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11. 28. 22:36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178

 

위 이미지는 내 머릿속의 '골목길'을 검색하여, 가장 비슷한 것을 빌려온 것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이런 골목길에서 성장했다. 집들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드문드문 주택과 상점이 뒤섞여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주택의 일부를 가겟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집과 가게가 뒤섞여 있는. 

 

대체로 도시생활이 아파트 거주로 바뀌면서 - 아파트 상가나 혹은 상가거리외에 집과 가게들이 뒤섞여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지금도 지방 중소도시에 가면 그런 풍경들이 남아있으련만, 내가 현재 거주하는 인천 송도나 고양시 모두 아파트, 상가, 빌딩, 도로 뭐 이런 식의 구획이 분명하다. '사람의 집'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가게'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사람들이 살고, 상점들도 있지만 - 내 머릿속의 사람의 '집'과 사람의 '가게'를 현실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용인의 고향땅에서 농사 짓는 일에 싫증이 나셨는지, '외도'를 몇년간 하신적이 있다. 수원의 원천호수 근처 마을에서 '가게'를 여셨다.  그 가게라는 것이, 호숫 입구 마을의 마당있는 보통 집이었는데, 원천 유원지 입구이고, 버스정거장도 바로 집앞에 있는지라, 그냥 보통 마당있는 집의 마루에 '물건'을 진열하여 팔기 시작하셨는데,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 마루를 개조한 가게의 수입이 짤짤해지고, 그러면서 판매되는 물건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뭐 간판을 달지도 않았지만, 그 가게를 하면서 두분이 수원바닥의 돈을 쓸어 모았다는 얘기도 있고, 어쨌거나 한재산 모으셨으리라.  개울건너 밭건너에 '선경직물' 공장과, '삼성전자' 공장이 그 당시 지어지고 있었고, 이어서 그곳에서 일하는 '공장 직원'들이 빵이나 사탕, 사이다를 사 먹을데가 우리집 밖에 없었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 이다. 상가도 상점도 무엇도 아닌, 그냥 마당있는 집 마루에 대충 만든 가게에서 말이다.  그러므로 내 머릿속에 뿌리내린 '가게'의 이미지는 그런 것이다. 사람의 집과 사람의 상점이 결합된. 그런것들은 새들이 멸종하고, 식물이 멸종하듯이 멸종되는 중이리라. 

 

 

그런데, 오랫동안 남에게 빌려줬던 고양시의 내 집으로 이십여년만에 철새처럼 돌아온 요즘, 바로 내 집 근처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길을 건너면 구청이다.  우리집 베란다에서는 구청의 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내가 원한다면 구청장님과 구청직원들이 출퇴근하는 것도 '감시'할수 있다. 집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구청담을 끼고 산책을 할수 있는데, 구청 담을 끼고 조금 걷다가 길을 건너면, 상가건물 사이로 '차의 통행이 금지된 구역'이 나온다. 거기서부터 대략 500미터 정도 되는 길의 양 옆으로 각종 가게들이 있다.  오늘 오후에 내가 산책을 나가서 들렀던 가게들을 저 끝에서부터 되뇌어 보자. 길의 끝까지 갔다가 집쪽으로 차례차례 되돌아 오며 가게를 들르는 것이다.

 

 

  1. 정말 '구멍가게'라고 할만한 자그마한 '구멍' 혹은 '굴'같은 도넛가게가 있다. 거기서 나는 모짜렐라 치즈볼을 4개에 오천원을 주고 샀다.  그집 꽈배기도 맛있지만, 나는 새로 발견한 치즈볼에 재미가 들려서 그걸 산다. 딱 한개만 먹으면 되는데 왜 네개를 사느냐하면 - 그냥 오천원 내는게 편해서 그렇다. (나이 먹은 사람이 잔돈 주고 받고 하는게 어쩐지 미안해서. 그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그렇게 작은 가게에서 크레딧카드 쓰는것도 어딘가 미안해서 꼭 현금으로.)
  2. 도넛가게 맞은편에 떡볶이, 어묵, 각종 튀김 그런것 파는 역시 작은 가게가 있다. 일전에 군대 제대한 조카가 온다고 해서, 조카 주려고 그집에서 떡볶이를 산 적이 있다. 오천원어치 샀는데, 조카와 둘이 1/3 정도 먹고, 나머지 2/3는 아직 냉장고에 있다. 나중에 먹을 것이다.  오늘은 그 집에서 튀김 오천원어치를 샀다. 튀김 한개에 800원이라고 해서, 그냥 오천원어치 달라고 했더니 일곱개를 준다.  오늘 한개 먹었다.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생각날때 꺼내 먹어야지. 나이 먹으면 먹는 양이 줄어든다. 생각같이 많이 먹지를 못한다. 
  3. 몇 집 내려와서, 손두부 가게에서 - 사장님이 오늘 만들었다는 두부 두모를 샀다. (한개 오천원, 두개 만원). 그런데 사장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누릉지도 있길래 그것은 한봉지 육천원에 샀다. 비상식으러 뒀다가, 출출하고 뭔가 뜨끈한 숭늉이 먹고 싶을때 끓여먹어야지. 
  4. 길가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이것저것 늘어놓고 농산물을 파시길래 감자를 한봉지 샀다. 역시 현금 오천원. 
  5. 내가 고양시 집에 오면 반드시 가는 과일가게가 그 골목에 있다. 그 과일가게에서는 진열한 여러가지 과일중에 귤이 있는데, 참 이상하다. 큰 귤은 한바구니에 칠천원이고, 작은 귤을 한바구니에 만원이다. 전에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과일가게 사장님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저것은 작은데 왜 더비싸요?"  나는 큰귤을 좋아한다.  과일사장님 왈, "원래 귤은 작은게 더 비싸요. 작은게 더 달고 맛있거든요."  어라..어라..난 큰 귤이 더 시원하고 맛있던데요?  과일사징님 왈, "그렇더라구요. 큰귤 좋아하는 분들은 작은귤 싫어하고, 작은귤 좋아하는 분들은 큰귤 싱겁대요."   나는 큰귤파다. 큰귤이 더 싸니 더 좋지 (원래 내 입맛이 저렴해요).
  6. 골목의 끝에 **생협이 있다. 사실 나는 생협이 뭔지도 모르는데, 살림의 여왕인 내 친구가 "너 생협에 멤버십 가입하고, 거기서 좋은거 사다 먹어라"하고 알려줘서, 친구가 이르는대로 멤버십가입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들른다. 집에 올때마다 한번은 들르는 셈이다. 오늘은 거기서 콩나물, 쑥갗, 그리고 통영굴을 한통 샀다. 
  7. 생협 맞은편에 '반찬가게'가 있다. 다섯개에 만원. 다섯개의 작은 팩에 들은 여러가지 반찬을 골라담았다. 시래기나물 두팩, 멸치볶음 두팩, 그리고 파래무침 하나. 

 

물론 이 외에도 이 골목에는 빵집에 몇군데 있고, 남자 머리 깎는 미장원도 두군데 있고, 일반 미용실도 몇군데 있고, 여성 맞춤옷 만드는 그 옛날식 양장점 (기성복이 아니라 몸에 못 맞추는 그런것 말이다)도 두군데나 있고, 꽃집도 있고, 문방구, 김밥집, 떡집, 커피집...다음에 산책가면 입구부터 하나하나 기록을 해 볼까보다. 

 

 

홈플러스나 뭐 롯데마트나 이마트를 갔다면, 나는 그 '마트'에서 이런 것들을 '카트'에 담고 한꺼번에 계산을 했겠지.  하지만, 그 가게골목에서 나는 일곱개의 가게에 들러서 일곱명의 가게 주인/점원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 받고, 봉지, 봉지, 조롱 조롱 내게 필요한 먹을 거리들을 샀다. 봉지 봉지 조롱 조롱. 그중에서 무겁고 부피가 큰것은 시장가방에 담고, 찌그러지면 안되는 것은 따로 들고, 조롱 조롱.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 골목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동네가 아주 맘에 든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