 연구자가 자폐인이 보는 앞에서 초콜렛 깡통을 열고, 초콜렛을 모두 꺼내 치워버린다. 그리고나서 그 안에 탁구공 한개를 집어 넣는다. 


연구자: 이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

자폐인: 탁구공

연구자: 맞았어.


이때 실험실에 '영희 (혹은 아무나)'가 들어온다.  연구자가 영희를 가리키며 자폐인에게 묻는다.

연구자 : (영희를 가리키며) 내가 저 사람에게 '이 깡통안에 뭐가 들어있나?' 하고 물으면 저 사람은 뭐가 들어있다고 대답할까?

자폐인: 탁구공.


이것은, 사물의 관계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나 혹은 자폐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 내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러 뉴론 연구자들은 이를 '미러 뉴론'기능의 미발달 혹은 결핍 등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


The Art of Racing in the Rain (http://americanart.tistory.com/2196 )이라는 책에서는 동물들의 (개의) 행동 패턴과 자폐인의 행동 패턴의 유사점을  잠시 설명하기도 한다. 짐승들은 대개의 경우 '변화'에 무척 민감하고 스트레스를 몹시 받는다고 한다.  수긍이 가는 것이, 우리가 야생 상태에서 산다고 치고, 내가 사슴이라고 가정해보면, 늘 있는 나무, 늘 있는 바위, 늘 흐르는 개울은 내게 무서울 것이 없지만, 늘 있던 나무 뒤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그림자가 지나간다면 -- 나는 포식자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자폐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 중에 이렇게 낯선것, 새로운 것,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 귀를 막고 웅크린다거나, 마구 소리를 질러 댄다거나, 사나운 행동을 막 해댄다거나. 


자폐증을 크게 두가지로 단순화 시켜서 분류하면 '고기능 / 저기능' 자폐 로 나눌수도 있는데, 자폐증을 보이된 두뇌의 어떤 기능이 탁월하게 나타나는 경우 (예: 세상과 담을 쌓고, 사회활동을 전혀 못하지만 -- 높은 수준의 수학문제나 물리 문제를 척척 풀거나, 천재적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거나...)가 있고,  그냥 여러가지로 사회성도 떨어지고 대인 능력도 떨어지고, 그래서 지능도 일정 수준에서 더이상 발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학'에 천재적 소질을 보이는 자폐증이라고 할 만하다. 이 사람이 보는 시각, 이 사람이 주변 사람들의 '언어'에 반응하는 방법이 흥미롭기도 하고, 소설 자채가 영국적 썰렁 유머로 가득하다. *영국적 썰렁 유머란 -- 대놓고 웃기자고 덤벼드는 일차원적 유머가 아니라, 심각해보이는데 돌아서보니 웃기는.* 


내가 이 웃기는 소설을 제법 진지하게 들여다 본 이유는 -- 외국어 학습자나 ESL학습자들 (그러니까, 영어 배워서 미국에 유학 나와 있는 사람들, 혹은 미국에 이민온 사람들, 아직 영어가 모국어처럼 자신만만하지 않고, 혹은 영어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 영어 뿐 아니라, 아무튼 이와 유사한 상황속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 어쩌면 이 15세 자폐증 소년이 보는 세상과 유사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유학생 (아무튼 남의 나라 언어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원어민'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현들이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고, 간단히 버스 타고 버스비 내는 것도 요령부득이고, 메트로 표를 사거나 갈아타는 것도 난해하고,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매우 스트레스 쌓이고,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매사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래저래 자폐증상 사람과 매우 비슷한 양태의 삶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외계 별에 떨어진 듯한 낯설음. 불안감. 


그래서 꽤나 공감하면서 -- 이 웃기는 소설을 심각하게 읽다.  :-)



꽤나 좋은 작품으로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영화도 나온다고. 유튜브를 뒤지면 하이스쿨 드라마 클럽에서 올린 드라마 무대도 볼 수 있고, 전문 드라마 팀의 드라마 광고도 볼 수 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