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무런 숙제도 없는 주말이다. 가을학기 개강이후에 매 주말마다 뭔가 나를 짓누르는 숙제들이 있어왔다.
교수 승진 위원회에서 승진신청 교수님들 자료 분석하고 신청추천서 작성하고, 평가 심의회에 참석하고, 누군가를 위한 변론도 해야 했고. 그 일은 아직도 진행중이긴하지만 큰 파도는 지나갔다.
몇년 끌어온 책 원고의 마지막 교정 작업도 진행했다. 그것도 마쳐서 넘겼으니 나머지는 이제 출판사에서 마무리해서 출시하겠지. 안도의 한숨.
누군가를 위한 포상 신청작업도 했다. 내가 아닌 내 주위의 훌륭한 사람이 마땅한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추천서와 문서작업을 하는 일이었다. 그분이 상을 받을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 사이에 미국의 아들 부부가 보름간 다녀갔다. 자식이라해도 내 '구역'에 온 손님이기도 해서 - 아무것도 안해도 보름간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애들이 가고 난 후에 '포진'도 올라오고 한차례 몸살을 앓고 지나갔다. (아, 오늘은 가까운 내과에 가서 독감 백신을 맞아야지. 그동안 몸 상태가 편치 않아서 독감 예방 접종도 미루고 있었다).
십만달러짜리 프로젝트 프로포절을 일주일 넘게 주무르며 작성하여 엊그제 보냈다. (잘 접수되었다는 확인서가 왔다). 그걸 드래프트 작업하면서 -- 나 이걸 쓰긴 쓰는데, 채택이 안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채택되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할 기운이 없다 -- 이런 생각을 했다. 안되면 다행이고, 되면 .... 그 때 가서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안배하여 이 일을 추진할 것인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것이다.
2025년도 지역사회를 위한 시민 교육 프로그램 커리큘럼 디자인 작업을 현재 진행중인데 - 다행히 신임교수들께서 적극 참여 의사를 밝히셔서, 근사한 팀을 짜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 아무런 숙제도 없이, 뭔가를 마감해서 보내야 한다는 강박감도 없이 머리 가볍게 쉬면서 보낼수 있을것이다. 물론 다음주 월요일부터 다시 고난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지만 - 이제 뭐 신촌에 가야 하는 일정도 어느정도 익숙해진것도 같다. 신촌에 가는 날은, 아침 나절에 연세대 백양로를 지나쳐 캠퍼스 일대의 동산을 이리저리 산책을 하기도 한다. 지옥에도 햇살은 빛날것이다. 누군가 고통의 강을 건널때도 그 강변에 꽃이 피고 지며, 새들이 위로하듯 날아 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11월도 곧 갈 것이다. 그러면 방학이 온다. 학생들은, 고맙게도 잘 해내고 있다. 학생들의 눈빛이 깊어가는 가을처럼 깊어지며 사색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젊은 그들이 깊어지고 높아지고 성숙해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하루 단풍이 붉어지듯 그들이 깊어지는 것이다. 향기로운 대학생들과 생활하는 특혜를 주신 하나님께 오늘도 감사와 찬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