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446630
매일 평균 한 명의 현역 미군이 전쟁터가 아닌, 후방의 복무지에서 자살을 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 병사들이 현장에서 전사하는 숫자보다 더 많은 병사들이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공영라디오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이나 뉴스전문 케이블채널 CNN을 위시한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 일제히 다룬 기사 중의 한 가지는 미국 현역 군인들의 자살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7월23일자 주간지 TIME이 이 문제를 특집 기사로 담았다. 우리는 흔히 전쟁에 참전하고 퇴역한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외상후 증후군(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과 같은, 각종 정신적 신체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전쟁터에 나가본 적도 없이 비교적 안전한 후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자살 숫자가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의관 마이클 매카던은 군 입대 후에 여러 가지 공을 세우고, 의대에 진학하여 군의관이 된 중년의 장교였다. 그는 최근에 자녀 셋을 남긴 채 하와이의 근무지에서 자살을 택했다. 하와이는 전쟁터가 아니지 않은가? 이안 모리슨은 2007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아파치 헬리콥터 조종사가 된 전도 유망한 젊은 장교였다. 그는 텍사스의 자택에서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총을 겨눴다.
군 관련자들은 이런 자살에 대해 대개는 ‘집안 일이나 애정 문제 때문에 장교나 사병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고 덮으려 들지만 막상 가족의 입장은 다르다. 사망한 사람들은 이미 오랜 기간 우울증에 시달려 왔고 스스로 이를 극복하거나 도움을 받으려 노력했으며 부인들도 적극적으로 남편을 도우려 애썼지만 막상 이들의 근무지인 군부대에서는 이런 우울증상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자살한 군의관 마이클의 부인이 사고가 일어나기 전 용기를 내어 남편의 상관을 만나 마이클의 우울증세를 의논했을 때 상관은 자신의 휘하 장교 중에 우울증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후에 부대 안에서 마이클의 시신을 발견한 이는 바로 그 장교였다. 헬리콥터 조종사 이안이 스스로 정신적 질환을 인식하고 애타게 군 병원을 찾아 우울증을 호소할 때 그가 받은 처치는 ‘수면제’ 몇 알 정도였으며 그가 위기를 느끼고 군 상담소에 전화를 걸었을 때 받은 대답은 ‘기다리라(Hold)’는 것이었다. 그는 자살 직전까지도 대답 없는 우울증 상담소에 애타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통계를 보면 200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그리고 2003년 이라크에 파병된 이후 10여 년간 육군의 자살률이 급등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올해 육군에서 186명의 자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미국의 민간인 자살자의 수를 넘어서는 것이다. 공군이나 해군, 해병대에서 발생하는 자살자까지 합치면 평균 하루에 한 명 꼴로 미군의 자살이 이어지는 셈이다.
미군 자살자의 95%가 남성이고, 80%가 백인이며, 47%가 25세 미만이다. 자살한 지역의 통계를 보면 83%가 미국 영토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라크나 아프간과 같은 전방에서는 10%, 그 외 지역에서 7% 발생했다. 지난해의 통계를 보면 미군 사망자 전체에서 26%가 전사, 20%가 자살, 17%가 교통사고, 6%가 암, 18%가 그 외의 이유로 유명을 달리했다. 민간인 남자 17세에서 60세 사이의 자살률이 7%인데 비해서 미군 자살률이 20%라는 것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미군의 자살률이 늘어나고 있는데 미군의 대책은 무엇인가? 이들은 아직도 자살률이 늘어나는 원인규명이나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 진행되는 전쟁이 후방 사람들의 정신건강까지도 해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쟁에는 전방 후방이 따로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마음이 아파서 생기는 우울증이 전쟁보다 무섭게 후방을, 우리 삶을 교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전후방에서 근무중인 병사들의 건강을 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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