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5. 2. 1. 11:23

 

깨알같이 작은 가시덩어리 선인장 화분이 있었다. 얼마나 작은거였냐면, 학교에서 어느 교수가 키우다가 귀국하면서 버리고 간 것이었는데 시들시들한것을 그냥 버리려다가 일회용 작은 종이물컵 (자판기 커피 종이컵)에다가 그냥 담아 놓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종이컵 선인장'이 한 2년정도 창가에서 저 혼자 버둥버둥 잘 컸던 것이다. 종이컵의 동그라미의 세배정도로.  그래서 그것을 집에 가져다가 '다이소토분 2000원짜리'로 옮겼다.  

 

 

이런 가시로 뒤덮인 선인장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 선인장 건드리기가 쉽지가 않다. 큰것은 원예장갑 끼고 만지면 되지만 이렇게 깨알같이 작은 것은 장갑끼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너무 작은것이다. 그래서 그냥 맨손으로 간신히 화분으로 대충 옮겨놓고는 '죽던지 살던지 나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사셔...'하는 입장으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초저녁부터 쓰러져서 푹-푹-푹 자고 일어나, 남편이 해다 주는 아침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또 쓰러져서 아침잠을 달게 자고 일어나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 역사책을 읽으며 영국의 Splendid Isolation 정책의 그 splendid 라는 싯적 표현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워즈워드가 사랑했던 splendor in the grasss 의 그 단어 splendor 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다가...내 눈이 선인장으로 갔을때, 그 때!  splendid idea 가 떠올랐다!

 

그렇다!

 

 

저 작은 가시덩어리는 젓가락으로 만지면 된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을 가져다가 깍뚜기 집어 먹듯, 가시 선인장 알맹이들을 주워내고, 그것들을 다시 배열하여 화분에 잘 심어주었다. 젓가락으로. 다른 작은 가시털 선인장들도 덕분에 반듯하게 정비를 해 주었다.  오호!  (흡족하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