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6. 5. 10. 08:55

*우리 일행 누군가가 찍어준 아소산 산책 사진

 

5/2-5/6 (4박5일) 시모노세키 여행은 나로서는 첫 일본 여행이었고, 굉장히 많은 일이 한꺼번에 지나간 시간이었다. 

5/2 (토): 오후 비행기였다. 언니 부부와 인천공항 제 2터미널에서 탑승을 기다리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본것도 처음이다. 

 

5/3(일): 당신과 내가 결혼한 기념일이었으나 그날 나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아소산 근처 (라고 하지만 멀리 아소산 정상이 보이는 곳이었다) 산장까지 가는길에 '유후인'이라는 관광지에 들렀고 (거기 지브리 애니메이션 기념품 가게가 꽤나 유명한 것 같았다) -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야외 온천욕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같다. 일본에서의 온천욕이 처음이었는데 - 비바람이 치고 있었고, 재미있었다.  비바람 속에 산장에 도착하여 - 마당에서 바베큐 하려던 내 동생의 꿈은 무산되고, 그걸 실내에서 구워 먹었다. 밤에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장면처럼 산장이 붕붕 날아가는게 아닐까 싶게 바람이 거셌다. 


5/4 (월): 활화산이라는 '아소산' 의 분화구를 보여주겠다고 내 동생이 애를 썼는데 - 안개가 자욱해서 입구에서 안내원들이 '입산금지'를 알리고 있었다.  비바람과 안개와 얼어죽을것 같은 날씨에 우리는 분화구고 뭐가 따뜻한게 장땡이라며 미련없이 산봉우리를 떠났다. 그 대신에 내동생은 다른 - 산책하기 쉬운 봉우리로 우리를 안내했는데, 그 사이에 날씨도 개이고해서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나서 시모노세키 동생네 집으로 돌아왔다. '스시로'라는 프렌차이즈 회전초밥에서 온갖 것을 쌓아놓고 먹었는데 - 한국보다 더 가격이 저렴하다고 했다. 

 

5/5 (화): 일본에서도 어린이날이었다. 근처 도시의 농촌 마켓 구경도 하고, 온천도 하고, 기왓장에 소바를 올려 먹는 '기와 구운소바' 요리를 점심으로 먹고, 저녁에는 꼬치요리를 배불리 먹었다. 

 

5/6 (수): 시모노세키 시내에 있는 교육부 파견 '시모노세키 한국어 교육원'에 들렀다가, 근처 신궁 구경을 하고, 청일전쟁 시모노세키조약 기념관에 들러서 (일본에서는 일청전쟁이라고 한다) - 중국의 리홍장에게 망신을 준 이등박문의 흉상을 봤는데 - '저 사람이 청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전쟁영웅이었구나. 저런 자를 날려버린 우리의 안중근 의사는 얼마나 멋진가!  중국대륙이 하지 못한 것을 안의사가 해 내신것이로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장 앞에서 아침에 산책하다가 찍은 셀피.  그 지역의 상징이라는 곰이 그려진 타월을 스카프로 쓰거나 머리를 동여매는데 사용했는데, 밤새 사케와 위스키와 소주를 섞어 마셔서 충혈된 눈과, 아직 세수하기 전의 야생의 얼굴과 (나이든 사람의 주름과 기미와 모든 것이 드러난), 충혈된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과, 나의 씩씩한 미소가 -- 대체로 내 맘에 드는 사진이다.  이 표정이 - 내가 생각하는 나의 정체성에 가장 가까운 표정으로 보인다. 얼굴에 주름이 이렇게 많이 늘어났구나. 자각. 그런데 주름진 내 얼굴이 맘에 든다.  당신이 천국으로 가는 순간에도 나는 이렇게 웃었고, 내가 명줄이 다해서 마지막 숨을 내쉴때도 나는 이렇게 웃을것이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실것이다.)

 

 

 

내 조카 이재모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 이 산에는 말농장과 소농장이 많이 있었다. 말은, 안전한 곳에 있을때, 주위에 힘센 말들이 호위하고 위험이 전혀 없을때는 누워서 쉬기도 한다. 

 

 

시모노세키 동생네 집에서는 밤새 술을 퍼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러니까 4박하는 동안 우리들은 새벽 4시까지 술을 퍼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줄기차게. 끊임없이) - 나는 항상 '누군가가 빠져있다'는 느낌으로 돌아보며 식구들을 세어보곤 했다. 모두 제자리에 있는데 어딘가 허전했는데 - 당신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꾸만 식구들 머릿수를 세고 '누가 빠졌지?'하고 생각에 잠기곤 했다. 

 

집에 돌아온 후로 아무때나 눈물이 흘러내렸다. TV를 보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시시때때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5월 8일에는 대학에 행사가 있어서 갔다가 파주의 당신에게로 향하는 내내 송도에서 파주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갔고, 마침내 당신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믿음관에서 그곳이 떠나가게 통곡을 했다. 당신은 흐못했으리라 "얼씨구, 그래도 제법 내가 없어서 슬픈가보네~~" 하면서 당신은 기다린 보람을 느꼈으리라.  나는 안다. 지금은 통곡의 시간.  이 통곡의 시간도 지나갈것도 안다. 그러니 눈물이 쏟아질 땐, 그대로 내버려두자.  전도서 말씀에 틀린것이 없다. 사람에게 다 때가 있고, 지금은 통곡할 때라는거다.  그러니 울되, 좌절하지 않으며, 울되, 이것이 멈출것을 안다.  

 


당신이 나를 데리러 올때까지, 나는 잘 살아낼 것이다. 

내일은 49일이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49일을 맞아 소민엄마와 당신에게 다녀오기로 했다. 내일 봅시다. 

 

 

* 일본 인상: 일본의 시골구석 시모노세키 근처를 돌아본 인상 ---> 일본은 작은 섬나라가 아니다. 일본은 작은 '대륙'이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땅덩어리가 크고, 산이 크고, 활화산이 있고, 숲이 빼곡하며, 바다도 크다. 이쯤 되는 체구라면 세계지배를 꿈꿀수도 있었겠다. 그러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