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2. 11. 30. 16:01

 

인천 송도에 있는 '아트센터인천'은 별명이 '케네디센터'다. 그냥 내가 그렇게 부른다. 매클레인에 살때, 케네디센터까지 걸어가기도 했던 -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연장이었다. 그래서 케네디센터 무대에 올리는 참 좋은 각종 공연들을 비교적 싼 값에 (그냥 일찌감치 제일 싼 표를 사면 좋은 공연을 부담이 적은 가격에 볼 수 있다) 마음껏 즐길수 있었다.  집 근처 운하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나갈때는 '포토맥'에 간다고 말한다. 포토맥강변을 걷듯 운하 주변 공원을 걷는다는 뜻이다.  미국에 가면 '여기는 한국 어디 같다'고 말하며 한국과 닮은 구석을 찾아내듯, 한국에 오면 여기는 플로리다 혹은 버지니아 어디같다는 식으로 미국에서 정들었던 장소들과 닮은 곳을 찾아낸다.  그래서 '아트센터인천'은 내게는 '케네디센터'다.  이 두 공연장의 유일한 공통점은, 케네디센터 베란다에서 포토맥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것 처럼, 아트센터 인천에서는 베란다에서 인천바다를 내다볼 수 있다.

 

김정원의 낭만가도 9월 콘서트가 참 달콤하고 좋았기때문에 11월 콘서트도 오늘 다녀왔다. '애환'이라는 주제처럼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무겁고 우울하게 여겨지는' 음악들이 연주되었는데 - 무겁고 어두웠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라디오에서 그 음악이 나오면 나는 '무거워서' 그냥 채널을 돌렸을테지만, 음악당에서 연주자들이 정성스레 연주하여 들려주는 음악은 채널을 돌릴 필요도 없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여겨졌다. '이 음악은 집에서 찾아 듣기 힘든, 음악당에서만 들을수 있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일부러 찾아듣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아름다운. (그래서 연주자들이 도전해보는 그런 곡이 아닐까?)

 

오늘 음악회에 오점을 남긴것은 음악회를 마무리하는 김정원씨의 '이야기'였다. 그는 그가 오늘 연주한 곡을 연습하는 내내 너무너무 힘이 들었고 우울했다고, 너무 힘들었다고, 또 누군가 손가락을 다쳤다고 그래서 연주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 '연습할땐 누구나 다 힘든게 아닐까? 더우기 어두운 음악이니 더 힘들었을것을 짐작은 하지만 , 그걸 지금 관객들한테 얘기 해야만 해?' 이런 투덜거림이 내게서도 흘러나왔다.  내가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남의 애환에 공감을 못하는걸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나의 문제는 내가 공감능력이 너무 넘쳐서 다른 사람이 힘든것만 봐도 내가 힘이 빠지고, 내가 더 못견디겠다는거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하면 나는 더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내가 음악회에서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고 기운을 차리고 싶어 거기 간건데 거기서도 연주자님 힘들었다는 말에 힘을 빼야 하는가? 그런 신세한탄은 관객한테 하지 말고 연주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해야 하는것 아닌가?

 

대중음악가들을 생각해보았다. 유명 트롯 가수가 부친상을 당했어도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다거나 뭐 그런 사례들. 그분들이 무대에서 부친상 당했다고 울기라도 하던가?  아니지. 그분들은 프로페셔널들이니까 자신의 상황과 무대를 분리할 줄 안다. 광대는 슬퍼도 웃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대 매너이니까.  김정원씨, 우리가 아끼는 음악가이지만 - 자신이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무대에서 신세한탄이나 힘들었다는 말씀을 생략해주길. 보는 사람이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의 결론: 나는 철저하게 무대매너로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 징징거리지 않겠다는 것이지 뭐. 

 

 

 

 

Posted by Lee Eun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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