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2. 15. 13:49

 

 

일전에 소래 어시장에 들렀다. '열기구이백반' 생각이 나서, '여수오동도'라는 생선구이집에 가서 열기구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어릴때 시장에서 그 빨간 물고기를 '겐따로'라는 일본말로 불렀던 것 같은데 동일한 어종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행복한 식사를 하고, 생선이나 몇가지 사가자고 생선전을 돌다가 '자반고등어' 한 손하고 뭐 이럭저럭 고르는데, 내 눈에 뻗뻗하게 얼어 자빠져있는 동태더미가 눈에 띄었다. 앗! 잊고 있었는데, 저것이 동태이지!   어릴때부터 엄마가 시장에 심부름을 보낼때 대체적으로 꼭 사오라고 주문하던 것이 그 '동태'가 아니었던가.  콩나물, 두부, 동태는 늘 시장가서 사오는 것들이었다. 

 

그 동태를 정말 오랫만에 어시장에서 발견한 것인데 - 갑자기 엄마 심부름으로 동네 골목 시장으로 향하던 그 장면과, 시장 상인들 모습, 뭐 그 속에 존재감없이 있는 내 모습까지 한꺼번에 기억이 몰려오면서 - 마치 초등학교 골목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달콤하고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 몽환적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저 동태는 얼마에요?' 물었더니 '만원'이란다.  동태가 귀하다더니 정말 비싸구나 만원이나 하는구나 하면서도 나는 귀하신 동태를 - 그 어린시절의 추억의 값으로 사기로 했다.  그래서 달라고 했더니 어물전 사장님이 동태 한무더기 (세마리)를 모두 가져다가 턱턱 잘라 손질을 하기 시작한다? 그 세마리 모두 합쳐서 만원이라는 거였다. "이 세마리를 다 주신다고요? 이거 전부에 만원이라고요?" 내가 놀라서 물으니 그렇단다. 

 

결국 동태 한무더기를 사다가 우리 두 식구가 동태탕 한끼 끓여먹을 양으로 봉지봉지 담아서 냉동실에 담아놓고, 쏠쏠이 꺼내먹는 중이다. 동태가 귀해졌다지만, 그래도 동태가 다른 것에 비해서 싸네 - 역시 좋은 친구네 하면서.

 

동태한테 "야, 너 오랜만이다 반갑다!"라고 말을 거는 나는 정말 '옛날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서러운 것만은 아니다. 추억이 아주 많아지고, 옛추억이 금빛으로 빛나니까.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