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9. 2. 17:27

 

기운을 차리고, 텅빈 주말의 학교에 와서 라디오 틀어놓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다가, 나의 음악회 예매 내역을 확인해보고 근래에 업데이트 된 공연 한가지를 새로 추가하였다.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을 가지고 송도에 온다.  내가 악기중에 제일 좋아하는 '첼로.'  만져본 적도 없고, 그냥 듣기를 좋아하는 악기이다. 가을에 잘 어울리겠다. 

 

 

내가 내 계정에 들어가서 예매 내역을 살펴보니, 모두 연초에 사 놓은 것들이다. 그 때, 예매를 하면서도 과연 내가 이 연주회들을 모두 가 볼 수 있을까? 안심할 수 없었다.  봄에는 그럭저럭 모두 가서 볼 수 있었다.  가을엔 어떨까? 불투명했는데, 최근에 담당 의사로부터 경과가 좋다는 말씀을 들었다. 6개월 후에 다시 검사를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가을 한철도 나는 음악회를 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도가 되어서 - 다시 업데이트 된 각종 공연중에서 내 스케줄에 부합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예매하기 시작한다. 음악회 예매를 해 놓고, 별 문제없이 그 음악회들을 섭렵할 수 있는 여건과 건강이 허락된다면 인생은 그 자체가 천국의 일상이다. 

 

 

다니엘 뮐러 쇼트라는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아마도 미남축에 끼는것 같다. 옛날 같으면 나는 잘생긴 그의 용모도 마음에 들고 그래서 열심히 그의 배경을 검색해보고 여러가지 정보를 모았을 것이다. 지금 나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저런 사람이 바흐를 연주하나보다 하고 생각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은 주로 카잘스나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씨디로 들었다. 미샤마이스키의 연주 음반도 있었는데, 일단 거장들이 내 귀에 들어온 후에는 미샤마이스키를 꺼내 듣지 않게 되었다. 내게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은 파블로 카잘스 또든  로스트로포비치이다. 다니엘 뮐러 쇼트가 이 거장들의 소리에 익숙한 나를 기쁘게 해 줄수 있을까?  안될걸. 아무도 그 위대한 할아버지들을 능가할 수는 없을걸? 뭐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 즐겁다. 괜챦아, 거장들만큼 깊지 않아도 괜챦다. 진지하게 연주만 해달라. 그러면 된다. 

 

 

* 내가 노인이 되어간다는 것을 실감할 때: 전에는 미소년이나 미남이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잘생긴것에 관심이 없어진다. 모든 인간은 나름 아름답다. 특별히 잘생긴 사람은 없다. 모두 하나하나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 이러한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