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12. 31. 05:53

 

신촌 연세암센터 3층 로비 (세브란스 본관과 암센타를 연결하는 입구의 로비)에 '김종학'씨의 그림이 나타났다. 2주전에 들렀을때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크리스마스 전후하여 이곳에 설치된 것으로 추측된다.  임시로 설치한 듯한 각목 받침대가 보이고, 아직 이 작품의 제목이나 작가, 그림소재를 알리는 이름표도 붙지 않았다.  대략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대작이다. 캔버스라고 보기엔 어딘가 허술하여 종이에 그린건가 싶기도 하고. 

 

병원 안내부쓰 옆의 빈 벽에 설치되어있는데, 이 그림에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아마도 암센타의 속성상 위중한 질환과 관련하여 근심에 쌓여 오가는 분들이 다수일것이고,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들이나 치료 받는 사람들이나 지친듯한 표정의 일상이므로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 세상에는 '그림'에서 힘을 얻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새벽에 이 작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추운 겨울 아침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거대하게 거기 있던 그림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쿵 뛰고 온몸이 활활 불타듯 따뜻해졌다. 마법의 그림.  나는 이 그림앞에 한참 서서, 화가가 그려넣은 파란 잠자리와,거미와, 나비와 사슴벌레와, 내가 이름을 알아 맞출수 있는 꽃이름들을 하나 하나 소리내어 불러보았다. 나리꽃. 백일홍, 메꽃, 나팔꽃, 금강초롱...  '설악산 화가'라는 별명처럼 설악산의 꽃으로 거대한 화폭을 가득 채우셨구나.

 

 

 

 

여엉 가고 싶지 않은 장소이지만 (누가 암센터를 가고 싶겠는가. 의사들 조차도 자신의 직장이 싫을것 같다),  그래서 그곳에 갈때 이 그림을 볼수 있다면 위로가 될 것이다. 최소한 '아 오늘은 김종학 화가의 그림을 보러가는 날'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는거니까.

 

이 그림이 임시로 왔다가 가는게 아니라, 그냥 여기 영구소장되길 빌어본다. 김종학 화백님 감사합니다! 

환한 그림앞의 남편의 얼굴도 꽃처럼 환해지다. 241230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