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3. 27. 11:30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 (피아니스트 윤아인)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을 연주한다길래 R석 티켓을 구해서 1층에서 관람했다. 

 

 

라흐마니토프의 피콘2번은 몇해전에 케네디센터에서 연주하는 것을 생애 최초로 감상했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 라피콘 2번은 아마도 내가 죽을때 떠올리게 된다면 케네디센터를 떠올리게 될것 같다. 윤아인씨의 피아노 연주는 피아노를 잘 모르는 '막귀'인 내가 듣기에도 힘이 넘쳤고 근사했다.  문제는 -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와의 조화가 어딘가 답답하게 여겨졌다.  문제의 원인이 뭘까 고민고민하면서 '막귀'가 생각한 것은 - 일단 무대가 너무 작았다.  뭐랄까, 음, 고래를 작은 욕조에 잡아 놓은 듯한 느낌. 딱 그런 느낌.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어우러졌어야 했는데, 이건 뭐 제삿상에 뭐 잔뜩 때려 넣어서 막 상다리가 휘어지고 정성껏 차린 음식이 막 포인트 없이 여기저기 겹쳐져 있는것 같은. -- 부조화.  안타까웠다.  무대가 더 컸어야했고,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채 어우러졌어야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내가 다니는 음악당은 - 내가 경험한 바로는 3층 중앙이 1층 중앙보다 소리가 훨씬 입체적이다.  비싼 티켓값 내고 1층에 앉아있는것 보다 싼값이 3층 중앙에 앉는 것이 훨씬 '소리'가 좋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고, 부분부분 참 익숙하게 들었던 곡이므로 내게도 친숙했는데 - 생각해보니 내 평생에 이것을 음악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것은 처음 이었다. 그리고 - 참 즐겁고 신나게 감상을 했다. 특히 1악장과 2악장을 수놓았던 '드럼' -- 아 그 '먼 천둥소리' 같았던 드럼 소리가 내 귀에 들어온 후에 - 나는 내내 드럼만 쳐다보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평소라면 나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을 것이다.  '비창'을 들을때는 내 온신경이 드럼 연주자에게 쏠려있었다.  어느순간 '드럼'이 내 눈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 나는 '드럼 연주자'와 사랑에 빠져서 비창이 모두 끝났때까지 오로지 '드럼'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 나만 그랬던 것 같지도 않다. 연주회가 모두 끝나고 소나기같은 박수가 이어지자 지휘자가 각 파트별로 인사를 시켰는데 - 드럼주자가 인사하기 위해 일어났을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와!' 함성을 울리며 박수를 보냈다.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막 가슴이 뛰고 기뻐서 웃음이 나온다).

 

 

요즘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왜 행복한 기분이 들까?' 문득문득 궁금해했는데 - 마침내 어제 구글링을 해봤다.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그 음악이 나올것을 기대할때 (생각할때)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마약'에 빠지는것도 바로 그 '도파민'의 소나기를 맞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러니까 음악이 일시적으로나마 '도파민'이 온몸에 강물처럼 흐르게 해주나보다.   그래도 나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 왜 어떤 선율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어떤 선율은 나를 불편하게 할까?  예를 들어서 나는 '프로코피에프' 음악을 FM에서 들을때 (내가 일부러 찾는 경우는 없다) 갑자기 '두통'을 느낀다. 이마를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아주 불쾌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라디오를 꺼버리거나 한다. 나는 왜 그 음악에 두통을 느끼는걸까? 나는 쇼스타코비치나 프로코피에프가 '예각 삼각형'같은 뾰족뽀족한 음악처럼 여겨진다.  왜 어떤 음악은 '도파민'의 강물이 흐르게 하고 어떤 음악은 '두통 유발자'가 되는가? 그것은 왜 그런가?  나는 여전히 이러저러한 것들이 궁금하다.

 

 

비창은 - 마지막 악장의 마지막 - 곡이 끝나는 부분 -- 그것은 연주회장에서 들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을것 같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게 아름답고 힘이있다. 힘이 없어서 힘이있다. 고요한 죽음의 아름다움 같은것.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지금 내가 버지니아, 워싱턴에 있다면 - 나는 아마도 어딘가에서 공연될 '나비부인' 오페라를 찾아가 볼것이다. 워싱턴에서는 해마다 벚꽃 계절이 되면 어디선가에서 '나비부인' 공연을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하고 있을것이다.  나비부인을 보고싶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