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ps.gov/hafe/index.htm
Harpers Ferry National Historical Park 하퍼스 페리 국립 역사 공원이 웨스트 버지니아 (West Virginia)에 있는데 워싱턴에서는 대략 60마일 거리. 한나절 소풍길로 적당한 거리입니다. 이곳은 일주일 가까이 비가 내렸는데, 어제 토요일부터 조금씩 개이기 시작하더니 일요일인 오전 화창한 날씨가 열렸습니다. 사실은 버지니아 남부 해안도시인 Norfolk 에 있는 Chrystler Museum of Art (크라이슬러 미술관)에 가 볼 계획이었는데, 폭우 때문에 그 도시가 물에 잠겼다고 합니다. 미술관은 다음주에나 다시 연다고 하고. 그래서 시무룩하게 있다가 가까운 하퍼스 페리에 가볍게 다녀왔습니다.
하퍼스 페리는 남북전쟁 격전지로 알려져있고, 당시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있거나 재건되어 역사 유적지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포토맥강과 셰난도강 (존 덴버가 불렀던 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s, Shanandoah River ...Country Road.. 바로 그 곳입니다)이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Bill Bryson이 A Walk in the Woods 라는 책을 썼는데, 그가 남북종단을 하려 했던 그 애팔라치아 산맥 트레일도 이곳에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이 그 트레일의 가운데쯤 되는 곳입니다. 오하이오주에서 워싱턴 디씨까지 이어지는 운하길 역시 이곳에 이어져 있습니다. 이래저래 산도 아름답고 강도 아름답고, 아름다운 마을도 있어서 소풍장소로 좋은 곳인데, 뭐 제가 '풍수지리'를 잘 모르지만 들은 풍월로 읊어보자면, 이렇게 강물이 만나고 산길이 만나는 중심에 있는 마을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라 할 만 합니다.
이곳에서 '사건'이 일어납니다.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 발발에 영향을 준 문학작품으로 Harriet Beecher Stowe 의 엉클 톰스 캐빈 (1852)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남북전쟁 발발에 영향을 준 또다른 인물 John Brown 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존 브라운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알게 된 것도 최근의 일로, '미국 미술'을 혼자 공부한것이 그 계기였습니다.
Horace Pippin ( http://americanart.textcube.com/category/Horace%20Pippin) 이라는 미국 흑인 화가에 대하여 저는 몇페이지를 더 작성할 생각인데, 그가 그린 연작중에 John Brown 이 등장합니다. 그런가하면 앞으로 장차 소개하게될 Winslow Homer 라는 미국이 자랑하는 근대 화가의 그림에도 존 브라운이 등장합니다. 한편, 지난 8월에 저는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작은 아씨들'을 쓴 올코트의 집을 방문했을때에도 올코트 가문을 위시한 미국의 초절주의 (Transcendentalism) 철학자들 (Emerson, Thoreau)이 존 브라운을 지지했다는 기록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존 브라운'이 등장하는데 정작 저는 그의 이름도 낯설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웹으로 '존 브라운'관련 정보를 찾다보니 내가 사는 곳 60마일 거리에 존 브라운 관련 유적지가 있다는 '정보'가 나와주는 겁니다. 하퍼스 페리가 바로 그곳입니다. 이곳은 존 브라운이라는 한 '백인'남자가 흑인 노예 해방을 외치며 폭동을 일으키고 저항하다가 미 해병대에 생포되어 처형된 곳입니다. 위키피디아의 페이지를 이곳에 링크하겠습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John_Brown_(abolitionist) )
존 브라운에 대한 평가는 좀 엇갈리는데, 광인이었다는 악평도 있고, 흑인 노예 해방을 위해 앞장선 백인 선구자라는 시각도 있고 그렇습니다.
http://www.nps.gov/hafe/index.htm
사실, 하퍼스 페리 마을에 도착하니 이 일대의 건물이나 기념물들이 거의가 존 브라운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존 브라운 뮤지엄이 있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정면에 John Stuart Curry 가 그렸다는 그림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제목은 The Tragic Prelude (비극적 서문) 으로 캔자스에 실제로 있는 벽화라고 합니다. John Stuart Curry 는 캔자스의 지역화가로, Benton, Wood 와 더불어 미국 사실주의 화풍에서 '지역주의 (Regionalism)'의 기수입니다.
이제 제가 목도하거나 알고 있는 존 브라운 관련 그림을 그린 걸출한 화가들만해도 벌써 Homer, Pippin, Curry 이렇게 세명이나 되지요. 조금 더 들여다보면 더 나와줄것 같습니다. (나중에 존 브라운 관련 그림들을 위한 페이지를 별도로 적어보겠습니다.)
존 브라운은 1859년 처형되고, 흑인 노예 해방을 위한 남북전쟁은 그로부터 2년후인 1861년에 발발합니다. 미국사에서 남북전쟁 관련 장을 읽어보면 남북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여러가지 정황이 복잡하게 나열됩니다. 그 여러가지 요소중에 존 브라운의 '광적인' 노예해방 운동도 어떤 기폭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공부를 하면서, 무엇 때문에 무엇이 일어났다고 '단순하게' 정리하고 지나가지만, 그 이면에는 생략되거나 잊혀지거나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일화들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을텐데요. 존 브라운의 역사도 하퍼스 페리를 감싸고 양쪽에서 흐르는 셰난도강, 포토맥강과 함께 유유히 흐르겠지요. 하나의 강이 흐르기 위해 수많은 지류들이 모이듯,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지류들이 한방향으로 흐르는데요, 그렇게 해서 프랑스 대혁명이, 남북전쟁이 혹은 또 어떤 혁명이 탄생하고 흘러가겠지요.
이다리를 중앙 경계로 다리 왼쪽에서 셰난도강이 흘러내려와 다리 오른쪽의 포토맥강에 합류 합니다.
산골짜기라서 오후 다섯시가 되자 벌써 해가 기울고 황혼이 짙은데, 하늘에 비행기들이 바둑판을 그려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아, 잊지 않게 숙제를 적어 놓겠습니다:
(1) John Brown 관련 미국 화가들의 그림 모아서 엮기.
(2) 존 브라운에 대한 소개 페이지 따로 정리
실상은, 내가 하늘 아래, 강가를 걸어본지가 몇달만이지...일주일 내내 비가 온 덕분에 강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흘렀지... 난 아직 아무것과도 화해가 안된것같아. 나 자신과도. 그 무엇과도. 아무것도. 그저 세월만 흘러갔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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