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6. 4. 6. 06:37

4월 5일 부활절.

 

아이들과 교회에 갔지. 우리 장례 예배에 이틀간 오셔서 발인때 '저높은 곳을 향하여' 찬송을 끊임없이 불러주신 교우님들께 '차접대'라도 하고 싶다고 목사님 사모님께 작은 봉투를 하나 맡겨드렸었는데, 교우님들이 '사례'는 절대 사양하신다고 해서 - 중재안으로 부활절 기념 성전 꽃장식을 하셨다고.  그 꽃이 소박하고 조촐하게 반기는 날이었어. 



예배를 마치고 - 당신과 내가 종종 그러하였던 것처럼 소래어시장, 그 생선구이집에 갔지. 소래어시장에는 생선구이 골목이 있는데, 우리는 줄곳, 수년동안 '여수오동도'라는 생선구이집만을 갔잖아.  우리는 그랬어. 한가지가 맘에 들면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았어. 그래서, 입구에서 호객을 하며 생선을 굽던 총무님도 멀리서부터 우리를 알아보고, 우리가 어떤 생선을 싫어하고 어떤 생선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  이번에 오랫만에 들렀을땐 입구의 총무아줌마가 보이지 않았어. 다른 사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내가 "여기 계시던 분 어디가셨어요?"하고 물으니, "친정 엄마가 오늘 구순이라고 구순잔치 갔어요"하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늘 앉던 자리가 비어있었어. 그래서 아이들을 그자리로 안내하고, "여기가 엄마하고 아빠하고 늘 앉던 자리야"하고 소개를 했지. 점원이 왔어. "우리 생선구이 세개인데요...우리가 안먹던 생선이 있었는데...그게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요...." 하고 내가 말하자,  "청어요. 청어 안드시쟎아요. 다른 것으로 드리면 되죠?"하고 점원이 말했어. 내가 거의 반년만에 간것인데도 이 사람은 정확히 우리가 '청어 빼고, 다른 것으로...'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 내가 그 '청어'라는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 어물거리고 있을때.

 

점원에게 말했어, "이제 우리 남편은 저리 가버려서 오지 않아요. 아들들하고 왔죠..."  눈치 빠른 점원이 내 말뜻을 알아차리고 말했어, "아...꼭 이자리에 앉으셨죠..." 점원이 당신이 앉던 그 의자를 가리켰어. 그 테이블에 앉을때도 나는 오른쪽자리, 당신은 왼쪽자리를 줄곧 지켰지. 점원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당신을 기억한다는 뜻이지. 몇달에 한번씩 갔을지라도. 그 분들은 아마도 시각적인 어떤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이겠지, 우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도. 그냥 사이좋은 부부가 늘 그 테이블, 그 자리에 앉곤 했으며, 생선구이중에 기름기가 많은 청어 대신에 기름기 없는 다른 생선으로 채워달라고 부탁했었다는 것도. 

 

며칠전, 감기몸살약을 처방 받기위해 '연세 가정의학과'에 갔을때에도, 의사아저씨께 "제가요, 남편 장례식을 치른지 일주일이에요. 피로해서 감기몸살이 덮쳤어요..."라고 무덤덤하게 설명하자, "아...그러셨군요..."하며 잠시 남편을 회상했어. 당신에게 영양제수액을 보충해주기 위해서, 그리고 여러가지 상담을 하기 위해서 찾아가면 그 의사아저씨가 자상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을 해주곤 하셨잖아. 내가 그분을 '아저씨'라고 하는 이유는 - 너무나 소탈하고, 자상하면서도 무덤덤해서, 정말 맘씨 좋고 소탈한 이웃아저씨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지. 

당신과 나는 마치 둘이 한몸인것처럼 어딜가나 줄곧 붙어다녔기때문에, 나를 아는 사람은 당신을 알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러니까 가게 점원처럼 한 사람의 개인적인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그냥 이따금 스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당신도 기억하지.  글쎄 그게 그렇더라구. 여태 몰랐는데, 지난 4년간 나는 당신을 늘 '안고, 업고' 다니고 있었던거였다라구. 늘 당신을 안고, 당신을 압고, 당신을 부축하고, 당신의 손을 잡고 그렇게 밀착해서 산 세월이 4년이었던거더라구. 지난 4년간 남들이 40년을 살만큼 붙어지냈던거라구.  그래서 그런걸까? 나는 '여한'이랄게 없어. 왠지 그런 느낌이야. 나는 한없이 사랑받았고, 한없이 함께 있었어. 당신하고. 그래서 별로 한스러울게 없어요.  


소래어시장에 아이들과 갔었어. 그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서, 장난감가게 앞을 지나, 생선구이 골목, 여수오동도 집에서 생선구이를 먹고, 어시장 구석까지 걸어가 국화빵과 흰떡구이 한개. 나는 흰떡구이를 꼬치에 끼워 베어 먹고, 찬홍이는 국화빵을 먹고, 지홍이는 번데기가 반갑다며 그걸 천원어치를 샀는데, 나도 찬홍이도 번데기를 먹지 않아서 번데기가 많이 남았지. 그래서 우리는 갈매기들에게 번데기를 던져주며 깔깔댔지.  그리고, 이어서 협궤열차길 다리로 가서 우리가 늘 그랬던것처럼 다리위에서 소래포구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어. 그리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그 휠체어아저씨에게서 군밤을 한봉지 샀고.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일요일 아침에 예배드리고 소래어시장에 밥먹으러 오는 날이면 하던 그 모든 것들을 했지. 일요일 오전의 소래어시장 소풍.  그걸 아이들과 한거지. 당신이 없다는 느낌보다는, 당신이 이미 내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전에 내가 당신을 안고 업고 부축하고 손잡고 걸었던것처럼 그냥 당신이 내 가슴속에 있다는 느낌으로, 우리가족이 모두 함께 이 시간속에서 웃고 있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걸었어. 여보. 당신은 내 속에서 부활한걸까? 아니면 내가 당신과 함께 부활한것도 같아. 부활절이었어.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