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들어낸 한장의 그림
The Grand Canyon of the Yellow Stone, 1893-1901, oil on canvas
427.8 x 245.1 cm (대략 4.3 미터 x 2.5 미터)
Thomas Moran (1837-1926)
2009년 12월 29일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촬영
워싱턴의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 가면, 엄청시리 커다란 풍경화 그림이 여기~ 여기~ 걸려있는데요. 저로서는 뭐 엄청나게 큰, 그것도 주로 바위로 이루어진 풍경화에 별 매력을 못 느끼므로, 막무가내로 통과~ 해버리는거죠. 이 엄청난 풍경화 앞을 지나면서 대략 '이름표'라도 볼라치면 Moran 이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모란? 이름이 모란이야? 성남의 모란 시장이 생각이 나는군. 거기 가면 강아지 팔고 그랬는데. 이름이 모란이면 모란꽃 뭐 그런거 그려야 하는거 아니야? 아 왜 바윗덩어리 산만 그려 놓은거냐구..."
이렇게 중얼거리며 지나치는거죠. ㅎㅎㅎ. 그래가지고, 사실, 스미소니안을 라면집 드나들듯 드나든 저에게도 모란의 작품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관심 없으니까 대충 지나간거죠. 아, 다음에 가면 제대로 작품 좀 들여다봐야지...
Thomas Moran (1837-1926)은 영국태생으로 어린 시절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와서 펜실베니아에서 성장한 화가입니다. http://americanart.textcube.com/267 Hudson River School 의 원조 Thomas Cole 의 페이지에서 잠시 언급한대로 Thomas Moran 은 그가 미국의 자연 환경을 대형 화폭에 담았다는면에서 허드슨강변의 화가로 분류가 되기도 하고, 혹은 토마스 모란이 특히 로키 산맥, 옐로우스톤의 풍경에 골몰한데서 Rocky Mountain 화가로 분류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찍어온 그의 대형 그림 사진속의 풍경이 대개 '노리끼리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지요. 그림이 '노리끼리'로 일관하는 이유는, 그가 Yellow Stone (노란 바위) 지역의 화가라서 그런것이지요 (알고보니 뭐 단순하군요.헤헤).
토마스 모란은 형제들도 그림을 그렸고요, 어릴때부터 목공, 판화 등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1862년에 영국으로 그림을 배우러 갔을때 그곳에서 터너 (Turner, 1775-1851)의 웅장하고 숭고한 풍경화에 감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 여름에 뉴욕 현대미술관에 갔을때, 마침 터너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지요. 스케일 큰 풍경화를 실컷 보기는 했는데, 저 자신이 사람 하나 안보이는 풍경화에 별 재미를 못느끼기는 했지요. 지금은, 풍경화를 보는 안목도 좀 생겨서, 코코란에서 현재 진행중인 터너에서 세잔까지의 기획전 http://www.corcoran.org/turnertocezanne/index.php 을 보러 갈 생각입니다.)
토마스 모란이 미 서부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1871년 Hayden Geological Survey (헤이든 지리 연구) 팀에 초대되어 40일간 미 서부 옐로스톤 일대를 탐사하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연구팀에는 사진가 Wiliam Henry Jackson도 있었는데, 토마스 모란과 잭슨이 현장 스케치를 남기는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흑백 사진만 가능했으므로 현장의 생생한 풍경은 화가가 담을수 있었다고 합니다.
The Grand Canyon of the Yellow Stone, 1893-1901, oil on canvas
427.8 x 245.1 cm (대략 4.3 미터 x 2.5 미터)
Thomas Moran (1837-1926)
2009년 12월 29일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촬영
위의 그림은 아니지만, 같은 제목의, 비슷한 각도에서 본 그랜드 캐년 그림이 1872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가 되는데 그 그림은 미 의사당의 상원에 팔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옐로우스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게 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하게 되지요. 이를 시발점으로 미 의회는 1916년 정식으로 '국립공원 National Park System'을 도입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도 여름 휴가철에 '미서부 관광'이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을 관광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미국에서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Yellowstone National Park 이고요, 이곳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되었을때, 그 배후에 토마스 모란의 그림 한장이 있었던 것이지요. 흑백사진 기술조차 미미하던 시절, 오로지 스케치나 수채화와 같은 것으로 시각자료가 전해지던 시절, 한장의 대형 풍경화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는 보는이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선사했을 법 합니다.
토마스 모란은 때로 Thomas Yellowstone Moran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고요, 이따금 그는 서명할때 Thomas Y. Moran 이라고 적기도 했답니다. 가운데의 Y 는 yellowstone 의 Y 이지요. 그리고 토마스 모란이 '미 국립공원'의 지정과 개발에 기여한 것을 기념하여 http://en.wikipedia.org/wiki/Mount_Moran 모란 산 (Mount Moran)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고 합니다. 한장의 그림이 미국 역사에, 미국 국립공원의 산파 역할을 했다니, 그림을 만만히 보면 안될 일이군요. 다음에 스미소니안에 가면 그의 대형 그림 사진들을 모두 찍어와야 할것 같습니다. :)
화면 왼편 그림: The Cahsm of the Colorado, 1873-1874, oil on canvas mounted on aluminium
367.6 x 214.3 cm (대략 3.6 미터 x 2.1 미터)
Thomas Moran (1837 - 1926)
2009년 12월 29일 스미소니안 미국미술관에서 촬영
아, 참고로, 저 전시실 가운데에 둥그런 평상같이 생긴 의자가 있는데요. 곰털 같은 털가죽이 덮여있습니다. 관객이 저기에 편히 앉아서 쉬면서 그림을 감상할수 있도록 설치 해 놓았는데요. 옐로우스톤에 가면 '곰'이 많이 나오지요. 옛날에 옛날에 1998년에, 제가 미국땅 처음 밟아본것이 '미서부 관광' 패키지 여행을 통해서였는데요, 그때 관광 안내원이 '곰'이 나올지 모르니 주의하라고 당부하던 일이 생각이 나는군요. 그러니까, 저 곰가죽같은 의자나 혹은 그림 옆에 세워 놓은 화분도, 이 전시장의 장치 입니다. 풍경화에 어울리는 소품을 제시하여, 관객이 '풍경'속에 들어와있는듯한 기분이 들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2009년 2월 8일 Red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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