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9. 1. 08:53

어제 저녁에는 아트센터송도에서 열린 [직장인을 위한 퇴근길 콘서트] 공연을 다녀왔다.  나는 이따금 공연 일정이 업데이트 되는 것을 확인하고, 앞서서 티켓을 사 놓곤 하는데, 지난 봄에 이미 이 표를 사 놓았던 모양이다. 공연 문자가 와서 '표 값을 냈으니 가보자'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나섰다. 무슨 공연인지 확인도 안했던 것인데 - 주제가 '라틴 음악' 이었다. 라틴 재즈가 주를 이룰것으로 짐작했다.

 

나쁘지 않았다. 일단 팜플렛에 소개도 되 있지 않았던, 서울 음대 출신 바리톤 가수가 '닐리 맘보'를 불러줬는데 - '아 저것은 내가 기타로 연주하던 그 마리아 엘레나구나!' 하면서 25년전 내가 한창 클래식기타를 연주할때 악보를 보면서 연습했던 그 마리아 엘레나를 떠올렸고, 그 시절을 떠올렸고.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 이 마리아 엘레나를 저 바리톤 가수가 불러준것 - 그것만으로도 표 값은 톡톡히 받아냈다.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던 그것. 

 

나머지도 좋았다. 그러나 나는 피곤했다. 지휘자가 작두를 탄 만신처럼 혼자 굿을 해 대는 통에, 출연가수들이나 연주자들을 모두 잡아먹는 무대였다. 지휘자 혼자 미쳐 날뛰는 통에, 주위에 있던 가수, 연주자들이 빛을 잃은 이상한 무대. 나중에 집에 돌아와 '도대체 그 사람 뭐지?'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천재라고 알려진 사람이다. 마치 '내 생일 잔치에 와서 정말 고마워, 한 상 잘 차렸으니 잘 놀가가기 바래' 하고 학예회 하듯이 혼자 굿하고 노래부르고 춤추고 난리를 치던 그 지휘자. 내가 보아왔던 지휘자 중에 '최악'이다.  연주자들의 빛을 다 꺼버리는 사람. 혼자서만 빛나는 사람. 혼자서 빛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빛과 기운을 모두 빨아들이고 혼자 발산하는 사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지휘자다.

 

그래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이 무대인사를 마치고, 내가 나오는데 문을 지키던 안내직원이 소근소근 물었다, "앙콜 공연 있는데 안보고 가세요?" 나는 슬픈 표정으로 대꾸했다, "앙콜을 꼭 봐야해요?" 직원은 말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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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연자에 대학 악평만 남기는 것은 매우 무례하고 사악한 행동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화단의 식물들을 다듬다 말고 뭔가 개선 방향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 지휘자는 천재로 알려져 있고, 한국의 공연 예술 발전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예술가이다. 나는 사전에 그 사람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편견 없이, 기대 없이 '무지한' 상태로 공연을 관람했으므로 - 나의 시각은 내 개인의 주관과 그리고 철저히 무관심한 제 3자의 객관성을 띄고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내가 생각하는 그 공연자의 발전방향은

 

 

 

1. 그 사람은 지휘자로 무대위에 섰을때, 자신을 드러나 보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해 보면 좋을것이다.  무슨 말씀인가하면 - 어차피 지휘자가 공연을 이끌어간다. 지휘자가 아무말도 안해도, 관객을 쳐다보지 않아도, 어치피 처음부터 끝까지 지휘자가 무대와 객석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타에요, 제발 나를 봐줘요!'라고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지좀 말라. 피곤하다. 유치원 학예회에 나온 어린애가 '제발 나만 쳐다보고 내게 박수쳐주세요' 하는듯한 행동을 멈추라. 당신은 가만히 있어도 빛난다. 미니멀리즘이나 선불교적 절제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중간만 하라. 나를 보이지 않게 하라. 그러면 나는 더욱 돋보일 것이다. 

 

 

2. 베싸메 무쵸를 출연 남자가수와 함께 불렀다. 거기 노래를 업으로 삼는 여자가수가 이미 둘이 서 있었는데도, 남자가수는 '지휘자님'과 함께 베싸메무쵸를 부르고 싶다고 했고, 지휘자는 가창력 돋보이는 음색과 그에 걸맞는 요란한 자태로 베싸메무쵸를 불렀다. 무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공연이었다. 그런데 잠깐...여기서 생각을 해보자. 나는 그 공연이 해괴하게 여겨졌다. 세상에 '키쓰해줘! 키쓰해줘!' 하고 지랄 난동 발광을 하는 어떤 여자가 있다면 - 상대는 정말 그 여자에게 키쓰하고 싶어질까? 난 그 키스해달라고 지랄 난동을 부리는 그 여자로부터 혹은 남자로부터 멀리 멀리 저 멀리 도망을 가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것 같다.  당신들은 지금 베싸메무쵸 노래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건가?  이것이 과연 새로운 곡 해석인가?  키쓰의 재해석인가 노래의 재해석인가? 아무튼 당신들은 키스의 달콤함과 은밀함 그리고 농염함에 똥을 퍼 부어댔다.  참 해괴한 무대였다. 곽객모독이라는 연극이 옛날에 있었는데 - 나는 그 연극 제목이 생각났다.  지휘자가 노래도 천재적으로 잘하는 사람이면, 그러면 가수를 하시던가.  아니면 지휘만 하시던가. 혼자서도 다 잘해낼것 같지?  아니... 뭔가 엉망진창 잡탕밥을 막 집어 던지는것 같았다. 그냥 한가지만 하시라.  그러면 더 빛나실 것이다. 이게 뭐 술자리도 아니고, 노래부르고 춤추고 장단 맞추고, 그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이다. 

 

3. 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하는 말이 너무 잡다하고 무례했다. '지금 몇시죠? 우리 이거 시간 안채우면 기획자가 뭐라고 그래요. 우리 어떻게 시간을 끌어야 할텐데요.'  --- 지휘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끌때, 나는 간절히 바랬다, "그냥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끝내줘. 예의상 끝나길 기다리는 것 뿐이야."  참 무례했다. 관객이 마치 자기네 서울대학교 동문회에서 만난 가까운 친구나 후배인것처럼 행동하던 그 사람. 안하무인 천진난만 재기발랄.  아마 이런것이 한국의 음악계에 유포된 미신적으로 알려진 어떤 천재성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젊으신 분이므로, 전도양양한 인재이므로 약간만 개선하시면 앞으로 주욱 발전하실 것이다. 발전하시길 빈다. 

 

 

이 무대를 보면서 나 역시 자성을 많이 했다. 내가 공인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섰을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내가 수업을 이끌때 학생들 앞에서 나는 어떤 지휘자인가. 나는 좋은 지휘자인가?  이런 문제들을 생각했다. 

  1.  나는 나의 '언어'를 매우 주의하겠다. 말 실수를 안하려면, 말을 조금만,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 좋겠고, 내가 사용하는 모든 단어에 대하여 세심하게 주의를 해야 한다. 
  2. 몸가짐 (옷 매무새와 서있는 자세, 말하는 자세) 이런 것들을 거울을 보고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너무 튀지 말아야 하고, 안정적이어야 하고, 그리고 겸손하면서 당당한 자세가 좋다. (이게 어렵지).
  3. 말은  짧게, 행동은 눈에 띄지 않게, 절제해야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