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6. 4. 29. 23:07

송도집에 가서 정리를 하고 (정리를 했다는 말은, 물건을 정리하여 버렸다는 뜻이다), 청소를 좀 하고 (아직도 정리할 것이 많다), 학교에 가서 몇가지 일처리를 하고, 그리고 오늘 종강을 하는 시민대 강좌에 갔다.  내가 초빙한 외부강사님이 수업을 아주 잘해주셨다고 해서, 감사 인사도 드릴겸, 수업참관도 할겸, 겸사겸사. 



듣던대로 수업이 아주 알차고, 시민학생들의 참여도 적극적이고 아주 좋았다. 수료식까지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데, 학교건물에서 기숙사까지 백미터쯤 되는 그 길을 걸으며 가슴이 무너졌다.  저녁 수업이 끝나면 당신이 혼자 기다리는 집을 향해서 총총이 달려가곤 했지.  당신은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계란말이며, 다정한 반찬들을 정성껏 차려놓고 나를 기다리곤 했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집안을 깨끗이 치워놓고, 함께 밥을 먹기 위해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기운이 있는한은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집안 살림을 돌보고, 내가 어지른것을 정리하고, 그리고 나를 돌봤지. 그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 집이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을것 같아서. 

 

텅빈 무덤처럼 텅빈 집. 당신과 내가 십년을 함께 지낸 작은 집. 기숙사 한켠에 있던 우리들의 작은 관사. 이제 혼자 남으니 그 집이 덩그러니 크다. 나 혼자쓰기엔 큰 집. 우리 둘이 쓸땐 새장같이 아주 작은 집이었는데... 물건을 내다버려서 더 커진 집. 당신을 내다버리듯 당신의 옷과, 이러저러한 서류들과, 약봉지들을 종일 내다 버렸어. 그래서 벌을 받는거야. 그래서 마음이 무너지는거야.  이게 남겨진 내가 받는 형벌이야. 나는 벌을 받아도 마땅해. 나는 가슴이 무너져도 마땅해.  당신과 내가 십년을 함께 쓰던 그 집 거실에 당신 사진을 올려놓고, 내 사진도 올려놓고, 화정동으로 밤길을 달려 돌아왔다.  내일은 나가서 투자신탁 내역서를 발부받고, 그리고 그 지긋지긋한 세브란스 암센터에 들러서 당신의 병원비 명세서도 받아와야 하리라. 지긋지긋한 암센터. 그곳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 당신을 참 많이 괴롭힌 곳이다. 살리지도 못할거면서. (꽤나 비논리적으로 내가 화를 낸다, 병원에 대하여. 화가 풀어질때까지는 그냥 이렇게 마음으로 화를 내는 수밖에). 


당신은 천국에서 이제 가볍고 편안한가?   학교에 당신이 없는게 서럽더라... 이제 휴직기간을 마치고 돌아가서, 매일 들락거리다보면 당신의 부재에도 익숙해지겠지. 응, 고통도 익숙해진다. 그렇지만 익숙해진다고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익숙해질뿐. 

 

오늘은 울다가 자겠다. 울고 싶을때 맘껏 울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 좋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