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3. 21. 11:27

 

 

내게는 '작은 정원'이 있다. 연구실 밖에 이웃건물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데 실제로 통과하는 문이 폐쇄되어 있으므로 양면이 유리로 만들어진 '유리 온실' 같은 장소가 되어 버렸고 내 연구실 문 바로 옆에 이런 '유리 온실'이 있으므로 내게는 전용 유리 온실이 주어진 셈이다.  심심파적으로 수년간 차근차근 화초들을 분갈이를 하면서 삽목을 하여 '식구'들을 늘려 나갔는데, 유리 온실 속의 화초들이 사시사철 잘 자라주어서 '밀림'처럼 되어갔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내가 요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화분들을 골고루 배치할수 있도록 화분대까지 설치를 해 주어서 이럭저럭 작은 정원이 탄생하게 되었다. 

 

 

2016년에 처음 왔을때, 어느 화분에서 20센티쯤 잘라서 키우기 시작한 스킨답서스는 어마어마하게 새끼를 치고 길이를 늘여가서 최근에는 '처치곤란'한 상황에 이르러 저 많은 스킨답서스 화분들을 어떻게 잘 살려나갈것인가 고민중이다.  제라늄 화분 하나로 시작한 것도 새끼치기를 거듭하면서 여러개의 화분에서 사시사철 빨간 꽃을 피우고 있다. 선인장들도, 허브들도, 뭐든 새끼치기를 하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작은 하나가 '군락'을 이루는 과정을 나는 지난 수년간 이 작은 정원에서 목도를 하고 있다. '하나'의 힘이 참 무서운거다.

 

 

오늘은 내 창가의 작은 선인장화분에 꽃이 만발한 것을 발견했다.  바삐 지나다니며 꽃이 피는지 열매가 맺는지 눈치도 채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문득 발견했다. 아하! 저렇게 예쁜 꽃이 피어나고 있었는데 내가 봐주지도 못했다니. 참 미안하다.

 

그래서 문득 깨달았다.

 

2016년부터 오늘까지 내가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 나는 끊임없이 불평했고, 화를 냈고, 험담을 했고, 나쁜 생각들을 했고, 좌절했고, 죽고 싶었고, 떠나고 싶었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신경질쟁이이며 언제든지 폭발할것 같은 고약한 활화산, 독기어린 마그마를 마구마구 분출할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저 화초들도 나에 대하여 짐작을 했을 것이다. 

 

저 화초들에게 나는 - 일주일에 한번씩 물을 주는 아줌마.  가끔 영양제를 꽂아 주거나 비료를 주는 아줌마. 가끔 와서 들여다보고 뭐라고 말을 걸기도 하는 아줌마. 이제 할머니가 되어가려는 아줌마. 방학때 사라질때는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꼭 물을 주라고 부탁을 하는. 아주 좋은 정원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라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는 그저그런 사람. 

 

나는 깨달았다. 

  • 화초들은 한번도 내게 짜증을 낸 적이 없다.
  • 목이 말라 말라죽어갈때도 나를 원망하거나 저주한것 같지도 않다.
  • 화초들은 물과 햇살만 있으면 군소리 않고 무럭무럭 자라며 자기 할 바를 다한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몸집을 키운다. 
  • 화초들이 말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나는 가끔 화초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화초들이 내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뭔가 불평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화초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 가능한 말을 줄이자. 특히 불평하는 말, 누군가에 대하여 부정적인 말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자. 
  • 말없이 내 할일이나 잘 하자. 어떻게든 살아내고 몸집을 키우는 스킨답서스처럼. 
  • 남이 보건 안보건 꽃을 피우는 화초처럼, 나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자. 하나님께 보여드리기 위하여. 
  • 어떤 상황속에서도,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불평하지 말자. 말라죽을때조차 불평하지 않는 화초들처럼.  하나님께서 다 계획이 있으실거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