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5. 11. 18:06

지난 월요일 화요일 이틀간 어느 먼 곳에 떨어져있는 고등학교에 가서 특강을 하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만난 학생들은 같은 학년, 다른 학생들이었다. 이틀간 동일한 주제의 강의를 다른 학생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내가 외부특강시 영어강의를 할때에는 학생들에게 당부를 한다. "나는 영어로 강의하고, 당신들도 영어 강의를 대개 다 알아듣는다. 그런데 내 질문에 답을 할때 당신중에 어떤 사람은 답은 알지만 영어로 말하기가 안될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한국어로 답을 하면 된다.  그러니까 나는 영어로 떠들것이고, 당신들이 내게 말을 할때는 영어나 한국어나 편한것으로 한다는 원칙이다. 

 

 

내가 이런 '자유'를 명시해도, 지난 수년간 내가 외부 특강을 할때, 학생들은 대체로 영어로 응답을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정도는 하는가보다 하고 나는 상상을 했던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갔던 학교에서 학생들은 대체로 '한국어'로 내 질문에 답을 했다.  나는 물론 학생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답을 해주길 바랬다. 나는 이미지들을 보여주면서 이미지들 사이의 '언어, 문화, 사회적' 차잇점을 발견하고 해석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게 아니라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학생들은 영특했으므로 내 질문의 의도를 잘 알아채고 한국어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중에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처음에는 매우 수줍어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물론 나는 폭풍같은 칭찬을 날려주었다.  5분 쯤 후에 내가 던진 질문에 그 여학생이 역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영어'로 답을 하려고 애썼다.  영어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 여학생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내가 더 명쾌한 영어로 그 학생의 답을 반 전체에 소개했다. 이 여학생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되자 다른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밖으로 나가거나 할때, 이 여학생은 짝꿍과 함께 내 곁에 와서 종알종알 말을 걸었다. 사랑스러운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두번째 시간에 이 여학생은 줄곧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2시간 수업을 마치면서 내가 '평가 설문지'를 돌렸는데 설문지에는 영어로 질문 몇가지가 적혀있고 한국어 번역도 적혀있다. 설문에 대한 답은 영어나 한국어나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적혀 있다. 내가 받은 32장의 학생 설문 응답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답을 적은 유일한 학생이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이 여학생이 2시간 사이에 보여준 미세한 변화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영어 강의를 듣는다 ---> 한국어로 답을 한다 --> 영어로 답을 한다 --> 영어로 설문지에 답글도 적는다.

 

 

 

이런 변화 과정에 대하여 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영어수업이 제공된다면 좋겠다. 중간적인 단계의 영어수업. 영어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한국어나 영어로 편안한 언어로 답을 하고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 차차 영어가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진다.. 이런 흐름을 만들수 있는 수업. 그런 수업 모형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