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4. 8. 31. 14:03

 

동료가 몬스테라 화분을 기르다 싫증이 난다고, 내게 키워보겠냐고 물었다. 나는 마침 몬스테라가 궁금해서 화분 하나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어디선가에서 잘 자라던 제법 큰 (높이가 내 가슴까지 올라오고 제법 넓게 벌어진) 몬스테라 화분을 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원래 작고 볼품없던 화분에 대충 키우던 중이었다던데 너무 잘 자라서 아파트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게 되자 '파양'에 이른것 같았다.  나는 일단 번듯하고 큰 화분을 사다 분갈이도 제대로 해주었다. 분갈이를 해주니 식물의 모양이 더욱 살아나면서 정말 귀티와 부티를 겸비하게 되었다. 그랬다. 6월 말쯤에 우리집에 와서 분갈이를 한 모습은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처럼 우아하고 고귀해보이기까지 했다.  몬스테라가 반음지 식물이고 직사광선을 쬐면 오히려 힘들어한다고 해서, 거실 안쪽에 직사광선을 피하면서도 환하고 환기도 잘 되는 것에 자리를 잡아주기까지 했다.  

 

나는 이 화분에 반했다. 그 크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잎사귀와 그 색상에 반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그리고 바퀴달린 화분받침을 이용하여 자주 욕실에 데려다가 샤워를 시켜주기도 했다. 내가 샤워하는것보다 몬스테라를 샤워 시킬때 더욱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 크고 우아한 잎사귀가 끝부터 누렇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과습이구나' -- 나는 바로 알아봤다. 물을 너무 자주 줬구나.  그래서 나는 과습 방지를 위해서 물을 '안줘야지'하고 다짐했다. 샤워 시키고 싶은것도 참고, 물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제법 물 주는것도 자제해서 1주일이나 열흘에 한번씩 물을 줘도 잎사귀들이 하나 하나 자꾸만 누렇게 변해갔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일단 누렇게 변색되는 잎사귀들을 다 잘라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화분을 세탁실이 있는 북쪽 베란다로 옮겨 놓았다.  북쪽이지만 환기도 잘되고 환하고 넓직한 곳이라서, 화분을 갖다 놓으니 베란다 분위기가 갑자기 고급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아무튼 나로서는 내가 자주 가지 않는 베란다로 이 몬스테라를 유폐시키는 것이 그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판단이었다. 내 눈에 띄지 않게, 내가 뭔가 자꾸 들여다보고 손을 쓰지 않게.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자주 쳐다보지도 말자. 

 

2주전에 나는 송도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2주 정도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아도 웬만한 식물은 말라죽지 않는다. 그리고 내 집에 있는 화초들은 나의 오랜 부재까지 감안하여 한달동안 물을 안줘도 죽지 않을 녀석들뿐이다. 나는 집의 식물들에 대하여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2주만에 돌아왔을때, 나는 보았다. 나의 몬스테라가 내가 안보이던 동안 새로운 잎사귀 하나를 키워내고 있었다는 것을.  이 새잎사귀는 아직도 다 펼쳐진 것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도 어딘가가 갈라져야 한다.  새끼고양이나 강아지들이 눈을 감고 태어나는데, 일주일 쯤 지나면 조금씩 조금씩 그 닫힌 눈꺼풀이 갈라지면서 눈을 뜨게 된다. 몬스테라의 잎사귀도 마치 강아지의 눈꺼풀이 갈라지듯, 잎사귀들이 서로 갈라지면서 벌어지는 모양이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서 몬스테라의 새 잎을 발견하고, 가슴에 초록색 희망의 샘이 솟는다. 

 

그래서 몬스테라에게서 나는 배웠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무심한 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너무 친절하지 않게' 그냥 내버려두며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함.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하지 않았던가, "Too much love will kill you."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