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8. 22. 20:42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67859

 

과자를 좋아하는 치타가 있다. 치타는 과자를 먹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나 끈질긴 치타는 외친다. “반드시 먹고 말 거야! 치토스!” 십여 년 전에 내가 한국에서 살 때 텔레비전에 나오던 과자 광고문구다.

나는 그 과자를 입에도 댄 적이 없지만 광고 동영상 속의 치타의 외침만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치타가 딱해 보이기도 하고, 참 끈질기다 싶기도 하고.

 지난 7월부터 10월20일 사이에 미국의 각 지역에서 다가오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선거인 등록, 즉 재외국민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거나 혹은 영주권자인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선 치러야 하는 신고식이다.

 나는 지난 봄 총선에 대학생 아들과 함께 신고와 투표를 한 바 있다. 미국에서 성장한 아들은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총선에 참여한 이후에는 한국의 정치 사회에 관심을 갖고 시사토론장도 찾고 한다. 역시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이 효과가 크다.

 그래서 지난주, 아들과 나는 함께 영사관에 부재자 신고를 하러 가기로 했다. 아들은 영사관에 가자는 말에 두말 않고 스스로 여권이며 신분증 등을 챙겼다. 그런데 막상 행장을 차리고 나서 보니 내 여권이 안 보이는 것이다. 여권이 중요한 서류이니 아마도 너무 깊이 챙겨놓은 것이 사단이었다. 결국 그날 하루는 온 집안을 뒤져서 여권을 찾는 것으로 다 보냈다. 덕분에 대청소를 한번 했다.

 드디어 그 다음날, 일찌감치 차를 달려 영사관에 도착했는데 웬걸, 문이 안 열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영사관 뒷마당에서 나오더니 우리를 발견하고는 설명을 해주신다. “오늘 광복절, 국경일이라서 영사관 문 닫았대요.” 그분도 나처럼 한국 국경일을 잊고 왔다가 허탕을 치셨다고.

 연거푸 이틀을 허탕을 치니까 아들이 좀 실망스러운 눈치를 보이길래 녀석에게 말해줬다. “너 치토스를 잊었니? 네가 좋아하던 과자 치토스 말이다. 치타가 뭐라고 외쳤지? 반드시 먹고 말 거야, 치토스!”

 그 이튿날, 우리들은 ‘위풍당당’하게 영사관 문을 활짝 밀어젖히고 들어가 부재자 신고를 했다. 신고에 필요한 서류는 대한민국 여권이나, 미국 영주권자의 경우 그린 카드, 운전 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 할 수 있는 서류가 될 것이다. 비치되어 있는 신고서를 형식에 맞게 기입하고, 신분증을 제시하면 담당자가 필요한 서류를 복사하여 보관한다. 신고서에 이 메일을 적어 넣으니 신고 후 한 시간도 안되어 등록이 되었다는 확인서가 이 메일로 날아왔다.

 이 글을 적기 위해 지난 봄 총선의 재외국민의 투표현황 자료를 살펴보았다. 재외국민 유권자 223만3193명 중에서 2.48%가 실제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미주지역의 경우 전체 유권자중에서 선거인 등록을 한 사람은 2.7%라는 집계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 절반도 안 되는 사람들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 백 명중에 실제 투표 참가자는 두 명도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예산을 들인 재외국민 투표가 실적이 미미하다며 재외국민 투표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돈 들였는데 효과가 없다고 집어 치우자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분들께 ‘첫 술에 배부르랴’는 한국 속담을 보내드리고 싶다. 투표율이 낮으면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개선 해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한 표의 권리를 누리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지 이제 간신히 시작한 것을 무르자고 해서야 되겠는가.

 미주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지리적으로 도저히 투표에 참여하기 힘든 경우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아 한 시간 안에 투표장에 가서 해결 할 수 있지만 온종일 자동차를 달려 투표하러 가야 하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분들을 구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떠난 후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나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냈다. 이번에는 나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다. 내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절대 놓칠 수는 없다. “이번엔 반드시 먹고 말 거야, 치토스!”

 

2012,8,22,lem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