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3. 1. 12:36

황정민

 

내가 좋아하는 한국 남자배우를 꼽는다면 1번으로 '안성기'  그리고 2번으로 '황정민'을 꼽는다. 그 외에는 다 그냥 '저 사람 좋은 배우지'하는 정도이다. 황정민은 특별하게 생각한다. (일단 내가 그 사람 이름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 요즘은 알던 이름도 자꾸 생각이 안나서, 확실히 내 기억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황정민보다 더 대단하고 훌륭한 배우들도 있겠지만, 그냥 황정민을 보면 '반갑다.' 내 취향이다.  여기서 내 취향이란 - '자연스러운 얼굴에 서민적인 행동거지가 몸에 붙은 평범해 보이는 남자'이다. 나는 세련되고, 잘생긴 스타일의 사람에 대하여 크게 호감을 갖지 못한다. 꽃미남 계열에는 눈이 잘 안간다.  

 

미스터트롯으로 유명해진 '장민호'라는 가수가 있다. 잘생긴 사람이다. 어린 시절에는 모델도 했단다. 이목구비가 조각한것처럼 반듯반듯하고 잘 생긴 사람이다. (인정).  그런데 나는 처음에 TV에서 트롯 경연대회에 그 사람이 보일때 그에 대하여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냥 막연한 나의 느낌인데 '저 사람은 잘생겼지만 어딘가 야비해보여. 저런 사람은 가까이 하면 안돼' 뭐 이런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의 노래, 그의 태도, 무대에서의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나쁜 남자'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꾸 TV에 나오면서 - 점점 유명해지면서 - 주위의 후배 가수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이 참 좋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명가수라서 자신의 형편이 별로 부유하지 않아도 주변의 어려운 후배들에게 자기가 가진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평판을 들으니까, '사기꾼'같이 보이던 그의 미소가 '푸근'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 잘생긴 그의 용모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잘생기고 마음씨도 착한 좋은사람'으로 내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 요즘 이따금 TV에서 그를 보면 반갑다.  그 착한 사람이 잘 풀려서 저렇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니 돈도 많이 벌 것이고 이제는 사는 걱정 안해도 되겠다 생각하며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남의 일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무어람?  어쨌거나, 그래서 '장민호'씨 때문에 나는 나의 잘못된 '편견'에 대하여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눈에 사기꾼 같아 보여도 - 어쩌면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일수 있는 것이니.  그리고 일단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보니까,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던지... 내가 내 눈을 달고 살고 있지만, 나는 이제 내 눈이나 판단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세상에 확실한게 뭐가 있단 말인가. 

 

좌우간, 자연스러운 이웃  사람같은 용모와 행동의 배우 '황정민'을 내가 좋아하는데 - 어제 저녁 클래스에 '황정민'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수업중에 10분 휴식을 주면 남학생들은 저희들끼리 우르르 몰려나가는데 - 나갔다 온 학생들에게서 '담배'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으로 보아 휴식 시간에 그들은 '담배'를 태우러 뛰어 나갔다 오는 모양이다. 그렇게 한무리의 남학생들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들이 '황정민'을 대동하고 왔다. 

 

'황정민'은 벙글벙글 웃으며 교실 뒷문으로 들어와 곧장 내게로 일직선으로 다가와 해바라기처럼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아! 자네! 아무개! 잘있었어?" 그는 지난학기에 내 수업을 들은 학생이었다.  그에게서 진한 담배냄새가 났다. 아마도 '담배태우는 곳'에서 우리반 남학생들과 스치면서 지금 내 수업이 진행중이란 소리를 듣고 - 그 남학생들을 따라 온 모양이었다. 내게 인사를 하러. 지난학기 내내 그는 수업에 열중한 아주 고마운 학생이었지만 - 그놈의 코비드 마스크 때문에 - 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본적이 없다. 미지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마스크가 사라진 훤한 얼굴을 드러내고 나타났으므로 나는 그를 자주 만났으면서도 - 마치 처음으로 만난듯한 기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그 얼굴에서 나는 '황정민'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내 눈이 이상한걸까? 자네가 배우 황정민 같아"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벙긋벙긋 웃었다. 주위의 친구들도 모두 자기를 '황정민'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저 스스로 자기가 황정민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정민씨의 스무살 무렵의 얼굴이 궁금하다면 - 이 친구의 얼굴을 보면 된다. 혹은 황정민씨의 대학시절 대역배우가 필요하면 이친구가 하면 되겠다.  그래서 그 친구는 다음주에 내 연구실로 다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리고 하고 교실을 나갔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밥먹다 말고 - 문득 - 그 황정민 생각이 났다. '아! 나는 황정민을 만났다!'  이런 생각이 들며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황정민 때문일까, 아니면 황정민을 닮은 그 학생의 해바라기 같이 밝은 미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 담배피다가 내 소식을 듣고 일부러 뛰어 올라와 인사를 해준 그 인정 때문이었을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