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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5 Eastman Johnson, The Early Scholar
American Art History Sketch2009. 12. 15. 01:28

 

 

Eastman Johnson

The Early Scholar (이른 아침 학교에 온 어린이)  c. 1865

2009년 12월 13일 National Gallery of Art 에서 촬영

 

 

 

날씨가 쌀쌀하죠.  이런 날은 어릴때, 기온이 영하 5도 아래로 내려가길 '고대하며' 동동 걸음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학교로 향하던 내 모습이, 그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침에 나올때, 뭐 수업도 없고, 방학이니까, 편안한 옷에 '털신'까지 신었지요.  그 털신을 신고 앉아 생각해보니, 내가 어릴때 나는 한번도 '방한화'개념의 어떤 두꺼운 신발을 신어본 기억이 없어요.  털신이라니...내가 출세한거죠. 털이 보글보글한 폭신한 장화를 신고 앉아있으니.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땐, 영하 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날 난로를 피워줬지요. 고등학교에 가니까 영하 3도 이하로 조정되더군요.  그러니까 어릴땐 날씨가 영하 4도가 되면 난로 안때주고 영하 5도가 되면 난로를 쌔주니까, 영하 5도가 영하 4도보다 따뜻한거죠.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난로 관리는 반에서 제일 키 큰 친구들이 전담해서 했어요.  그러니까 조개탄 창고에가서 조개탄을 배급 받아 오는 일이나,  수업 마치고 난로 청소한후에 나머지 재를 들통에 담아서 내다 버리는 일이나, 이런 난로관련 업무는 반에서 제일 키 큰 서너명이 '큰 언니들'처럼 맡아서 했던거죠.  담임 선생님이 늘, 당연하다는 듯이 제일 꺽다리 애들을 지명하여 일을 지시했고, 그 꺽다리들도 마땅히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듯 믿음직하게 그 일을 했지요. 그 꺽다리들은 딱 큰언니 같았는데, 여자 중고등학교에서 그런 일을 하는 꺽다리들은 '오빠' 기능도 일부 담당했지요.  그냥 그 키 큰 애들을 무조건 따르는 애들도 있었으니까. 저는 또래 집단에서 큰 키에 속했지만, 제일 큰 꺽다리는 아니었으므로 주로 그런 꺽다리들하고 등등하게 어울리되 이런 어마어마한 일은 안하는. 어중간한 꺽다리과였죠.

 

 

 

한 꺽다리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그 꺽다리는 정말 '오빠'처럼 체격이 크고 늘씬하고, 성격도 무지 좋고, 공부는 그냥저냥 하는데, 뭐 인물 좋고 성격좋고, 선생님들이 허드레 일을 시키면 빙글빙글 웃으면서 척척 해내고, 우리들이 모두 그 꺽다리 '오빠'를 좋아했죠.  그런데 이 친구가 나를 예뻐했어요. 자기가 다니는 예배당에 행사 있다고 가자고 하기도 하고 (그러면 그냥 소풍가는 맛에 따라가고),  방과후에 학교앞 튀김가게에 함께 가지고 하면 따라가고, 미술 시간에 10년후의 나의 집을 그려보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그애가 그린 집은, '10년후에 이아무개하고 나하고 함께 살 집.'  그 이아무개가 물론 소생이죠.  그 애는 왜 십년후에 나하고 함께 살 생각을 했을까?  나의 십년후는 달랐는데... 아무튼 그래서 그 친구가 그린 집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내 방 창문앞에는 사과나무를 심어줘. 그리고 꽃도 많이 심어줘" 뭐 이런 제안을 하면서 시시덕거렸죠.

 

 

요즘 이런 얘기를 하면 죄다 '동성애 코드'로 해석하는 분위기쟎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동성애'가 뭔지도 몰랐어요 우리는.  그당시에도 '호모'라는 말이 가끔 돌아다녔지만, 그냥 동성끼리 서로 좋아하는게 '호모'인줄 알았죠.  우리 머리속에는 도대체 '섹스'라는 개념이 탑재가 안되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누가 누구하고 같이 살고 싶대' 뭐 이런 말도, 누가 누구를 꽤나 좋아한다는 말과 동의어였죠.  그 외에 다른 뉘앙스를 잘 몰랐지요.

 

그런데 어떻게 되었냐하면, 그 친구가 나를 너무 이뻐하고, 나를 강아지처럼 데리고 돌아다니러 들고, 아무튼 내게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처음에는 언니/오빠처럼 좋아서 따라다니다가 나중에는 귀챦아서 멀어진것 같아요.  언니/오빠는 언니/오빠의 영역을 벗어나면 안되는건데... 사람의 관계란 그렇죠. 어떤 영역이 있어요. 그 영역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데 그 선을 깨버리면 그 관계가 일그러지지요.  그런데, 그 영역이란것이 사람마다 선이 다르니까 오해나 문제가 생기고 비극이 일어나기도 하고.  돌아보면, 누군가가 내가 정한 금을 넣어 왔다는 이유로 내가 회피한 경우가 종종 있고; 어쩌면 나 역시 금을 넘어갔다는 이유로 회피의 대상이 되었겠지요.

 

아, 난로담당 친구 얘기를 하다가 엉뚱한데로 얘기가 흘러가버렸는데...

 

 

Eastman Johnson 은 제가 언젠가 따로 페이지를 낼 화가인데요. 오늘은 어제 국립미술관에서 발견한 이 사랑스러운 그림 소개만 할게요.  The Early Scholar. 대략, 이른 아침에 학교에 도착한 생도라는 뜻인것 같죠.  뒤에 벤치들이 보여요. 초기의 교실 풍경같죠. 그리고 난로가 하나 있는데 이 꼬마친구가 불을 피우고 있는것 같아요. 아니면 선생님이 미리 피워놓은 난롯불을 쬐고 있거나. 난롯가에 커다란 장작 쪼가리 하나가 누워있는것도 보이고.

 

이렇게 일상의 어떤 풍경을 그리는 것을 장르 페인팅 (genre painting) 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풍속화'라고 해석하는 편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는거죠. Eastman Johnson 은 그런 풍속화가지요.

 

날씨가 추워서, 뭐 따뜻한 그림을 하나 올리고 싶어서 끄적끄적...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