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5. 1. 9. 12:11

 

성경을 읽을때나 혹은 베껴적기를 할 때, 혹은 사람들과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때, 나는 베드로가 나오는 장면에 오래 머물며, 그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어린아이처럼 울먹이게 된다. 오랜 습관 같다. 아마도 2011년1월부터 그러했던 것 같다. 당시에 지홍이는 군대에 가있고, 남편 역시 귀국하여 한국에 있고 찬홍이와 나 단둘이 지내던 시기인데 - 나하고 동갑쟁이였던 제자가 '신년기도회'에 가자고 하여 난생처음으로 제자를 따라서 일박이일로 진행되었던 한국인교회의 기도회에 가게 되었다. 미국교회에서는 이런 행사를 안하므로, 제자를 따라 간 한국교회의 기도회가 꽤나 신기하고 흥미진진했었다. 저녁에 어느 '기도원' 강당에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찬양하고, 그리고나서 정해진 숙소에 가서 (호텔방 같은 숙소) 자고 아침에 다시 강당에 모여서 기도하고 찬양하고... 오후에 이런 모든 행사를 마치면서 그제야 빵을 나눠주었다. (그러니까 어제 저녁부터 꼬박 금식을 하고 받아 먹는 빵이라서 - 그 하와이안 브레드라고 보통 식품점에서 파는 모닝빵 덩어리 - 꽤 맛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기도회의 마지막 행사로 빵을 나눠줘서 그걸 먹으며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데, 목사님은 베드로와 예수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이야기해주셨다. 대략 기억에 의거하여 옮겨보면 -- '베드로는 평생 어부로 산 선수란 말이지요. 그 베드로가 밤새 아무것도 못 잡고 돌아오는데 호숫가에서 웬 낯선 남자가 서서 물어요, "물고기를 많이 잡았소?" 지친 베드로가 "한마리도 못잡았소"하고 대답을 하지요.  그러니까 그 낯선 남자가 "배를 저리 돌려서 그물을 저쪽으로 내려보시오" 이런단 말야. 프로 어부 베드로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란거죠. 그렇지만 베드로가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이 낯선 남자가 범상치 않아 보였던 모양이에요. 그래가지고 이렇게 대꾸합니다, "내 밤새 한마리도 못잡았지만, 댁이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 그러면 한번 해보지요"  이게 무슨 말인가하면 - '내가 명색이 어부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거냐. 내가 밤새 한마리도 못잡은 고기를 여기서 어떻게 잡으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고 "댁이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 댁네의 말에 의지하여 그물을 던져보겠소"라고 했단 것이지요. 이해하시겠어요 이대목? "말씀에 의지하여.."가 이런 맥락이란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가 거기 들어있더란 것이지요. 이때 베드로가 눈을 떠요. 베드로가 예수님의 범상치 않음을 바로 자각하고 곧바로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면서 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가 시작된거죠. 

 

 

그때 목사님이 대략 이런 이야기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셨는데, 그 얘기가 내 귀에 꽂혔다. 아마도 심장에 꽂힌듯 하다. 당시에 찬홍이가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매나서스 운전면허시험장까지 데려다주면서 내가 그 이야기를 찬홍이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내가 운전대를 잡은 채로 하이웨이에서 통곡을 했다. 찬홍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말고 이 대목에서 통곡을 했다. (찬홍이는 엄마가 원래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서, 늘 엉뚱한 짓을 하므로, 크게 개의치 않고 침묵을 지켜주었다. 그날 찬홍이는 운전면허시험에서 떨어졌다. 하하하.) 

 

 

그날 이후로, 나는 성경을 읽다가, 쓰다가, 성경 이야기를 하다가, 베드로와 예수님의 대화 부분이 나오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흐른다. 

 

오늘 성경을 쓰다가 내가 발견한 것은 --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는 어떤 면에서 -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의 대화 같다는 것이다.  사랑은 늘 나의 가슴을 뛰게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던가. 아, 나는 사랑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

 

아, 잊고 있었는데, 그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게 신비한 현상이 일어났었다. (어디에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있으리라. 어느 파일 구석에). 기도회 모두 마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돌아왔는데, 문득 내  왼손바닥에 붉은 십자가가 보였다. 나는 처음에 -- '내가 운전하면서 오다가 운전대를 너무 세게 잡아서 손바닥의 손금같은 것이 눌려서 벌겋게 된건가?' 이런 추측을 했다. 손바닥의 중심의 '명운'이라고 하는 굵고 선명한 손금을 중심으로 십자가모양으로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으므로.  어딘가에 눌린 자국이라고 추측을 했다.  그런데 그 붉은 십자가가 일주일 정도 그대로 그자리에 유지가 되었다.  내가 그 손바닥의 십자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모두들 신기해했다. 물감으로 칠한것도 아니므로 아무리 비누로 문질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고, 분명 손바닥 투명한 피부 안쪽에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우리학교 학장님이 그걸 보시고 '이런걸 스티그마 (stigma)라고 해요. 이런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이교수 은혜 받았네! 밥사요!"  (그래서 내가 학장님에게 밥을 샀다.)  하하하. 

 

그게 정말로 기독교에서 일컬어지는 stigma (성흔)이라면 그게 왜 나같은 잡종 인간에게 나타난 것인지..는..잘 설명이 안된다.  어쨌거나, 하느님은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것 보다 더 가까이 내 곁에 계시는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살아보자.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