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면
박노해
입춘이면 몸을 앓는다
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
은미한 떨림을 듣는다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눈발이 눈물로 녹아내리고
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
산 것과 죽은 것이
창호지처럼 얇구나
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
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
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
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
은미한 발자국 소리 들으며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입춘立春이면’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49p
별로 특징도 없고 구태의연하기까지하다고 평생 생각했던 내 '이름'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지 박노해 시인이 내게 알려주었다. 내 이름이 너무나도 신비로운 의미로 이 시에 반복되는 것이다! 내 이름 정말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