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부터 성경 시편 (NIV) 필사를 시작하여 오늘 마쳤다. 이어서 다음편에는 어느편을 쓸지 오늘 생각해보겠다. 평균 하루에 두시간씩 쓴것 같다. 수성볼펜 여덟자루를 다 닳게 쓰고 반자루 정도 썼다. 처음부터 쿠팡에 이것을 한 50자루 한꺼번에 저렴하게 사서, 쓰다 떨어지면 새로 꺼내다 쓰고, 다 쓴것은 별도로 봉지에 담아 보관했다 (나중에 보려고).
시편을 쓰면서 발견한 것 몇가지는
- 일정한 어휘가 반복된다. 시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어휘들은 : praise the lord, forever, rock, shield, stronghold, refuge, deliverer ...
- Blessed are those who 로 시작되는 예수님의 산상수훈 8복의 노래는 시편에 이미 존재하는 양식이었다. (아, 신약은 대체로 구약의 패턴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구나.)
- 시편 119편에는 내가 모르는 기호들이 나타나는데, 찾아보니 그것이 히브리어의 알파벳에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말하자면 가....나...다...라... 이런식의 부제를 따라서 노래들이 나온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자료를 찾아보려고 한다)
- 시편을 필사하다보면 - 반복되는 찬양의 표현으로 인해서 어떤 '힘'을 체험할 수 있다. 신세한탄 하는 노래에서 나의 신세한탄이 떠오르고, 위로를 바라는 노래에서 나도 위로를 바라고 있으며, 찬양의 노래에서 그럼에도 나 역시 기쁜 노래를 부르게 된다. '말'이 내 안에 들어와 아궁이의 불을 지피듯 내 영혼에 불을 지피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경필사의 시간이 하루중 가장 속 편하고, 그야말로 안전지대로 몸을 숨기듯 자꾸만 책상앞에 앉아 끄적이게 된다. 나의 살 길을 찾은듯한 기분이 든다. Praise the Lord.
....
내가 시편을 필사하면서 체험했던 신비로운 경험 사례들과 새로 발견된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니 - 모든 것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남편이 -- "아 그런것 자세히 알려면 온라인에 좋은 논문이나 자료들 많아 성경관련해서 좋은 자료 많아" 하고 아는체를 했다. 그래서 내가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물로 나도 알지, 내가 성경을 옮겨적으며 때로 이해가 잘 안되는 구절이나 구조, 혹은 새로운 발견에 대하여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기위해서 구글 몇겹 들어가보면 차고 넘치는게 좋은 자료라는 것을. 그런데 말씀이야. 그것은 나하고 지능이 똑같은 내 수준의 사람들이 자기가 먹고 소화시키고 게워낸 것을 내가 가서 핥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다른 잡다한 지식은 그렇게 접근해서 얻는게 많지만, 성경 만큼은 -- 내 '몸'으로 만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이건 '교제'하는거 같은거야. 내가 어떤 사람과 교제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는거지. 나는 내가 교제하고 사랑하고 섹스를 나누고 싶은 사람을 티브이나 넷플릭스나 다른 사람들의 논평을 통해서 들여다보고 싶지가 않아요. 나는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음성을 즐기고, 손을 만지며 체온을 나누고 이렇게 전신으로 입체적으로 성경을 만나고 싶은거야. 남이 그와 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가 않아요. 꼭 필요할때, 그때 참고자료를 볼 수는 있지만, 그건 꼭 필요할때 뿐이야. 하느님은 논문속에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 당신이 백날을 성경 논문을 들여다보라고 거기 하느님이 계시는가..." 물론 성경속에만 하느님이 계시는 것은 아니지, 문맹이라 평생 성경을 못 읽는 이라도 믿음으로 하느님께 다가갈수 있는거니까. 하지만, 성경을 통해서도 하느님을 만날수 있는거고, 나는 하느님의 말씀이 적혀있는 성경 속으로 들어가서 그 원시림 속에서 그분과 교제하는 중이야 지금. 나의 방식으로 그분과 교제중이라는 것이지. 그런 교제에 남이 소화시킨 배설물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요. 나는 날것의 하느님을 가장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