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2. 12. 15. 19:38

미국 영주권자들은 일년에 최소 2개월 이상은 미국에 체류해야 한다. 미국 밖에서의 체류 기간이 일년이상 길어지게 된다면 소정의 '재입국 허가 (2년)'를 받고 나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알려져있다. 미국 밖에서의 체류가 6개월 이상이 되거나 1년가까이 된다면, 미국 입국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지난 수년간 미국집에 드나드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 미국 입국은 사정이 달랐다. 지난 여름에 나는 한국을 떠날수 없었고, 11개월만에 미국에 입국하게 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입국 심사장에서 귀국선을 탈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 '너무 오래' 미국을 떠나 있었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지만 - 사람에게는 사정이란 것이 있으므로 '죽으면 죽으리라 (에스더)' 정신으로  워싱턴 덜레스 공항 입국 심사관 앞에 섰다. 

 

 

심사관: 너 꽤 오래 미국에서 떠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나: 알고 있다. 나로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 구구절절한 상황 설명 *** 이러한 이유로 나의 미국 입국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마침내 미국의 가족 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내 설명을 들은 심사관은 상자에 내 여권과 그린카드를 담아주면서 저기 저쪽 오피스로 가보라고 안내를 해 주었다. (입국 보류)를 뜻하는 것이지. 예상했어. 그러면 거기 가서 다시 내 상황을 설명하면 되지. 

 

 

입국장에서 입국보류를 당한 사람들이 가게되는 오피스로 향하니 뭐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쪽으로 온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20여분 앉아서 대기하니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 입이 거친 심사관: 너 꽤 오래 미국에 오지 않고 있었어. 
  • 얌전한 나: 11개월간 오지 못했어. 왜냐하면 ***** ***** 한 상황 때문이었어. 
  • 입이 거친 심사관: 내가 네 말을 믿을거라고 생각해? (매우 냉소적으로) 너 솔직히 말해봐 미국에 안 살지?
  • 얌전한 나: 정확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과 한국 두 대륙을 오가며 살고 있어. 그러므로 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고 확언해. 나 역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 내 인생이 피곤해. 하지만 그것이 내 운명이면 그대로 사는수밖에. 그러니 내 삶을 네식으로 판단하려고 하지는 말아. 나도 11개월간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때 영주권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입국 거부 당하면 하는수 없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온거야. 하지만 나는 설명을 정확히 하고 싶었어. 
  • 입이 거친 심사관: (내가 그 녀석의 입이 거칠다고 말하는 이유 = I don't want to f*** off one's life but I don't think you are living in the U.S. 나는 남의 인생을 *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네가 미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라는 식으로 F-word 를 써가면서 말했기 때문에 내가 매우 기분이 나빴다. 되게 무례한 녀석이었다.) 너 돈 얼마 갖고 들어왔어?
  • 얌전한 나: 자식들 약혼하는데 선물로 반지 사주려고 *천 달러 갖고 들어왔어. 여기 있어 (봉투 꺼내 보여줌) 
  • 입이거친 심사관: 얼마라고? 정확히 얼마?  (내가 예컨대 3,000 달러라고 하자 그는 뭐라고 3만 달러? 하고 되 물었다. 내가 아니 3,000 달러.  내가 또박또박 대꾸하자, 그는 약간 후퇴하며, '뭐라고 삼만 달러가 아니고 삼천이라고? 우물우물') 그래서 내가 또박또박 말해줬다. '일인당 만달러 이하면 세관 신고도 할 필요가 없어. 뭐가 문제지? 아들  둘이 약혼하면 부모가 큼직한 선물을 하는것이 한국인의 문화야.' 
  • 입이 거친 심사관: 나도 이런 일로 네 삶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 다음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체류를 하게 되면 미국 입국에 문제가 생길거야. 이번에는 통과시켜주지만 다음에는 힘들거야. 
  • 얌전한 나: 나도 알고 있어. 이번에도 입국을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어. 네가 나를 통과시켜준다니 참 고마워. 나로서도 자식들 곁으로 돌아올수 없어서 고통스러웠어. 
  • 입이거친 심사관: 그래 앞으로 조심해. 잘가.
  • 얌전한 나: 고마워 메리크리스마스!

 

 

 

 

사실 지난 여름에 사정상 미국으로 가지도 못하고, 게다가 영주권 연장 신청한 것도 소식도 없고 그런 상황속에서 -- 나는 이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자유롭게' 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주권 유지하겠다고 미국에 드나들기도 귀챦고 영주권은 필요하면 다시 만들면 되는 것이고 뭐 그런 입장이었다. 올 겨울에도 내가 미국에 올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았다. 나는 거의 모든것을 '포기'하고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식 없어서 포기했던 영주권 연장 승인이 이루어져 새 영주권이 날아왔고, 여름에 발목을 잡았던 문제가 겨울에는 발생하지 않아서 미국으로 올 결심을 할 수 있었다. 내 현재의 상황이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흘러가고 있기때문에, 되면 되고 말면 마는거고, 죽으면 죽는거지 겁날게 없다는것이 요즘 나의 생각이고 태도이다.  이런 되면 되고 말면 마는 태도에 한가지 더 -- 내 삶을 유지하는 '기운'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의지'이다.  내 삶이 정말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하루하루 흘러가기 때문에 나로서는 하나님께 의지해서 사는 것 외에 답이 없다. 하나님께 의지할수밖에 없는 이 캄캄한 하루하루 속에서 나는 구석에 물린 쥐가 사자를 물듯 - 겁날게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입국 심사관 앞에서 내가 기죽지 않고 초연하고 당당하게 대꾸할 수 있었던 이유.  '입국 안시켜도 그만이야. 영주권이고 뭐고 다 불살라버리고 그냥 살면 돼' - 이런 초연함. 이걸 그 녀석이 어쩌겠는가...

 

 

 

 

이번에 적법한 법위내에서 내가 저축한 현금을 많이 갖고 왔다.  미국 드나들기도 귀챦아서 정말로 영주권이고 뭐고 다 물려버리고 미국 돌아다니는 대신에 해외여행이나 돌아다닐까 그런 생각으로 - 자식들에게 큰 선물을 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참고로 개인당 일만달러 미만까지는 세관신고 안하고 적법하게 갖고 입국할 수 있다.) 그것도 나에게는 큰 돈이지만, 정말 부자들에게는 샤넬가방 하나 값이나 될까?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죽고 살릴만한 큰 금액이기도 하다. 무사히 입국하여 자식들 품에 안기니 안락하고 기쁘다. 잘생긴 미남고양이 토마스와, 못생긴 주제에 건방을 떨어서 더 귀여운 까만 고양이 '흑둥이'가 밤새 곁에서 자고 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의 아버지 하나님. 

 

 

* 피치 못할 사정으로 6개월 이상 혹은 1년 이상 미국에 체류하지 못한 영주권자가 미국으로 되돌아갈때 - 이것이 처음 발생한 경우라면 쫄지 마시고 피치 못할 상황에 대하여 조리있게 설명할 준비를 하시고 미국 입국을 하시면 될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입국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도 사전에 이런 문제에 밝은 친구로부터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을 듣고 움직였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