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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7. 17. 02:12

(사진 클릭하면, 모니터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는 풍경이 나온다)




아이폰,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어본 호수 트레일 풍경. 오른쪽에 허옇게 들떠 보이는 것이 호수. 왼쪽은 울창하고 빽빽한 숲.


화씨 백도가 넘는 한 낮에도 일단 숲에 들어서면 서늘하다.  4.5 마일 (7.2 킬로미터) 호수를 한바퀴 돌 때 딱 두군데 땡볕에 노출되는 지점이 있다. 오른쪽 뚝방길 (약 100미터), 반대편 호숫가 (약 10미터).  서늘한 숲길을 걷다가 중간에 이 땡볕 지점을 지날 때는 -- 오히려 직사광선의 따가움이 반갑다. 눈부신 햇살마저도 정겨워진다, 서늘한 숲에서 나오면.


뚝방길 100여미터는 내가 유일하게 '달리기'로 통과하는 지점. (햇볕 알러지로 따가울까봐 후다다다 뛰어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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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7. 1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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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왜 물가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까?  궁금해서 나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짝짓기도 아니고 알 낳기도 아니고.  내가 파악하기로, 나비는 '식사'를 하기 위해서 물가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나비는 '음식'을 먹는것이 아니라, 주둥이 빨대로 '액체'를 쭉 빨아들인다고 한다.  꽃에 앉아 꿀을 빨아먹거나, 나무 수액을 빨아 먹거나, 혹은 흙속의 미네랄을 빨아 먹거나.  어찌 되었건 '액체' 상태의 식량을 빨대로 빠는 것이 나비의 식사 방법이다. 


그러니까, 나비는 물가의 촉촉한 수분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빨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도, 나비들이 모여 앉은 자리를 관찰 했는데, 호숫가 습지대, 그 습지대 중에서도 숫가락 자국만큼 뭔가 촉촉한 것이 남아 있던 자리가 그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었다.  내가 하도 궁금해서 '저 액체가 뭘까?' 한참 들여다 봤었다.  새 오줌이나, 새 똥이나, 혹은 뭐 난 알 수 없지만 나비에게 꼭 필요한 어떤 물질이 거기 있었을것이다. 


나비는 (애벌레 단계를 지나고, 누에고치에서 벗어난 날개달린 나비) 대체로 나비 상태에서 한달 정도 산다고 한다.  '황제 나비'같은 특별한 몇가지 종류는 바다를 건너 멀리멀리까지 날아가는데 그 친구들은 9개월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아주 작은 나비들은 일주일 살고 죽는다.  비가 오는 날, 나비는 나뭇잎 아랫쪽 깊은 곳에 밀착해 숨어서 비를 피한다고 한다.  수명이 한달이라고 해도, 많은 수의 나비들이 다른 곤충들한테 잡혀 먹으니까 한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나비들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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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7. 1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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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보고, 오늘도 다시 발견한 것.  


보통 배추 흰나비보다 날개 길이가 훨씬 큰 이 나비들이 다섯, 여섯마리씩 무리를 지어 물이 찰랑거리는 호숫가 축축한 흙에 모여 앉아 '무엇인가'를 한다.


짝짓기를 하는것 같지 않지만, 내가 상상 할 수 있는 것은 -- '짝짓기'와 '알 낳기' 밖에 더 있겠나. (나비에 대해서 굉장히 무식한 나.)


물가에 알을 낳는다는 말인가?  (알이 떠내려 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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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친구들은, 처음에 내가 다가갔을 때에는 화들짝 놀라서 날아 오르더니, 내가 움직이지 않고 그자리에 그대로 있자, 겁도 없이 내가 카메라 (전화)를 막 들이대는데도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있다.  뭔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뭘 하는지 물어봐도 대답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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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두마리, 한마리 이렇게 찍혀있지만, 두마리씩 쌍을 지어 서 있기도 하고 혼자 있기도 하다가, 저리 날아가서 셋, 셋 이렇게 무리를 지어 있기도 하고. 



나비 구경 실컷 했다. 바람 솔 솔 부는 호숫가에서. 물결소리 찰랑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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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보면, 영화 <빠삐용>이 생각나고, 주제곡에 가사를 붙인 Free as the wind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영화에 나오는 무수한 나비떼. 나비 사냥 그런것이 일제히 떠오른다.


Yesterday's world is a dream like a riverthat runs through my mindMade of fields and the white pebbled streamthat I knew as a childButterfly wings in the suntaught me all that I needed to seeFor they sang sang to my heartoh look at me look at meFree as the wind free as the windthat is the way you should be.Love was the dream of my lifeAnd I gave it the best I knew howSo it always brings tears to my eyeswhen I think of it nowGone like the butterfly daysAnd the boy that I once used to beBut my heart still hears a voiceTelling me look , look and you will see
 
There's no regret that I feelFor the bitter sweet taste of it allIf you love there's a chance you may flyIf you fall, well you fall
 
Rather the butterfly lifeTo have lived for a day and been free
 
For my heart still hears a voiceTelling me look and you will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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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7. 1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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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 호수는 빼어난 호숫가의 풍경과 물빛도 예술이지만, 숲길에 깔린 '이끼'가 그 매력을 더 해 준다.  


이끼가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 습도, 그리고 그늘이 있어야 하리라. 이끼가 있는 곳은 늘 촉촉하고 시원하지. 끈적거리지 않는 적당량의 습도.


삼림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는 특히 정오, 태양이 강하게 내려 쬐는 시간에 가장 활발하게 뿜어진다고.  그래서 삼림욕은 한 낮에 하는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새벽 산책이 시원하긴 하지만 피톤치드 효과는 한낮이 최고. 


오늘 버크 레이크에서 '블루제이'의 아름다운 파란색 꽁지 털 하나를 주웠다. 파란 바탕에 검정 줄무늬.  블루제이 꽁지털 하나를 주워놓고는 푸른 보석이라도 하나 얻은 듯 잠시 의기양양.  크고 노란 황제 나비떼가 꽃잎들처럼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도 보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니 이리저리 팔랑거리고 흩어졌다가는, 내가 호수 구경하다 돌아보면 역시 같은 자리에 모여 앉아있었다.  내 주위를 맴 돌듯 팔랑거리며 돌기도 하고.  나비 천국.  말 없는 고요한 신사 '블루 헤론'이 물 위를 헤엄치듯 낮게 나는 것도 보았는데, 그 '말 없는' 신사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꺼억 꺼억'  캐나다 거위같은 울음 소리를 내는구나. 


즐거운 숲속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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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6. 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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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께서 주신 깜짝 선물. 

집 근처에 꼭꼭 숨어있던 '끝이 없이 이어진' 숲길.  매일 새벽, 그 숲길을 마음 가는대로.... 


새벽, 물가의 뿔사슴 세마리. -- 믿음, 소망, 사랑.




이 길을, <기도의 길>이라 칭하고, 매일 아침 숲으로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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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6. 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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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netwalker: 22 years of walking, 17 years of silence 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몇해전에 사서 읽고, 지금도 내 책꽂이에 잘 챙겨두는 책인데, 제목 그대로  22년간 탈것을 타지 않고 걷기로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고 17년간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 가운데 박사학위 공부까지 마친 '기인'의 자술서.


오늘 아침, 드디어 걸어서 나의 '일터'에 도착했다.  4마일.  왕복하면 8마일. (차를 안 가지고 왔으니 결국 왕복을 할 수밖에 없다.)


2마일은 찬홍이와 함께 걸었고, 그 이후에는 각자 제 갈길로 가느라고 헤어졌다.  우리 찬홍이가 이사 오자 마자 자전거를 도둑 맞았는데 -- 우리 식구 중 아무도 그 자전거 도둑을 원망하는 이는 없다.  걸으면 되니까. 그리고 체중을 조금 줄여주는게 좋을 찬홍이에게는 자전거 타고 다닐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찬홍이는 요즘 많이 걸어 다니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 날씬해져 있을 것이다.



그래도 차들이 쌩쌩 달리는 대로 변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라,  '뚱뚱해 보일까봐' 안 입던 노란 셔츠도 꺼내 입었다.  도로변에서는 운전자들의 눈에 띄어야 안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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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차로 지나치며 신기해 하던 '선인장' 농장같이 온통 앞마당에 선인장을 심어 놓은 그 집 앞을 걸어 지나며 꽃 구경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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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저기 일자로 곧게 뻗은 저 길을 내가 걸어 왔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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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치커리 꽃도 몇송이 따고.


내 친구 클레어가 점심에 학교로 놀러 오기로 해서, 빵집에 들러서 둘이 먹을 작은 케익조각도 한개 사고.  아, 다 왔다. 한시간 1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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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6. 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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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빌 브라이슨이 A Walk in the Woods 에서 신랄하게 비평한 것처럼 (다른 걷기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비난) '걷기'에는 최악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식품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자동차 공화국'이다.  땅이 넓다보니 공간적으로 듬성듬성 자리 잡은 편의시설들은 '자동차'로 오고 갈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차가 없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근처 마켓에 버스를 타고 다녀오려면 한 나절이 걸린다), 운동부족 현상은 '뚱보 나라' 미국을 완성시켜 가고 있다. 


그래서, 걸어서 5분 - 10분 거리 안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 시설'이 다 있는 현재 나의 위치는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어떤 현상이라 할 만하다. 


다음주에 한국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위한 작별 선물을 만들고 있는데, 단추가 필요해서 근처 크래프트 샵에 다녀왔다. 마치 한국에서 동네 가게에 나가듯 슬슬 바람쐬며 걸어가면 당도하는 쇼핑 몰.  마땅한 단추 고르고, 동네 상점 기웃거리다가 다시 바람 쐬며 돌아오는 길. 


여기서 내가 근무하는 곳 까지는 직선거리 4마일.  찬홍이가 집에서 출발하여, 걸어서 내 연구실까지 오는데 한시간이 안 걸렸다. 구글맵으로 주소를 넣어보니 아주 정확하게 4마일이라고 일러준다.   내일은 (비가 안 온다면) 아침 일찍 걸어서 학교에 나가 볼까.  걸어서 직장에 다니고, 걸어서 동네에서 장을 보고 돌아다니면 -- 나는 두 발로 걸어서 모든 용무를 다 보던, 전통 농경사회의 삶의 패턴으로 회귀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아, 신석기 시대로 돌아간 듯 가슴이 아련해 진다. 


내가 집에서 출발하여 내 오피스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횡단보도를 몇개를 건너야 할까? 길이 갑자기 뚝 끊어진 곳이 있다는데, 그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찬홍이가 이미 벌써 내 길을 걸어서 다녀 와 봤으니까, 찬홍이가 코치하는 대로 하면 아무 문제 없이 걸어서 일터에 다니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일 비가 쏟아지지 않는다면 -- 나는 걸어서 학교에 가 봐야지. 



* 내가 오른쪽을 비스듬히 쳐다보고 있는데 -- 그곳은 옛날에 박선생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근무할 때 몇달간 드나들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내가 그 건물 뒤 마을로 이사하게 될 줄을 그 때는 몰랐던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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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숲속에 가면, 후두두두, 나무가 이야기 하는 소리.


호수에 빗 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비가 와도 숲에 들어가면 사람은 별로 비를 맞지 않아요.  챙 넓은 모자 하나 쓰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지요.


나무들이 우산이 되어 주니까. 


나무가 비 맞는 소리가 좋아서, 비오는 날 숲속길 산책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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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6. 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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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아닌, 숲으로 들어가 발견한 블루베리 수풀.  야생 블루베리는 조선 앵두처럼 이렇게 작구나.  며칠동안 비가 쏟아졌으니 내가 손으로 씻은 것 보다 더 정갈한 열매 이리라.  하나 따서 입에 넣으니 작지만 아주 달다.   이제부터 여기에 몰래 숨어들어 블루베리를 따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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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길 일까? 사람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숲속의 오솔길.  


이런 요정들의 숲길로 돌아오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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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처럼 포개진 숲이 비를 가려주는, 비 내리는 숲길을 걸으며, 그 황홀한 초록속을 물 흐르듯 지나치며 문득 -- 메릴랜드 컬리지 파크에서 보냈던 지난 일년의 세월이 마치 유형지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거기서도 불편함 없이 살았고, 그 집이 내게 주는 풍경을 사랑했는데, 막상 돌아와보니 그곳에서의 삶이 무척 힘들었다는 느낌.  아마도 왕눈이를 잃어버리는 그 쓰라린 시간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겠지. 출퇴근을 하는 일이 늘 부담스러워서 헉헉 댄 것도 같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차에 개스를 채워야 했지.  (이사 온 후에는 일주일 내내 돌아다녀도 개솔린 계기판에 큰 변화가 없다. 아마 이러다 한달에 한번 주유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시간대를 잘 못 잡으면 27마일 거리의 하이웨이에서 두시간 반을 보내야 했지. 그런 날엔 집에 가면 우울하고 피곤했다. 진저리가 쳐 지고.  아주 먼길을 세시간 달리는 것과 지척의 거리를 세시간 달리는 것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울화통 터지는 교통 지옥.  거기서 해방 된 것만으로도 나는 한결 몸이 가볍다.



나는 내 삶의 힘든 일년을 잘 살아냈다고 생각해본다.  잘 견뎠다.  






빗길을 걸어서 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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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eel like I am back to my Walden pond (Thoreau's).

Rain falls on the lake and I am walking under the canopy.


feels so good.



메릴랜드에 사는 동안 내내 그리워 하던 버크 호수.  비가 슬슬 뿌리는 아침에 길을 나서다. 숲 속에 들어가면 웬만한 비는 피할 수 있으니까.


이제부터 나는 이 호수를 소로우의 '월든 호수'라고 부르기로 했다.  물속을 헤엄치듯 온몸을 촉촉하게 감싸던 숲의 향기, 빗 방울이 숲 위에 떨어지는 소리.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1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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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 무덤 가는 길.  길가에서 노란 버터컵, 민들레, 토끼풀꽃으로 작은 꽃다발.


왕눈아,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를 잊지 않아.  네 비릿한 털냄새, 입냄새, 지긋지긋한 오줌냄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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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리가, 일곱명이나 되는 아기 오리들을 이끌고 연못위를 미끄러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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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2013-2012-2011

 Start at 10:00 a:m.

 2013

In / Out

 2012

In / Out

 2011

In / Out

 Monocopy River

10.9 miles

 12:44 / 12:59

 12:59 / 1:15

 1:24 / 1:35

 Point of Rock

17.1 miles

 2:54 / 3:21

 3:11 / 3:35 

 3:25 / 3:55

 Brunswick

23.7 miles

 5:42 / 6:05

 6:26 / 6:57 

 6:10 / 6:52

 Bolivar Community Ct. 

31.1 miles

 8:50

 9:37 

 10:19

 

 T102

 146

 T130

 Speed

 2.87 miles / hour

 2.67 miles / hour

 2.52 miles / hour

 Comment

 My feet were very heavy, but I did it alright. I fully enjoyed it. 

 It was very hard and tiring. Thought of dropping out millions of time. 

The only reason that I didn't give up was because I had nobody to pick me up. :-)


 with Chanhong


 

 

 

Quick summary:
- 100K: 98 started, 55 (56%) finished
- 50K: 197 started, 182 (92%) finished
- both: 295 started, 237 (80%) finished


onedayhike.org 에서 올해의 공식 기록을 발표 하였다.  전체 도착 237명 중에서 내가 타이로 102등 했으니까, 그만하면 잘 했네.  내가 들어갈때 우르르 많이 와서, 양보하느라고 입구에서 조금 기다리고 그랬으니까, 서둘러 들어갔으면 100등안에도 들었을 것이다.  그만하면 참 잘했다.  


3년간의 기록을 내것만 다시 간추려 보았는데 해마다 조금씩 기록이 향상 되었다. 몸은 한살 한살 먹을수록 무거워지는 것을 실감하겠는데 -- 기록이 좋아지는 이유는, 내가 이 코스를 전체적으로 예측하고 힘조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아는 길은 그럭저럭 가늠이 되니까 좀더 여유가 생긴다.


내년에도 내가 건강하게 이 행사에 참가할수 있기를 빈다. 그 날에는 지홍이 찬홍이 모두 앞세워서 하고 싶다.  내년엔 50등 안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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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alking2013. 5. 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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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워킹하고 난 후의 효과는 웬만한 거리가 아주 짧아 보인다는 것이다.  집 근처 4마일을 걸으면 나오는 호수까지의 트레일.  시속 4마일 속도로 걸을 작정을 하고 휙휙 걸으니, 한시간도 안 걸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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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마라톤 행사가 있어서, 이 트레일을 달리는 단거리 마라토너들 속에서 걸었는데 -- 내 빠른 걸음이 어느 달리는 남자를 지나쳐가니까, 그 남자분이 "Oh, you are passing me..." 하고 외치며 나를 다시 따라 잡으셨다. 그분은 조깅 자세, 나는 속보, 그 상태로 1마일쯤 걷다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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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수련도 새잎을 틔우고 있었다.  날이 흐려서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나무, 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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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겨울잠 자는 곰처럼 늦잠을 자던 찬삐는, 내가 숲에서 나왔다는 전갈에 -- 팬케잌 집에서 아침 먹으려고 슬슬 굴에서 나왔다.   IHOP에 신상품이라고 '브리오쉬 딸기' -- 5달러쯤 하는것 먹었는데, 딱 내가 먹고 싶은 컨셉으로 딱 내가 먹을 만큼의 양이라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바게뜨 잘라서 세장 프렌치 토스트 하고, 그 위에 딸기, 블루베리 졸임, 휩크림.  그게 전부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왜 사진을 안 찍었을까...) 다음에 지팔이 오면 그것 먹으러 함께 가야지.




(웹에서 빌려온 사진: IHOP Berry Berry Brioche French Toast) 커피하고 곁들여 먹으면 --- 음매 맛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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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앞에 흐드러지게 핀 꽃.  저 꽃을 시골 우리 동네 사람들은 '사발꽃'이라고 불렀다.  흰 밥사발에 흰 쌀밥 가득 지어 퍼 담은것 같이 푸짐한 꽃.  한국의 절에 가도 절 마당에 이 꽃이 소담하게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처님한테 공양하는 밥 같은 꽃이라고 한다던가.  

난 해마다 이 꽃이 피면, 시골 우리집, 뒷문밖 밭앞에 무성하게 피어나던 이 꽃나무와,  사랑채 뜰 쪽에, 배나무 사과나무 사이로 흐드러지게 피던 우리집 사발꽃 나무들이 생각이 난다.  우리 밭 가운데 있던 웅덩이 근처에도 이 꽃이... 이맘때 시골집에 가면 천지 사방에 이 꽃이 피어났는데...  지금은 갈 수 없는 우리 집. (다 갈아엎고 아파트 단지가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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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그림을 그려내곤 한다.






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3. 20:29




http://www.baltimoresun.com/news/obituaries/bs-md-ob-mick-kipp-20130430,0,227721.story


It is with great sadness that we learned of the death of one our own hikers, Mick Kipp, who passed away Sunday.

He had planned to do the 100K, but switched to the 50K, which he completed with great pride. He had been very, very happy about doing the hike and couldn't wait to try it again. Harper's Ferry was one of his favorite places. A naturally exuberant man with a lust for life, he touched many of us on that one day.


볼티모어 썬지 부고 기사에 이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활기차게' 실렸다. 활기로 가득했던 삶이었다는 말이다. 향년 51세.


지난 토요일에 50킬로미터 걷기를 마치고 애나폴리스의 집으로 돌아가 푹 자고, 일요일 오전에 심장마비로 사망.  명복을 빈다.


나도 이분을 기억한다.  왜냐하면, 번호표가 '급조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100킬로미터 참가자, 50킬로미터 참가자의 번호표가 각기 다른데, 이분의 경우에는 이도 저도 아닌 '급조한' 번호표를 달고 있었다.  처음에 100 킬로로 참가 신청을 했다가 행사 직전에 50킬로미터로 변경을 하는 바람에 주최측에서 마땅한 번호판을 준비를 못 했을 것이다. (가끔 그런 일이 있다).


걷다가 첫번째 휴식을 취한 스테이션에서 이분의 번호판을 보고, 이분을 쓱~ 일별하면서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몸집을 보아하니...100킬로미터는 안되시지...나처럼 50 킬로미터 걸으셔야지...'   왜냐하면, 내가 여태까지 봐 았던 100 킬로미터 참가자들은 '모두' 이런 몸집이 아니었던걸.  정말 마라토너들 몸집.  마라토너보다 더 정교하게 조각된 슬림 근육 나비들인데, 이분은 이런 체격 가지고 100 킬로미터는 힘들어 보였으니까.   행사 직전에 아마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시고 급히 바꾸셨을 것이다. 


굉장히 발랄하고 유쾌해 보이셨다.  키는 내 키보다 조금 클까...남자키로는 자그마하 하면서 동글동글 하고, 선천적으로 유쾌하고 방글방글한 성격이신 분. 


온종일 신나게 걷고,  집에 가서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친구들에게 '어제 걷기가 얼마나 유쾌했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급히 천국행 비행기에 오르셨다는 부고 기사 내용이다.  이정도면 하느님이 엄청 사랑하신 분이었을듯.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이런 죽음이 대부분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희망사항 아닌가.  잘 놀다가 '휙' 가는 것. 


몇해전 가을에 급히 심장발작으로 떠났던 동료 교수 챔버스 박사도,  오늘 오후 네시까지 나하고 가을 빛 내다보면서 즐거운 여행계획 이야기 하고, 그리고 내일 보자며 헤어졌는데, 아침에 부인한테서 '사망'했다고 연락이 왔었지.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쓰러져서 사망했다고.  


걷기 행사 하시고 휙 가신 분은 정말 복이 많은 분이지. 생의 마지막 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의 잠은 얼마나 달콤하고 깊었던가. 그의 마지막 아침은 얼마나 눈부셨던가. (그런데, 평소에 운동 많이 안하시다 갑자기 하루 무리 하신듯....) 하루 하루 마지막처럼 달콤하게 살아야지.


Mr. Kipp enjoyed hiking around Harpers Ferry, W.Va. He told a co-worker last week that he "hoped to end up there one day."

"We are going to bury his ashes at Harpers Ferry," said Ms. Kins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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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5. 2. 19:29






자원봉사 사진사들이 웹에 올려준 사진들 중에서.  동일한 순간에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두장.  (완전 레드카펫  :-)   )   내 뒤로도 부지런히들 도착하고 있는 사람들. 



오른쪽의 앵두색 셔츠 여자분, 중간에 나하고 2마일쯤 함께 걷다가, 내가 뒤쳐졌는데, 도착점에서 다시 만났다. 


내가 덩치 큰 미국 사람들 속에 있을땐,  제법 (!) 작고, 수줍어 보이기까지 하구나. (게다가 제법 귀여워보이기도).  왼손에 움켜쥐고 있는 흰휴지 덩어리, 코피 닦아서 피떡이 되어가지고 남이 못 보게 꼭꼭 눌러서 뭉쳐 들고 있는 중. 휴지통에 버리려고.  셔츠에도 피가 묻고...




걷다가, 나 스스로 열패감을 느낄 때가 언제냐 하면 키가 한 이미터쯤 되는 찬홍이 또래의 젊은 미국애가 내 뒤에서 나를 추월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가만보면 그 친구하고 나하고 걷는 속도는 똑같다. 내가 실제로 뒤에서 발을 맞춰서 걸어봤는데, 저나 나나 같은 속도로 걷는데 그 친구는 황새처럼 벌써 저 만치 앞으로 가는거다.  그 친구는 심지어 걷다가 길에 서서 뭔가 딴짓을 하면서 그냥 안걷는것처럼 슬슬 걸어도 바퀴 달아 놓은 것처럼 저 만치 가고 있다.  


그 친구 다리가 내 다리길이 두배는 되는 것 같아. 완전히 황새하고 뱁새하고 걷기 게임 하는 꼴이다.  내가 아무리 다리를 길게 찢어서 보폭을 최대한으로 해봤자, 그 친구의 절반이라니깐...  그러니까 동일한 속도로 걸을 때 그 친구는 내 두배로 가는것 아닌가.   아이구...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이봉주 선수 이런 분들 마라톤 하는 분들,  다리 긴 선수들 틈에서 단신으로 출전해서 막 일등 먹고 그러는 분들 -- 그 분들은 그냥 --한마디로 --- 위대한 분들이다. 


***


어제, 학생들이 걷기 잘 했느냐고 묻길래, 걷기 행사 간단히 설명해 주다가, 나도 모르게 했던 말. 

  "100 킬로 도전한 사람들은 새벽 세시부터 조지타운에서 출발해서 오는 사람들이거든.  우리가 50 킬로 출발하려고 모인 지점이 그 사람들한테는 이미 50 킬로 걷거나 달린 지점인거야.  그런데 아침 열시에 우리가 이제 시작 할 때,  거기를 통과 하는 사람들이 슬슬 나타나는거야.  하나, 또 하나 지친 표정으로 구보하듯이 나타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 인종, 용모, 나이 불문하고 -- 그냥 멋있어. 그냥 멋있고 섹시해. 그냥 멋있고 섹시해가지고, 그냥 그중에 아무나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면 경비 다 내가 대고 모시고 다니면서 데이트 하고 싶은 심정이야.  그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사람으로 보인다니까.  100 킬로 하루에 뛰는 사람들 말이지....그냥 옆에서 쳐다보기만 해도 '너바나'라니깐...  " 


백킬로 해결 하는 사람들은, 일단, 몸매가 달라. 굉장히 슬림한데, 그런데 흐트러짐이 없어.  그것이 본래 하느님이 만들어낸 아담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단단하고 빈틈이 없고 그리고 멋있어.... 놀라운 인간의 몸이셔....랄라~  


이때, 저 쪽에서 박선생 : 야!  뭬라고? 아무나 데이트 신청해도 따라간다구? 그럼 난 어떻하라구?

이여사 왈: 안심허셔. 백키로 남자들은 나같은 것은 거들떠도 안보니까. 한 눈 팔면 백키로 못달리지~  백키로 못달리면, 매력이 없구. 긍께, 영원히 못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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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 Eunmee
Diary/Walking2013. 4. 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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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428 (구구단 사이는 팔 -- 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50킬로 걸었다는 인증 표딱지. 이거 하나 얻으려고, 회비내고 온종일 사서 고생.  인생이 그래. 다 쓸모 없는 것을 얻으려고 평생 살다가, 황혼에 대장님이 '와라' 하고 부르시면, '녜 갑니더' 하고 손 털고 가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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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화이츠 페리 (수로 35마일 표시 점) 주차장에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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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 구석에서 대장 마이클이 사람들 모아 놓고 주의사항 전달하는데, 나는 두번 해봤다고 '담임선생님' 말씀 안듣고, 그냥 따로 이쪽에서 구경.  (나처럼 말 안듣고 빈둥거리는 일동.)


올해 50킬로미터 걷기 참가자는 225명.  조지타운에서 출발하는 100 킬로미터 참가자는 125명 (합계 3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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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밀리면 나중에 한없이 뒤처져서 쓸쓸할까봐, 이번엔 작정하고 초기에 선두에서 걸었다. (첫 12 마일 기록이 세시간이니까  처음엔 시속 4마일 속도를 유지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중엔 기운 떨어지고 몸이 뻑뻑해지니까 뒤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번엔 100등안에 들었을걸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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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사진은 여기 올리는 것이 전부이다. 사진을 별로 안 찍었다. 그냥, 혹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그냥 이 형광빛도는 초록의 향연을 눈과 마음에 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늘 이거 걸을땐, 내년에 또 올 수 있을까, 마지막이 아닐까 그런 알 수 없다는 느낌.  내 몸이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에는 해마다 오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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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이 참가를 했대도, 이 길이 아주 아주 길고 한적한 길이니까, 걷다보면 백미터 전방 후방에 아무도 없고 그냥 나 혼자 걷는 시간이 더 많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걸으니까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  어쩌다 누군가가 추월할 때 그 때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리고는 그 사람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냥 내 페이스대로 걷는 것이다. 




첫 해에는 찬삐랑 함께 걸었지만 그 이후 두번을 나 혼자 참가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다. 두명, 혹은 서너명이 함께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혼자 걷는 사람들이다 (100 킬로 선수들이야 더욱 그럴 것이고). 열시간을 동무도 없이, 귀에 음악을 꽂지도 않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면서 걷다보면 -- 혼자서 여러가지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된다. 대장님과 두런두런 대화도 나누고.  '대장님, 참 대단허시네. 이런걸 싹 마련해 놓고 내가 오기를 그렇게 오랜시간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셨네.. 내가 안 왔으면 얼마나 섭섭허셨겠수.... 쏠랑쏠랑.' 혼자 걸어도 심심할 틈은 없다. 


(우리 대장님과 나의 진지한 가상 대화)


대장: (내 눈치를 살피며) 사랑하는 나의 피조물 인간아.   어때? 맘에드니?

나: (딴전을 피우며)...뭐...그럭저럭...

대장: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그..뭐..난, 너를 위해서 오늘 완벽한 날씨까지 준비 했는데 말이지...

나: (입을 비죽거리며) 뭐, 그럭저럭...

대장: (실망한 표정) 내가 너를 위해서 수만년 전에 강을 파고, 물을 흐르게 하고, 저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나비를 만들고, 딱따구리를 저쪽으로 날게하고, 너를 보여주려고 말이다. 저기 커다란 황금나비, 저것도 때맞춰서 날게 하고, 바람을 불게하고, 이 모든걸 너를 위해서 내가 준비하느라 애를 썼는데, 넌 어째 반응이 그러냐...섭섭헐려구 그런다...

나: (사악하게 웃으며) 대장님도, 뭐 그런일로 섭섭허고 그러셔요. 내 맘 다 알면서...그러니깐, 내가 보러 여기 왔쟎아요. 

대장: 얘야, 넌 좀 사악해. 진작에 말허지. 난 섭섭해서 거의 울뻔했구나. 못된것.

나: 날 이렇게 만들어 놓으시고 뭘 그러셔~  그나저나, 나 목말라...

대장: 조금 후에 스테이션 나온다. 거기서 오렌지하고 물하고 먹어라.

나: 녜, 대장 최고셔.  근데, 다리가 아파요. 누구 나를 업어 줄 사람 없으까요?

대장: 조금 후에 내가 천사 보내주마. 넌 그냥 이 모든 것을 기뻐하며  즐기기만 하면 돼. (윙크) 

나: 대장 증말 최고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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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테이션. (여기서 1시 5분에 다시 출발)  첫번째 스테이션에서는 그냥 게토레이드 한 잔 마시고 바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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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스테이션 (여기서 샌드위치 만들어 주셔서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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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스테이션 (마지막 스테이션) -- 여기서부터 마지막 7.5 마일이 기다리고 있는거라 '아이고 아이고' 했다. 마지막 1.5 마일의 '지옥 코스'를 생각하면 지레 한숨이 나오는 판이니까.  걷기 행사중 가장 아름다운 강물이 펼쳐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6시 5분에 출발 -- 진행요원이 기록하면서 가르쳐준다.)

스테이션에서 빨간 셔츠 입은 사람들은 의료 자원봉사자, 흰 셔츠는 식음료 자원봉사자.  이런 자원봉사자들이 안계시면 이런 행사가 제대로 유지가 안 될 것이다. 





스테이션 세워진 것을 들여다보면 5마일 (스테이션 1) ---> 6마일 (스테이션 2) ---> 6마일 (스테이션 4) ---> 7마일 (스테이션 4) ----> 7마일 집결지. 대략 이러한 거리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걸을때, 집결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스테이션까지 몇마일 남았나를 생각하며 걷는다.  그러면 덜 지루하고 힘이 덜 든다.  '3마일 걸었다. 이만큼만 더 걸으면 음료수와 과일을 먹을수 있다...' 이렇게 자신을 달래며, 1마일마다 나타나는 마일포스트를 친구 삼아서 그냥 터벅터벅 걸어나가는 것이다. 멀리 보면 못 간다. 그냥 다음 스테이션에서 오렌지 한 조각 얻어 먹을 요량으로 한걸음 한걸음.  (그대신 가슴에 먼 지도가 담겨있어서, 꾀부리지 않고, 먼길 가는 마음가짐으로 줄창 가는거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요상해서, 내가 혼자 20마일 작정하고 걸을 때면, 15마일에서 기운이 빠지고, 20마일 즈음에는 휘청휘청하는데 -- 30마일 작정하고 걸을 때는 15마일에서 '이제 반 왔네' -- 20마일에서, 이제 10마일 남았네 하면서 아직 쌩쌩하게 걷고 있는거다. 마음을 멀리 두면, 몸도 이에 따른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몸도 높아진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목표를 좀 높게 잡고, 자신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해야 하는거다.  사람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그래도 100마일은 내게 무리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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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곱시 반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셰이디 그로브 메트로 역으로 출발했는데, 출발 전 우리 만복이 복순이 바우와 기념사진. 


돌아오는 길에는 열이레 달을 봤다.  우리 왕눈이 대가리처럼 둥글고 큰 달이 우리 왕눈이 산소쪽 하늘에서 벙글벙글 웃으며 반기고 있었다.  아주 아주 크고 탐스러운, 약간 일그러진 예쁜 달.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