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5. 12. 04:46

Joel 2:28

“And afterward,
    I will pour out my Spirit on all people.
Your sons and daughters will prophesy,
    your old men will dream dreams,
    your young men will see visions.

 

 

내가 심심파적으로 키운 화초로 만들어진 작은 정원이 학생들 사이에서 '포토존'이 되어가고 있다. 이따금 연구실 밖이 시끌벅적해지는데, 학생들이 와서 사진을 찍으며 놀기 때문이다. (아, 관광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마냥 편치만은 않겠구나.)   나는 나의 화초들을 사랑해주고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학생들이 좋으니까 흐뭇한 표정으로 지나치고 있는 편이다. 

 

 

그 정원을 보다가 내 학생이 '모르는 학생들'과 함께 내 연구실에 들렀다. 사회성 좋은 내 학생이 '그냥 제 친구들이에요 교수님' 하면서 내가 모르는 학생들까지 이끌고 쳐들어온 것이다. 알건 모르건 결국은 모두 학생들이고 - 내가 저들을 몰라도 저들은 평소에 나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므로 나는 무조건 환대하는 편이다. 그것이 '선생'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두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잠시 나눈 적이 있다.  그날 우연히 나와 이야기를 나눈 학생들 중에는 '환경 관련 서클' 활동을 한다는 친구도 있었다. 내 정원에 대해서, 환경서클활동에 대해서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 "환경서클이 뭔가 실내 공기 정화 프로젝트'라도 만들면 어떨까?"하고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말은 거창하지만, 별것도 아닌것이 - 사람들이 나의 작은 정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구역에 오면 확실히 공기의 '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도 공기가 신선하고 정말로 '향기'가 난다.  과학적인 실험을 한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화초들이 내뿜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아마존 밀림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러니, 내 정원에 와서 사진만 찍을것이 아니라, 학교의 구석구석을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나 혼자 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내 작은 정원의 화초가 말라죽지 않게 최소한의 관리를 하는것만도 일주일에 최소 두시간은 투자를 해야 한다. 여력이 없어서 다른 곳은 내 손길이 미칠수가 없다.)  "공간이 없으면 벽을 정원으로 만드는거지. Green Wall project 그런게 요새 유행이쟎아"  뭐 이런 이야기를 두달 쯤 전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제는 복도에서 예전의 그 학생과 마주쳤다. 그는 눈길로 나를 세웠다. (지나치는데 뭐랄까 - 내가 너에게 할말이 있어 - 하는 눈길을 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는 마치 '식물'이 말을 걸면 이렇게 말을 거는게 아닐까 싶은 나지막하고 조용하면서도 촉촉한 떨림이 있는 음성과 화초가 보내는 듯한 조용한 시선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전에, 그 green wall 이야기를 해주셨쟎아요. 그래서 저희가..." 

 

 

그러니까, 이 노인이 꿈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을 그가 귀담아 듣고 사색을 하고 그리고 뭔가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떤 '제안서'를 만들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것이고 그것이 통과되면 정말로 학교의 어느 구역에 '초록 식물의 벽'이 곧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그 일을 위하여 나의 조언과 정보가 필요하다고 나를 그의 눈길로 불러 세웠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복도에 선채로 거의 한시간 가까이 이 프로젝트를 정말로 어떻게 성공시킬지 그 방향과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하게 되었다.  그의 눈은 점점 더 빛났다. 그의 눈빛 속에서 푸른 정원이 자라나는것처럼 보였다. 

 

 

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연구실로 돌아오면서 - 나의 정원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의 꿈을 내가 반드시 이뤄야 하는것은 아니구나. 나의 열망을 누군가가 이뤄줄수도 있는거구나. 나의 꿈을 저 청년이 이루어주는구나.  그리고 그 의미를 잘 알수 없었던 성경구절의 의미에 다가갈수 있었다. 노인은 꿈을 꾸고 청년은 환상을 볼것이요... (요엘 2:28)  오 하나님, 역사하시는 하나님. 제 소망 한톨 한톨도 잊지 않으시고 다 이뤄주시는 하나님.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