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6. 4. 9. 06:08

장례를 치른후, 언니가 며칠 밥을 해주러 왔었다. 언니는 삼시세끼 밥상을 차려서 나와 아이들을 먹였다.  우리가 세무사나 은행이나 만나러 나가도, 언니는 집을 청소하고 밥을 차렸다.  언니는 고기와 채소, 양념들로 채운 냉장고를 보여주며 - 이걸 모두 꺼내 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언니가 냉장고에 채워준 것으로, 밥을 짓고, 아이들을 먹였다. 며칠간.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미국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사흘째이다. 그 사흘동안, 나는 밥을 짓지 않았다. 나가서 뭘 사먹지도 않았다. 물론 굶은 것은 아니다. 비상식으로 사 놓은 햅반을 끼니마다 하나하나 꺼내서 먹고 있다.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 계란, 두부... 이런것을 꺼내어 최소한의 조리를 했다. 두부는 통째로 전자렌지에 돌려서 따끈하게 가열시키고, 김치와 함께 먹으면 되었다. 계란은 후라이를 해서 먹으면 되었다. 밥을 잘 챙겨먹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언니에게 나는 선포하듯 말했다, "나는 이제 싱글이야. 지난 4년간 매일매일 삼시세끼 - 뭘 해야 하나? 뭘 해 먹이면 잘 먹을까? 이 생각을 골똘히 하면서 환자식만 만들어댔어. 부엌일이 지긋지긋해. 부엌에 가기도 싫어. 내가 아무리 정성을 들여서 요리를 해도 그 사람이 못먹겠다고 하면 그걸 다 버려야 했어. 내가 지난 4년간 한 요리의 대부분은 쓰레기통으로 갔어.  그렇게 먹이는 일이 힘든 일이었어.  그 사람이 음식을 잘 먹었다면 나는 신이 났겠지. 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양껏 음식을 먹을수 없었고, 입덧하는 사람처럼 언제 그 음식 냄새가 싫어질지 예측하고 종잡을 수도 없었어. 그가 잘 먹으면 다행이었고, 못먹으면 그 음식은 쓰레기통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  물론 처음에는 음식이 아까워서 냉장고에 넣었지만, 그렇게 냉장고에 음식이 쌓였고, 결국 냉장고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어. 그냥 버리는게 답이었던거야.  자신이 한 음식을 거의 매일 버린다고 생각해봐. 그건 참 슬프고 맥빠지고 죄스러운 일이야. 이 세상에는 음식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런데 나는 매일 음식을 버려야 했다구. 나는 그게 진저리 나게 싫었어. 그래서, 그냥 부엌이 싫어.  뭘 만드는게 싫어.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 안하고 나가서 사먹거나 아무렇게나 먹고 살겠어. 나는 멋대로 살겠어. 밥상을 차리지는 않겠어." 

 

지난 2012년에도 일년간 내가 혼자 산 적이 있다. 남편은 특파원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고, 지홍이는 군대에 갔고, 찬홍이는 메릴랜드 대학 기숙사로 갔다. 나 혼자였다 (아니 왕눈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내가 '혼자 산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못했다. 왕눈이가 있었고, 주말에는 찬홍이를 만나러 갔으며, 남편은 한국에 있었고, 지홍이도 강원도 양구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으므로. 비록 몸이 서로 떨어져있었지만 - 나는 혼자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평소처럼 밥을 지어 먹었다. 혼자서도 밥을 잘 해 먹었다. 


지금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당신은 이제 하느님의 나라에 가 있고, 아이들은 각자의 삶으로 갔다. 나는 당신을, 아이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에게 남아있는 날들을 살아갈 뿐이다. 

 

쿠팡으로 오가닉 그릭요거트와 역시 국내산 콩으로 만들었다는 두부와, 오이와, 계란, 이런것들을 주문했다. 이것들이 당분간 나의 양식이 되어줄 것이다. 마트에 갸서 소소한 채소들을 좀더 사야 하리라. 채소와 과일과 두부와 계란만 있으면, 지금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온갖 재료들을 파먹으며 일년도 버틸수 있으리라.  그렇다, 내 냉장실과 냉동실에는 남편을 위하여 마련한 여러가지 식재료들이 많이 쌓여있다. 그것들을 다 먹어치우는데도 일년은 족히 걸릴것이다. 특히 냉동실에 보관된 고기는, 아마 일년이 지나도 내가 건드리지 않다가 결국 쓰레기통으로 보내겠지. 

 

생선이 먹고 싶으면 단골 생선구이 식당에 갈것이다. 회가 먹고 싶으면 단골 횟집에 갈것이다. 고기가 먹고 싶으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갈것이다. 집에서는 밥과 요거트와 김과 계란과 채소와 과일과 이런것으로 최소한의 조리만 하면서 살수 있다.  한결 간소한 여생이 되겠는걸... 내가 조리를 별로 하지 않는 나의 부엌은 항상 깨끗하겠는걸.


다이어리에 내가 매일 규칙적으로 할 것의 목록을 만들었다.

  1. 하루 30분 기도 (아침에)
  2. 산책
  3. 상속관련서류 점검 (매일 진도 표시)
  4. 책쓰기 (여름까지 끝내야한다)
  5. 성경통독 진행 (매일 읽는다)
  6. 쓰레기 내다 버리기
  7. 청소기 돌리기 
  8. 주식투자 일기쓰기 (나는 투자 전문가가 되어가는것 같다) 

아예 한달치 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정말로 실행했는지 체크하도록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