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7. 31. 01:13

 

 

This is my father's land.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상은.

 

오랫동안 지체되어 왔던 책 원고 작업을 어제 대충 마쳤다. 아직 출판사에 보내기전에 세부적인 것을 통독하면서 확인하고 다듬어야 하지만, 하루 이틀이면 끝날 것이고, 내일 모레 쯤 전송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원래 이미 출간 되었어야 했는데, 내가 작년에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느라 모든 것이 정지되었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책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제 간신히 숨을 돌리고 - 버지니아 집에서 대충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침에 제법 선선한 아침 바람 속에서 작업을 하였다.

 

며느리가 나와서 나무 그림 작업을 도왔다. 나무에 '아무 열매나 마음껏 그려 넣으라'는 지시에 커다란 파인애플과, 빨갛게 익은 고추까지 그려 넣은 나의 친구 - 나의 며느리.  나는 며느리를 '딸' 같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며느리는 내게 'Mom!' 이라고 살갑게 부르고, 나는 그를 '친구' 대하듯 한다.  우리는 제법 사이가 좋다. 생각이 통하고 뜻이 통하고, 나는 그를 간섭하지 않고, 그는 나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방문자로 잠시 머무르는 동안, 남에게 (형제자매나 부모나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신경질적인 성격에도 아들 며느리의 집은 편안하고 유쾌하였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책도 읽고, 나무와 대화하며 그 품에 매달려 놀고, 그리고 그늘에 배를 드러낸채 벌렁 누워 낮잠을 자거나 빈둥대는 것 -- 그것이 내가 상상하는 즐거운 여름날의 풍경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불러오는 두마리의 물고기가 '호쿠사이'의 '파도' 속을 유유자적 놀고, 고양이, 여우가 함께 놀고, 새들이 날아다니다.  나무에는 여러가지 과일들이 주렁주렁.

 

이것이면 족하다. 나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내게 선물해주신 세상.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