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3. 29. 18:22

 

 

미국에서 오던 해 봄에 나는 캠퍼스 어딘가에서 스킨답서스 줄기를 약 20센티미터쯤 끊어서 물병에 담아 놓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어딘가에서 끊어온 스킨답서스는 묵묵히 자라났다. 자라고, 자라고, 또 자랐다. 그 사이에 새끼를 친 화분들이 자꾸만 늘어났다. 동료교수들에게 선물한 화분들은 말라죽은 시체가 되어서 버려지곤 했다. (그래서 이제는 이것을 탐내는 친구들에게 선뜻 주지 않는다. 말라 죽일거면서 왜 욕심을 내는거지? 응?)  나는 버려진 화분들을 가져다가 다시 생생한 어린 아이들을 키워냈다.  그리고, 어제 모처럼 시간을 내어 그동안 '길게 길게 길게 자라나서 뻗어갈데가 없던 이 친구들을 잘 정리하여 초록색 아치로 만들어주었다.   학생들이 와서 '이거 가짜지?' 하는 소리가 열린 문으로 들려온다. 내 정원에 플라스틱 식물은 없다.  진짜로 살아있는 식물을 보면서도 학생들은 당연히 그것이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한다. 

 

흐뭇하다. 나는 시시때때로 문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이 초록색 문을 쳐다본다. 

 

시간과, 햇살과, 물과, 공기와 바람과 하나님의 사랑이 만들어낸 초록색 문.  

 

나는 늘 '초록색 나무문'을 통하면 나오는 '나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마음을 품고 살아왔다.  아직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바로 내 곁에 있는 초록색 아치가 내 마음과 영혼을 천상으로 이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무엇을 소망하는지 정확히 알고 계신거다.  이거면 족하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