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2. 1. 16. 21:08

 

미국집에 오면 일상에서 가장 자주 가는 곳이 식품점이다. 먹고 살아야하니까.  식품점에서 내가 자주 기웃거리는 곳은 주로 채소, 과일 코너. 주로 그것을 먹고 사니까. 채소과일 코너 모퉁이에는 반드시 신선한 음료수 (주로 과일이나 채소로 만든 쥬스)를 진열대가 있는데 - 나는 진열되어 있는 쥬스 중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사 먹곤 한다. 가령 패션 후르츠 쥬스 이런거.  채소나 과일 관련해서는 나도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서 골고루 맛을 보는 편인데 지난 여름과 이번 겨울 사이에 식품점 코너에 어떤 큰 변화의 물결이 느껴진다.  바로 점령군과 같은 '콤부차'의 위용이다.

 

분명 콤부차가 식품점 신선쥬스 코너에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작년 겨울에도, 지난 여름에도 이것을 사 먹어본 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올 겨울에 왔을때  이지역의 대형 식품매장 (Walmart, Krogger, Food City, Food Country)의 신선쥬스 코너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신선쥬스 매장의 90%이상을 이 콤부차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그냥 여러가지 과일 쥬스들이 사이좋게 진열되곤 했는데 - 이제는 콤부차가 대세이고 나머지는 아예 사라지고 없거나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정도.  가령, 내가 좋아하던 패션후르츠 쥬스는 이제 어느 매장에서도 살 수가 없다. 그 밍글밍글한 과육이 씹히는 쥬스를 한국에서는 찾아볼수가 없어서 미국에서만 맛보던 것이었는데. 

 

이 콤부차는 내게는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40년도 더 오래전에 내가 초등학생이었을때 우리집에서 키우던 홍차 버섯 음료이니까.  옛날에 우리집에서는 커다란 유리어항에 홍차 버섯을 키웠다.  그것을 키워서 뭘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시큼한 냄새가 나던 그 홍차 항아리. 그 수면에 해파리같이 생긴것이 자라났는데 그것이 버섯이라고 했다. 엄마는 그것을 키웠고 아버지는 그것을 드셨다. 나는 그것을 맛 본 기억도 없다. 이웃집에서도 그 홍차 버섯을 얻어가기도 했다. 패션만 돌고 도는것이 아닌 모양. 먹을거리 유행도 돌고 도는 모양. 그 홍차버섯물이 미국 신선 쥬스 매장을 싹쓸이를 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백신 부스터샷을 월마트에서 맞고 나서, 콤부차 대짜 (아주 큰 병에 든것 약 8달러)를 한병 사가지고 와서 다 마시고 나니 몸살기도 가고 없다. 좋긴 좋은가보다. 하하하.

 

 

그래서 나도 이것을 다시 키워볼까 하는데 - 주의 사항 읽어보니 잘 못 키우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어쨌거나, 그래서, 미국에 있는 동안에나 실컷 먹고 가려고.  한국 가면 또 몸에 좋은 것들이 널려있으니까. 

 

 

Posted by Lee Eunmee