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Column2012. 3. 21. 20:24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79841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381526

 

 

 

동물도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을까? 동물에게도 언어 능력이 있을까? 언어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교양 수업 중에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언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것이다. 인간들이 구사하는 언어에는 보편적인 구조가 존재하고, 이러한 언어구조 능력은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논리를 펼친 학자로 노엄 촘스키 (Noam Chomsky)가 있다. 요즘 그는 언어학자이기보다는 진보적 지성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언어 능력이 있을 거라는 가정하에 동물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나 진화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영장류 침팬지가 이들의 언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1973
년 갓 태어난 침팬지에게 님 침스키 (Nim Chimsky)’라는 이름을 붙인 연구팀이 침팬지의 인간 언어발달 연구를 시작한다. 태어난 지 2주 만에 엄마 품에서 떨어진 님 침스키는 인간의 아기가 자라나는 환경과 똑같이, 인간의 가정에서 인간 대우를 받고 성장한다. 그리고 전문 교사들이 이 침팬지에게 언어 학습을 시킨다. 이 침팬지는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미국 수화를 토대로 극히 기초적인 어휘들을 습득해 나간다. 3년여의 교육과 관찰 끝에, 연구진은 침팬지가 인간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구를 중단한다.

            
여기까지는 교양 과정 언어학 수업에서도 많이 소개되는 일화이다.  그런데 연구가 실패로 돌아간 후에 님 침스키는 어떻게 되었을까? 님은 원래 그가 태어난 동물 연구소의 철창 안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아이로 성장하던 님은 다른 침팬지들과 똑같이 철창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다. 그 후에는 신약 연구팀에 실험용 동물로 팔려 간다. 그는 각종 백신의 생체실험 동물로 이용되다가 간신히 구출되어 야생동물 보호소로 보내졌다.  그 보호소에는 동료 침팬지가 없었고, 그는 우리에 갇힌 채 2000 26세로 사망하기에 이르도록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이 침팬지가 죽을 때까지 그를 찾아가 친구가 되어준 이는 그를 인간의 아기처럼 끔찍이 아끼던 그의 보모들이나 연구자들, 교사들이 아니었다. 동물 연구소에서 그를 친구처럼 대하던 동물원 직원이 언어 교육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침팬지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죽을 때까지 그의 벗으로 남았다.



2011
년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영화인 프로젝트 님 (Project Nim)’은 이러한 님의 일생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해에 이와 흡사한 영화 한편이 출시가 되었다. 제목은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인데 사람들은 이를 고전 영화 혹성탈출시리즈의 전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 비행사가 불시착한 이상한 별은 유인원들이 지배하는 땅. 우주비행사는 결국 그 유인원의 땅이 바로 자신이 떠나온 지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혹성탈출을 나는 어릴 때 흑백 텔레비전으로 본 적이 있다. 지구가 어떻게 유인원의 땅이 되었는지를 2011년에 출시된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인데, 참 놀랍게도 이 영화와 거의 유사한 침팬지 학대가 사실은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니, 님 침스키의 기구한 몰락과 영화 속 침팬지의 파란만장한 역정이 너무나 일치해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침팬지가 인간 언어를 습득할까 하는 연구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인데,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침팬지에게 바나나이라는 단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침팬지에게 바나나를 물에 넣어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침팬지가 바나나를 창 밖으로 휙 던졌다. 몇 번이나 같은 지시를 해도 침팬지는 똑 같은 짓을 반복했다. ‘역시 침팬지는 안돼……’ 연구자가 한숨을 쉬며 창 밖을 내다보니 창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고 한다.



내일은 대학원생들과 국립 동물원에 필드트립을 나간다. 침팬지 사육장에 가서 침팬지들을 관찰하며 간단한 언어 실험도 해 보려고 한다. 문득 궁금해 진다. 인간 언어를 침팬지가 잘 못 배운다고 치고, 인간은 침팬지의 언어를 얼마나 잘 배울 것인가?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