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Art History Sketch2011. 4. 21. 06:12



지난 3월 31일에 필립스 콜렉션에서 만난 현대 화가 쌤 길리엄.  내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서 끄적인 낙서에 그가 친필 서명을 남겨 준것을 오늘 액자를 사다가 담아 놓았다. (액자 6달러).   :-)









Posted by Lee Eunmee

Swing, 1969, Acrylic and aluminium on canvas

Photo by Lee, Eunmee, 3rd Floor,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January 14, 2011


스미소니안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 3층에 걸려있는 쌤 길리엄의 '그네 (Swing, 1969).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은 여러점의 길리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전시되고 있는 것은 이 작품 하나, 그리고 Luce Foundation Center (그림창고같은 전시장) 구석에 평면적인 액자 작품이 하나 걸려있다.

Corcoran 미술관에서도 그러하고, 요즘 진행되는 필립스 콜렉션의 전시회에서도 그렇고, 미술관들은 길리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커튼 널어놓은 것 같은 작품 한점과 이런 작품들의 평면 모습을 보여주는 액자 작품을 형제처럼 걸어놓는 편이다.  그리고 그 외의 평면적인 다른 작품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 이다.  그는 60년대외 70년대에 이렇게 '걸어 놓는 캔바스' 작업에 열중하고, 그 이후에는 꼴라쥬를 위시한 다양한 작업을 했는데, 미술관에서는 그의 '널어 놓는 설치 미술' 쪽에 애정을 보내고 있는듯 하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이 '널어 놓는 캔바스'가 그의 독특하고, 새시대를 여는 발상이었고, 나머지는 남들도 다 하는 것들이니까 그럴 것이다.

아래는 스미소니안 미국 미술관의 쌤길리엄의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풍경이다.

사실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은, 나의 관심이 백남준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었다. 백남준 보러 갔다가, 간김에 또 한바퀴 둘러보던 식이었다. (그래서 결국 온종일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왼쪽 구석에 쌤길리엄의 '그네'가 매달려 있다. 전시실 중앙에 백남준의 'Zen' 이라는 텔레비전 작품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 백남준씨 작품을 보고 지나치면서, "테레비가 고장이 났나?" 뭐 이러고 말았었다.  그런데 바로 이 '한줄 그은듯한 선' 그것이 백남준씨가 의도한 'zen'이었다.
창문이 있고, 하얀 석고상같은 여자가 창밖을 내다보는 작품이 Georg Segal의 조각 작품이고, 오른편에 Rauchenberg 의 콜라쥬 작품이 두점 보인다.






 




3층 전시실 복도. 내가 사진을 찍는 위치가 백남준의 Megatron/Matrix 전시실 입구 쯤이 될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왼편 전시장에 백남준의 방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20세기 비디오아트 기획전이 진행중이다. (현재에도 진행중).  쌤길리엄 작품 외에 전시장 전체를 담아보는 이유는, 이것이 그가 속한 미술의 어떤 시대이고, 그리고 그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술가들의 일생을 단 몇줄로 요약해보면, 대개는 그의 '대표작'이 한두가지 들어가게 되는데, 그 대표작이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지. 삶의 어떤 시간속에 그 어떤 순간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그것만을 기억할 뿐이지.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잊혀지고 말아.  쌤 길리엄은 현재 노인이지만 젊은이 못지 않게 왕성하게 자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할수 있지.  그런데, 아직 그의 삶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이지만, 획기적인 어떤 변화가 없는한, 결국 그는 벽에 걸어놓은 커튼같은 캔바스작품, 그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같은 설치미술작품 이 두가지로 기억되고 말것이지.

우리가 어떤 사람의 삶을 기억할때는, 그의 '종말'이 아니라, 그가 가장 빛나던 순간을 기억해주는 것이 좋을것 같다.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어 시체되고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해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의 가장 빛나던 장면 그런 것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예술가를 기억할때는 그의 마스터피스를 기억해주니까.

종말이 아닌, 삶의 장면들에 포커스를 맞춰보면, 삶은 다른 각도에서 무척 신기로와 보일것이다. The best is yet to come. 내 인생에 최상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이런 백치같은 optimism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


Photo by Lee, Eunmee, Chrysler Museum, VA, November 29, 2009


버지니아 남단 Norfolk 라는 해안 도시에 Chrysler Museum이 있다. 이 박물관 중앙 천장을 장식한 쌤 길리엄의 작품. Norfolk Keels (1998).  크라이슬러 뮤지엄 앞에는 호수가 있어서, 석양에 호수가 반짝거리면 미술관 벽과 천장에 물결 그림자가 일렁인다. 환상적인 장면이다. 

그 천장을 장식한 쌤길리엄의 작품.  (관객중에 안경끼고 삐딱하게 서 있는 우리 박선생.) 


그 당시에도 이 작품이 참 인상적이어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내가 쌤 길리엄을 직접 만나서 악수를 하게 되리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못했었다.






Posted by Lee Eunmee


2011년 3월 31일 (목) 오루 6시 30분.  필립스 콜렉션 2층 계단 앞에서 Sam Gilliam 과 큐레이터의 대담이 있었다.  관객들은 그들 앞에 둘러서서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질문 답변 시간을 가졌다.

나는 작가가 정면으로 보이는 맨 앞의 마룻바닥에 편히 (퍼질러) 앉아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였다. 사진 촬영을 금지 시켰기 때문에 아무도 사진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도, 사진을 찍지 못했으므로, 하는수 없이 갖고 있던 공책에 메모를 해 가면서 간단히 그 장면을 스케치를 하였다.  내가 스케치한 뒷 배경에 색칠한 것이 Flour Mill 이라는 그의 설치 작품이다.


아래에 내가 어렵사리 사진 한장을 찍을수 있었다.  Sam Gilliam 과 그의 뒷편의 계단과 계단 너머의 설치 작품.  쌤 길리엄의 설명으로는 계단 역시 작품에 포함되는 구도라고 했다. 계단이 장애물이 아니고, 계단과 설치 작품이 어우러지는 것이 최종적인 이 작품의 목표인듯 했다. (방앗간에서 밀가루를 빻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나는 바닥에 앉아서, (아이들이 방바닥에 앉거나 누운채로 어른의 이야기를 듣듯) 편하게 이야기를 들으며 펜으로 메모를 하거나 간단한 스케치를 했는데, 그의 양말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가로줄무늬 그의 양말은 그와 동시대에 워싱턴에서 함께 활약했던 (그들은 모두 Washington Color Painting School 멤버들이다) Gene Davis 의 작품을 연상시켰다.  그래서 나는 Gene Davis Socks 라고 메모를 해 두었다.

Phillips Collection 에서 인상적인 작품이 뭐냐고 큐레이터가 물었을때, 1962년에 전시장에서 본 Braque (브라크)의 'Shower (소나기)'라고 답했다.  브라크의 소나기는, 내가 브라크 작품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인데!  그래서 나도 얼른 "It's my favorite, too!" 라고 메모 해 두었다.

필립스 콜렉션에 걸려있던 브라크 작품중에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사진기에 담아놓은 것이 바로 그 '소나기'라는 작품인데... 대개 브라크는 피카소와 쌍벽을 이루는 큐비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브라크의 작품중에 가장 정감이 가는 것은 큐비즘에서 약간 비껴있는 그 '소나기'라는 작품이다. 쌤 길리엄과 나의 정서가 어디쯤에서 서로 만나고 있는듯 하다.  (그래서 내가 그를 찾아 간 것이겠지만...)




그래서, 갤러리 토크가 끝나고 작가가 의자에 앉아있을때, 사람들이 다가가서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 나도 그에게 다가가서 내가 메모하고 스케치 한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1933년에 태어났고, 한국에 있는 내 엄마는 당신보다 몇년 늦게 태어났다. 우리 엄마는 아마츄어 화가이다. 나는 당신의 작품들을 유수의 미술관에서 모두 살펴 보았으며, 그래서 오늘도 당신을 보기위해서 찾아 왔다. 내게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당신의 입에서 쟁쟁한 화가들에 대한 회상이 나올때, 나는 감동받았다. 내가 미술책에서 본 사람들을 당신은 생생하게 내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는 내 공책에 싸인을 해주면서, "엄마가 한국의 어디에 계시는가?" 물었다.  나는 '서울'이라고 말했다 (일산이지만). 쌤 길리엄의 이력중에는 고교 졸업후에 군복무를 한 경력이 있다. 아마도 군복무 경력으로 대학때 학비 혜택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데...혹시 한국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아무튼 쌤 길리엄은 엄마가 한국의 어디에 계시는지 재차 물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쌤 길리엄의 싸인을 내가 스케치 한 것 위에 받았다. "우리 엄마에게 이것을 보여드리겠다"고 그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물었다, "그런데 내가 당신 사진 한장 찍으면 안될까? Would you mind if I take a picture of you?"

"Oh, sure!  Go ahead!"

그는 사람좋게 허허 웃어주었다. 아, 참 마음좋은 신사 할아버지셨다. 1933년생이니까 만 78세이시다.  그래갖고 내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화가 선생님의 승락을 받고 그분의 사진을 찍어 올수 있었다는 것이지 헤헤헤. (내가 너무 흥분해갖고 카메라 조작을 실수를 해서, 동영상을 일부 찍었다. 그래서 그의 웃는 목소리까지 담아왔다.)




아, 나는 쌤 길리엄의 친필 서명이 들어있는 이 메모장을, 액자를 해 놓을 생각이다. 헤헤헤.  다음부터 미술관에 갈때는 줄쳐진 공책 말고, 작은 스케치북 (몰스킨 같은것)을 갖고 가야겠다.



갤러리토크의 내용은 추후에 정리하여 올리겠다.

아래 사진은 필립스 콜렉션이 소장하는 The Shower. Braque 의 1952년 작품이고 1953년 필립스 콜렉션이 구매했다. 1962년에 워싱턴 디씨로 이사온 쌤 길리엄이 미술관 구경을 왔을때 브라크의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유는 지나가는 소나기를 브라크가 잘 그려냈으며  이를 가로지르는 '자전거'가 참 예뻐 보였다고 한다.  나도 그 자전거가 이뻐서 이 그림이 맘에 들었는데... 기본 색조는 전형적인 브라크의 색조이지만, 그의 유명한 큐비즘 추상작품과는 약간 다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좋아했다.

오늘 심지어 쌤 길리엄과 나의 복장도 비슷했다. 우리 둘다 감색 더블 버튼, 금단추 상의를 입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양말과, 슬리퍼 신발. (하하하)






Posted by Lee Eunmee



Photo by Lee, Eunmee, National Gallery of Art, September 5, 2010


 













Posted by Lee Eunmee
사진 촬영: Corcoran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January 16, 2011 by Lee Eunmee


샘 길리암 (Sam Gillaim 1933 -  2011년 현재 생존)은  현재 생존하는 미국 현대 화가 이다.  그는 Washington Color School 의 일원으로 1962년에 결혼과 함께 워싱턴 디씨로 이주한 후 평생 워싱턴을 떠나지 않은 흑인 예술가이다.

본래 미시시피주에서  8형제중에 일곱번째로 태어난 그는 켄터키주의 루이스빌 대학에서 미술 학사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워싱턴으로 이주한 후에는 워싱턴 디씨 일원의 고등학교와 Corcoran Art School, MICA, Univ. of Maryland, Carnegie Mellon 등에서도 활발하게 미술 강의를 하였다.

Sam Gilliam 은 현재 생존하는 작가이므로, 아직 끝나지 않은 그의 예술 세계를 '이렇다'라고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쌤 길리엄을 널리 알려지게 만든 작품은, 아마도 캔버스에 물감 작업을 하여 빨래 널듯 널어놓은, 혹은 커튼을 매달아 놓은 듯한 바로 이런 풍의 작품들 일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둘러본 큼직큼직한 미술관의 어느 코너에 대개 쌤 길리엄의 '늘어진 커튼'같은 작품이 한 점쯤 걸려있었다. (이제부터 사진 파일들을 뒤져서 그것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볼 생각이다.)


잭슨 폴락이 캔버스 위에 물감 흩뿌리기로 그의 세계를 완성시켰다거나, Morris Louis 가 캔버스위에 물감 흘러내리기로 그의 개성을 결판지었다 한들, 그렇다한들, 그들의 작품은 프레임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결국 액자에 반듯하게 '박제'되어 벽에 걸리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쌤 길리엄이 '무슨 짓을 했는가'하면, 그는 캔버스를 염색공장의 물감먹인 헝겊처럼 벽에, 허공에 치렁치렁 거는 시도를 한 것이고, 그의 '발상'이 현대미술에 한 획은 긋게 되었는데 (쌤 길리엄이 이런 시도를 했을때, 그가 그로인해 '미술사'책에 오를줄을 그가 예상이나 했을까?)... 난 항상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1960년대, 그가 워싱턴 디씨의 작업실 창가에 앉아있을때, 창밖 거리에 빨래 널린 것을 내다보다가, 빨래 널린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그는 60년대와 70년대에 주로 이런 작업을 하다가 후에 다른 시도를 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쌤 길리엄의 'hall mark'라면 단연 이 늘어진 캔바스라고 할 만하다. 미술사에게, 쌤 길리엄에 이르러, 캔바스는 더이상 박제되어 벽에 걸리기를 거부했다. 캔바스가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억하시면, 쌤 길리엄의 미술사적 가치를 잊지 않게 될 것도 같다.

(내가 나 혼자 미술 공부를 하면서, 내가 어떤 작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 그의 대표적인 작품 한두점을 머릿속에 각인 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대개의 경우 그의 작품이 수십, 수백점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의 '개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낯선곳에서 내가 모르는 그의 작품과 마주 설 때에도, 결국 그의 숨결을 찾아내게 되더라. 사람은 쉽게 못 변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숨지 못한다...)  샘 길리엄은, 그냥 '헝겊에 물들여서 주렁주렁 걸어놓은 화가' 라고 설명하면 대개 회상을 하게 된다.






















 





 










3월 31일 목요일 오후 6시 30분.  필립스 콜렉션에서 쌤 길리엄의 갤러리 토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리 퇴근을 해요....  지금부터 가서 놀다가 갤러리 토크 보고 가능하면 작가 사진도 찍고, 집으로~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