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9. 27. 00:59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92108


떡이 너무 작은가 아니면 분배하는 방법이 문제인가? 고등학교에서 사회시간에 인구와 자원의 문제를 논의할 때 제시되는 토론거리로 두 가지 가설이 주어진다. 아프리카 대륙을 위시한 지구의 특정 지역에서 사람들이 하루에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 해 볼 수 있다. 첫째, 지구에서 인간이 생산해 낼 수 있는 식량도 한계가 있는데 오늘날 인구가 너무 많아서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둘째, 식량은 전세계의 인구가 굶어죽지 않을 만큼 충분히 생산된다. 문제는 식량 자원이 골고루 분배 되지 않아서, 지구의 한 구석에서는 음식물을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또 다른 곳에서는 굶주리거나 굶어 죽게 되는 것이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생기는 식량문제라면 우리는 인구 조절에 집중해야 하고, 식량자원을 분배하는 구조가 잘 못 되었다고 본다면 자원의 고른 분배쪽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도 우리집 냉장고 구석에서는 오래된 빵이나 야채가 시들어가고 있다. 음식 찌꺼기가 무심하게 쓰레기 통에 버려지며, 우리 개 왕눈이는 고기를 달라고 보채는데 지구 어느 구석의 내 이웃은 주린 배를 물로 채우며 배부르게 먹는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문제는 인구가 아니라 분배에 있는것 같다.

 10월 1일자 주간지 타임(Time)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특별 기고를 특집 기사로 실었다. 이 기고문에서 클린턴은 세상을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다섯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클린턴과 클린턴재단(Clinton Global Initiative)이 세계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다섯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화기가 경제, 의료면에서 낙후된 지역에서 삶을 개선하는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반드시 스마트폰일 필요도 없다. 간단하게 텍스트만 주고받을 수 있는 전화기를 활용하여 의료 낙후지역 주민들이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한다. 

 둘째, 세계인의 삶을 위협하는 AIDS와 같은 질환에 대항하는 미국 정부, 제약회사와 같은 사기업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의 단결된 의지가 치료비를 낮추고 희생자를 줄이는 데 앞장서 왔으며 이러한 단결된 노력이 여러가지 영역에서 확산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소아 비만에 맞서서 학교에서만이라도 당도가 높은 탄산음료를 제한해야 한다는 운동도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다.

 셋째, 지구 환경을 살리는 무공해 에너지의 생산 및 활용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태양 일조량이 많지 않은 독일에서 하루에 생산해내는 태양력 전기는 22기가 와트인데 이것은 20개의 핵발전소가 생산해 내는 양과 맞먹는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활용은 공상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넷째, 전 지구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고 있다. 특히 여성 인권이 낙후된 것으로 보였던 중동지역의 경우, 2002년부터 바레인에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성 고학력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다섯째, 비록 여기저기서 충돌와 문제가 일어나고 있으나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로 적대적인 문화권의 청년, 학생들이 힘을 합쳐 비영리단체 활동을 조직해 내고 있다. 중국과 대만 출신의 학생이 힘을 합치고, 파키스탄과 인디아 출신의 대학생들이 팀이 되어 사회 발전의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퇴임 이후, 클린턴 재단을 이끌면서 전 지구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클린턴의 세계관은 희망으로 가득차 보인다. 오늘도 지구 여러곳에서 반목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구는 여전히 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 천 명의 사람들을 먹이셨다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골고루 서로 사이좋게 노나먹고 도우면서 살라는 참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원리. 지구상에서 식량이 바닥이 난 적은 여태 없었다. 문제는 우리가 가진 것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서로 돕는가 하는 데 있을 것이다. 



2012/9/26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