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문을 열고, 중문을 지나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벽의 중앙 (집의 중앙)을 십자가로 장식하였다.
위의 나무십자가는 오빠 집에서 자작나무 가지치기를 하여 발생한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내가 작업하여 만든 것이다. 아랫쪽 그림은 지난해 12월에 내 친구와 그림그리기 카페에 놀러갔을때 그렸던 작품이다. 처음에 십자가만 걸려있었는데, 그림을 가져다 벽에 대보니 십자가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함께 연출을 하게 되었다. 우리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신기한 듯이 이 그림과 십자가를 감상한다.
그 아래 흰석고 십자가는 목사님들께서 심방오실때 가져오신 선물인데 153면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성경 구절 153과 관련된 것이라는데 성경의 어느대목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음에 뵈면 여쭤봐야겠다.
협탁을 덮고 있는 것은 'Cathedral Window (성당창문)'이라는 별명이 붙은 퀼트 기법 작품이다. 원래 두장을 갖고 있었는데 한장은 내 영혼의 친구에게 몇해전에 선물했고, 한장은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다.
지난 7월 19일부터 오늘까지 (8월 18) - 100시간의 기도를 하였다. 한 색깔이 하루를 나타난다. 꽃잎 세장이 한가지 색으로 칠해져 있으면 그날 세시간 기도를 했다는 뜻이다. 첫날은 세시간, 둘째날은 두시간, 셋째날은 세시간, 넷째날을 한시간... 색이 바뀌면 날이 바뀐다. 막판으로 갈수록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장기록은 하루 여덟시간. 병원도 다녀야 했고, 일도 해야했고, 특강을 하러 외출을 하기도 해야 했고. 꾸준히 이 기도표를 채우며 한달을 보냈다. 그 전 한달도 내 생활은 별 차이가 안나지만, 기도를 충실히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기도를 해 봤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기도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아무런 종교도 없는, 기도 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나보다 더 괴롭고 암담할 것이 뻔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목사님들이 폭우가 종일 쏟아지던 칠월의 어느날 멀리까지 심방을 오셨다.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교회 소속의 모든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이 총 출동하셨다. 비가 쏟아져 먼길 오시기 힘드시니, 날짜를 옮기시거나 취소하시면 어떨까하는 의논을 드리니 - 아무 염려말라고 하시며 모두 오셨다. 그리고 그날 온집안을 기도로 꽉꽉 채워주시고 가셨다.
목사님들을 배웅하고 - 손님접대에 피로하여서 소파에 누운채로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 누워있는 소파에서 정면으로 나의 그림이 보였다. 우리오빠를 비롯해서 -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나무를 감싸고 있는 이 그림에 대하여 '성화같다'라는 평을 한다. 내가 '성화'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이 나무가 십자가처럼 보인다고 한다. 잠에서 깬 내 눈에 들어온 나무그림의 나뭇가지들에 불이 붙어서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나는 '참 이상하다. 왜 나무가 불타고 있는것처럼 보이지? 내 눈에 문제가 생겼나?' 생각하고 눈을 깝짝이거나 손으로 눈을 부비기도 했다. 그러고 다시봐도 나뭇가지들이 불타고 있었는데 - 나는 이 광경을 물끄러미 보면서 불이 났다기보다는 내 눈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스트레스가 극심할때, 갑자기 눈에 섬광같은것이 비춘적이 있었는데, 노화 현상이라고 했고, 잠시 발생했다가 사라진적이 있다.) 그때처럼 뭔가 눈의 노화현상이 발생한걸까 의심하면서 이글이글 불타는 나뭇가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때, 그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것처럼 그냥 거기 있었고 - 나는 내가 경험한 것이 '꿈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것 꿈이 아니었다. 나무는 불타고 있었고,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어느 순간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 나무 그림을 더욱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하나님이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키기 위해서 환상을 보여주셨을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제 일주일후에 개강이다. 내일 개강준비를 위하여 인천으로 돌아간다. 개강을 하고, 학생들을 맞이하고, 외부 특강을 해야 한다. 9월2일에 수술이 잡혀있다. 방학동안에 잡혀 있었다면 좋았겠으나, 하나님께서는 항상 최선/최고의 선물을 준비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주어진 일정에 맞추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세워나가고 있다. 큰, 아주 큰 파도가 내가 다가오고 있는것 같다. 나는 담대하게 그 파도위를 미끄러져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된장잠자리'를 생각하곤 한다. 저 멀리 동남아시아에서 한국땅까지 날아온다는 그 평범한 잠자리는 제트기류를 타고 여기까지 온다고 한다. 잠자리는 그러니까 날개짓을 한다기보다는 - 제트기류라는 어마어마한 파도에 몸을 맡기고 온전히 온 몸과 마음을 다 맡기고, 아마도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면서 -- 그러나 태평하게 미끄러져 여기까지 왔을것이다. 그럴것이다. 잠자리가 제트기류에 몸을 맡기고 그 먼길을 오듯, 나는 이제 하나님께 나의 모든 것을 맡기고 태평하게 미끄러져 앞으로 나아갈것이다. 기도와 찬송이 나의 먹이이고 물이고, 안식이다. 오 주여, 저를 구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