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2. 1. 27. 21:26

나의 아들 John 은 하늘이 내려준 '효자' 같다.   한국 군대를 다녀오고, 영주권 스폰서를 받느라 고생하느라 몇년의 고생스런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그 시간을 잘 견뎠고 그 시간속에서 성장하여 이제 내게도 낯설어보이는 성인이 되어 - 직장생활하며 대학원 공부를 하고 그리고 겨울방학 내내 그의 집에 '기생충'처럼 눌러 붙어 살고 있는 부모를 끔찍이 챙기고 있다.  그에게는 약혼자도 있는데 몇년간 사귀는 동안 - "한국에서는 부모님은 장남이 책임져야 하는거고, 나는 한국의 장남이고, 나는 큰집 사서 우리 부모님 모시고 재미있게 살거다" 노래를 부르고 세뇌를 해 놓아서 그의 약혼자는 '부모님을 어떻게 모셔야 잘 모시나' 그 문제를 고민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들의 약혼자는 허구헌날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 음악만 들이 파면서 그것으로 한국어를 익히고, 그 실력으로 나중에 애를 낳아도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하하하).  나는 물론 죽을때까지 자식에게 폐 끼칠 생각이 없다만 - 그렇게 마음을 써 주는 것이 고맙다.  말만이라도 고마운 것이다. 

 

심지어 나는 죽을때 그냥 경기도 어느 시골 마을에서 살다가 죽을까 생각도 하고 있다.  아들들은? 나 죽은 후에 연락받고 와서 장례치러주고 가면 그만이지.  나 죽은 후에 장례 치러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나 죽을때 조금 쓸쓸하면 어떤가. 천국가는 길이 가볍고 흔쾌하면 그만이지, 이별의 의식이 없으면 어떤가.  냠편은 너무도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라서, 그만큼 자식이나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그래도 늙으면 자식들 근처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는데 나는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러놨다. "둘중에 내가 먼저 죽으면, 당신은 자식들 근처로 가서 자식에 의지해서 살아. 둘중에 당신이 먼저 죽고 내가 남으면, 나는 어떻게든 나대로 살다가 죽지 뭐. 나중에 한국에 있는 우리 조카가 미국 애들에게 '야, 이모 돌아가셨다'  소식 전하면 애들이 달려와 화장해 주겠지. 그러면 되는거지. 내가 저승갈때 따라올 자식은 어차피 없으니까. 나 혼자 가면 돼." (나는 늘 혼자였으니까 말이지...)

 

재택근무를 하는 아들은 삼시세끼 엄마 '끼니'를 걱정한다. "엄마, 아침 드셨어요? 엄마 점심은 뭐 먹지? 엄마, 저녁 장보러 갈까? 엄마, 스테이크 구워 드릴까?"  나는 아들이 물어봐주는 것만이라도 고마워서 가능한 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결국 '아버지'가 삼시세끼를 챙긴다. 모 대통령 후보가 집에서 밥을 해댄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집에서도 나는 아무것도 안한다. 우리 아들과 남편이 부엌에서 뚝딱거리고 만들어서 나를 먹인다.  왜냐하면 내가 요즘 갱년기라서 몸이 무겁고 삐걱거리고 영 기운을 못차리는 관계로 그냥 남자들이 나를 위로해주느라 매일 나를 정성껏 돌보고 있다. 나도 '건희여사' 안부럽다. 하하하.  나는 예수쟁이라서 점은 보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들은 모여 앉아서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에 떠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함께 보며 깔깔댄다.  아들은 나이 30이 넘은 사람이 부모 앞에서는 열살짜리 꼬마처럼 조잘거리고 깔깔댄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가족은 각별하다. 아마도 그래서일것이다. 

 

어제는 아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제안했다.  유튜브 영화 음악을 자기가 틀면 -- 엄마나 아빠가 '스톱!' 외치고 제목을 맞추는 게임이었다.  남편은 '여인의 향기'와 '쉰들러 리스트' 영화 음악을 맞췄다.  나는 '대부 1-2-3편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음악'과 '러브스토리,' 등 등 고전 영화 음악의 대부분을 맞췄다.  대부의 경우 음악이 나오자 마자 "스톱!  그거는 1편에서 유아세례 받는 장면에서 슬슬 살인파티가 시작되려는 때." "스톱! 그거는 2편에서 리틀이탤리 거리에서 축제 할때 아버지가 걸어갈때 나오는 음악" "스톱! 그거는 1편 시칠리아에서 이탈리아 여성과 결혼하여 춤출때" "스톱! 그거는 3편에서 딸이 총맞았을때"  "스톱! 그거는 러브스토리에서 눈밭에서 둘이 눈싸움할때" 

 

이 게임을 아주 즐겁게 했는데, 내가 게임을 하면서 알게된 나의 특징: 나는 그냥 보고 '좋았다' 고 생각하고 지나간 영화의 음악은 음악을 기억해도 영화 제목을 기억하지 못한다.  '쉰들러리스트'는 곡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흥얼거릴수는 있는데 그게 어느 영화 음악이었는지는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영화를 딱 한번 보았을 뿐, 오히려 음악만 여기저기서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 영화가 무척 인상 깊었지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좋은 영화지만 또 볼 생각이 없는 영화.  이 세상에는 (1) 좋은 영화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 영화와, (2) 시시한 영화지만 그래도 가끔 다시 보게 되는 영화, (3) 좋은 영화이고 가끔 다시 보는 영화 이런 영화들이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기억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것과 그냥 한번 본 것 사이에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남편은 뭐랄까 좀더 보편적이다. 그는 한번 본 영화라도 음악을 잘 기억해낸다. 

 

* 좋은 영화이지만 또 꺼내 볼 생각이 없는 영화 -- 예) 쉰들러 리스트나 뭐 그런 역사물이나 전쟁물, 가슴이 아픈 영화는 꽤 인상적인데도 또 보고 싶지는 않다. 마음에 부담이 되거나 너무 슬프거나 그럴경우. 

 

 * 별로 대단한 영화도 아닌데 가끔 다시 보는 영화 -- 예) 나폴레온 다이다마이트 처럼 대작도 아니고 흥행에 성공하지 않았어도 그냥 가끔 꺼내 보면 '휴식'이 되는 영화들이 있다. 

 

 * 유명하고 대체로 성공한 영화 -- 예) 내가 최고의 영화라 부르는 '대부 1-2-3' (그냥 내 개인 취향),  Fargo 뭐 이런 영화는 뭐랄까 일년에 한번씩은 '여행을 떠나듯' 꺼내 보게 된다. Fargo은 겨울에 꺼내보면 어떤 '맛'이 난다. 눈쌓인 장면 때문일것이다.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노래 가사처럼,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정해놓고 좋아한다.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이다. 그냥 나는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다.  뭘 한가지 정하면 '그래 이것이야' 하고 크게 한눈을 팔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대부가 좋아. 대부는 가끔 봐줘야 해' 하고 정하면 주욱 일관되게 그렇게 한다. 그래서 그것을 '내것'으로 만든다.  나는 걷기가 좋아 하고 판단하면 주욱 걷는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좋다고 믿어버린다. 그냥 믿기로 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로 하면 그냥 주욱 사랑한다. 그리고 죽을때까지 사랑한다.  그런 일관성이 내게는 중요하다. 그 일관성이 깨지면 내가 나를 통제하기가 힘들어질것 같다. 

 

내가 어떤 분야의 음악 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춘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그것을 들이파고 잘 알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가 좋으면 책도 찾아 읽고 연관된 모든 것들을 들이판다.  어떤 소설이 맘에 들면 그 소설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싸그리 섭렵을 한다. 그래서 특정 인물이나 작품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알아간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들과의 저녁의 게임은 특히 즐겁다. 아들은 자기도 모르게 평소에 나와 들었던 음악들을 선곡하여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Posted by Lee Eunm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