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3. 2. 2. 12:01

 

지난해에 내가 기획하고 이끌었던 '성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성공적이었던 관계로 올해에는 작년보다 프로그램 예산이 두배로 늘어날 것 같다 (방금 프로포절 작성을 마쳤다). 

프로포절 쓰기는 간단치 않다. 내가 2주가량 명절도, 주말도 없이 이 일에만 매달려야 했으니까.  그런데 그 제안서를 마치는 날, 우리 팀원이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에 우리대학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파견되어서 수업 보조 역할을 했던 분들이 여러분 계시는데, 그 분들중에서 특히 열심히 활동 하셨던 분이 한 명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내 입장에서 한두번 스친 사람은 전혀 기억을 못하는 편인데 -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지냈으므로 사람을 구별하고 기억하는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  그 한 사람 만큼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늘 부지런히 움직이고, 내가 나타날때마다 '일사후퇴때 사고로 헤어졌던 형제를 다시 상봉한 듯 반갑게 다가와 환대를 하던 분이었으며, 행사때 초청하지 않아도 가족까지 대동하고 나타나서 열렬히 행사를 지원하던 분이었다. 이 분들은 우리 학교 예산이 아니라, 본부에서 별도 예산으로 파견하여 관리하던 수업 보조 인력에 해당되는 분들이었다. 

 

올해 사업제안서를 꾸리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예산 절감 차원에서 본부에서 파견하는 수업 보조 인력 프로그램이 취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수업보조로 일하시던 다수의 시민들이 극히 제한적이나마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분들은 수고비는 얼마 받지 않았지만, 시민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자신들도 어떤 기여를 한다는 사명감과 보람감으로 이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있는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제안서 작성하는 마지막 날, 그 열심히 활동하던 분이 우리 팀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우리 팀원과 수업관련 소소한 통화를 하셨으리라 그래서 그쪽으로 연락을 취하셨으리라. (나는 전화를 아예 꺼놓고 사는 사람이라, 학교 교직원 외에는 아무도 나와 통화 할 수 없다.) 일상적인 안부와 덕담이 이어지고, 그분이 '일거리를 잃었다'는 소식을 전하시며 - 대학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이 참 좋았는데 그 일을 잃었다. 무급이라도 좋으니 자원봉사로라도 계속해서 일하고 싶은데 그런 일자리가 없을까? 이런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고 한다.  '저희가 그분을 파트타이머로, 시간제 알바로 채용해도 될까요?' 팀원은 내게 물었고, 나는 답했다 'Why not? Go ahead!' (물론 되죠. 합시다!)   우리도 예산을 짜는 가운데 보조 인력이 여기저기 필요하고, 대체로 학생들에게 이런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학생들이 일하는 경험을 쌓을수 있도록 하는데, 그 일부를 그 시민에게 제공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난해에 그분이 수업에서 하던 일들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보았다. 

 

 

그 분이 우리의 계획을 듣고 무척 기뻐하셨다고 한다. 우리도 기쁘다. 

 

내가 이분의 사례에서 배운것이 뭔가하면 :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기쁘게 열심히 해도, 그 일자리가 사라지는 불운이 닥칠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해 해도 상황이 참 불친절하게 돌아갈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런 불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연락을 취하거나 문을 두드리다보면 예기치 않았던 기회가 만들어지거나, 예기치 않았던 응원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분은 평소에 열심히 활동하셨기 때문에 사람 분별 못하고 기억력도 안좋은 나도 기억할 정도였고 - 그런 열성이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